[기자의눈]'최홍만 효과' 격투계에 藥인가, 毒인가

  

최홍만에 대한 중앙언론매체의 관심, 격투전문지를 능가해


최홍만 기자회견에 모인 취재진의 열띤 취재경쟁


지난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최홍만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오는 30일(한국시간) 열리는 K-1 GP 2006 라스베가스에 출전하는 최홍만의 출국에 앞서 갑작스럽게 마련된 자리였다.

기자회견 공지가 하루 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기존의 격투기 대회 기자회견에 비해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기존의 격투대회 기자회견들에도 중앙일간지나 방송사 취재진의 참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취재의 주류를 이루고 중심에 있었던 것은 격투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웹진들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기자회견 30분 전부터 방송사, 일간지, 스포츠지 등의 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최홍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격투기 전문지 기자들도 빠지지는 않았다.

특히 이번 K-1 라스베가스 대회는 격투기 중계사상 최초로 공중파 방송인 MBC가 최홍만의 시합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했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최홍만은 이미 격투계를 넘어선 스포츠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이미 전부터 최홍만은 스포츠계 스타였다는 말이 정확하다.

씨름판을 과감히 박차고 나가, K-1이라는 격투전장에 뛰어든지 만 1년 만에 K-1 그랑프리 8강 멤버로 당당히 자리를 잡은 최홍만의 쾌거는 한국을 대표하는 격투가의 출현을 고대하는 한국의 격투기 팬들에게는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홍만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자신의 기본적인 신체조건에 더해 최상의 훈련프로그램을 게으름 없이 소화해 냈기 때문에 일 것이다. 단순히 키만 크고 힘만 센 선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날 기자회견에 등장한 최홍만은 그 동안 성실히 훈련해 왔음을 더욱 다부져진 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한층 단단해진 몸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온 최홍만

격투가 최홍만과 연예인 최홍만은 분리할 필요 있어


그러나, 최홍만의 이러한 노력이 높이 사줄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홍만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가 한국의 격투계를 위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한국의 입식타격가는 최홍만 이외에는 없단 말인가. 엄밀히 말하면 최홍만을 입식타격가라고 할 수는 없다. K-1이라는 이종격투기에 적응하고 있는 씨름선수 출신의 격투가 정도가 최홍만에 대한 현재의 냉정한 평가다. 그렇기에 최홍만 같은 선수가 K-1에서 활약하는 것은 수치다라는 레미 본야스키의 평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최홍만이 한국을 대표해서 K-1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것이 최홍만 개인의 일에 그치고 만다면, 최홍만의 활약과 한국 격투계, 특히 입식타격계의 발전과는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 격투기 해설가 조차도 해설도중 "일본의 무사시를 상대할 수 있는 한국의 입식타격가는 현재 없습니다"라고 최홍만의 존재를 잊은 듯한 발언을 할 정도로, 최홍만은 한국의 헤비급 입식타격계와는 동떨어진 인물인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말해 최홍만은 순수한 한국 입식타격계 전통을 이어받지 않은 외래종이다. 그것은 종합격투계에서 데니스 강이 가지는 의미와도 일면 상통한다. 데니스 강이 순수한 한국파이터가 아니라는 것은 그가 프랑스인 어머니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격투계의 전체적인 발전의 토대 위에서 나타난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한국의 킥복싱, 무에타이, 복싱, 또는 태권도와 같은 입식타격의 전통에 서있는 선수가 K-1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예를들면 임치빈이나 이면주, 또는 복싱챔피언이나 국가대표급 태권도 선수들 말이다.

어쨋건 최홍만에게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본말이 전도되어 그 관심이 격투가 최홍만이 아닌 스포츠 엔터테이너 최홍만인 경우에는 우리의 관심 사항이 아닌 것이다.
#최홍만 #K-1 #입식타격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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