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태권도 개혁과제 - (1) 위기 넘긴 태권도의 과제

  

- IOC 총회를 다녀와서


안민석 의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117차 IOC 총회에 다녀왔다. 4박 5일에 걸친 이번 총회는 태권도 퇴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다행히 태권도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포함(included)되었지만, 4년 후 2009년에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라테가 맹렬히 추격해 올 것이므로 더욱 긴장해야 할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지구촌에서 사랑받는 태권도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태권도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태권도 퇴출 여부는 김운용 전 IOC 위원 이후 공백 상태인 한국 스포츠외교의 첫 시험대였다.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장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회장 등 많은 분들이 태권도 존속을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했다. 애쓰신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태권도 존속 결정의 순간!
2012년 런던 올림픽 종목을 결정하는 투표는 8일(금) 오전에 실시되었다. 투표 직전까지 총회장 부근에는 태권도에 대한 두 가지 설이 나돌고 있었다. 첫 번째는 28개 모든 종목이 그대로 남게 될 것이므로 태권도도 무사하리라는 설이다. 집행부에서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으므로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몇몇 IOC 위원들의 해석은 그럴듯해 보였다.

두 번째, 최소한 한두 종목은 퇴출되어야 IOC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고, 로게 위원장의 올림픽 개혁에 유리할 것이라는 설이었다. 여기에 태권도가 해당될지 모른다는 ‘싱가포르 괴담’이 떠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틀 전인 6일(수),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2012년 개최지가 런던으로 결정되었던 것처럼 이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최종 발표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8일 오전 10시 30분경 시작된 존속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1시간가량 후에 종료되었고, 11시 30분부터 로게 위원장이 경기 종목명 알파벳순으로 존속여부를 발표하였다. 종목이 호명된 후 존속의 경우 included", 퇴출의 경우 "excluded"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발표되었는데, 처음 몇 종목은 연이어 included"로 발표되므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이 "Baseball...... excluded’라고 말하는 순간,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었다. 다시 "included"라는 발표가 이어졌으나 "Softball..... excluded"라는 발표에 가슴이 철렁했다. ‘바로 다음 순서인데.... 설마, 설마’ 하지만 즉시 "Taekwondo..... included"라지 않는가! 천만 다행으로 태권도가 존속되는 순간이었다.


통 큰 두 남자, 장웅과 준구 리의 만남


안민석 의원과(좌) 장웅 북한 IOC위원(우)

장웅 북한 IOC 위원과 나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 이후 신뢰를 쌓아 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그분과 나는 이질화되고 양분된 남북의 태권도를 걱정하며 태권도 통합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태권도가 양분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IOC도 아는 바이고, 이는 IOC 위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평가를 가져올 개연성이 다분하였다.

사실 남북의 태권도 통합은 이미 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것이고,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WTF(세계태권도연맹) 총재였던 김운용씨와 ITF(국제태권도연맹) 총재인 장웅씨가 서면으로 합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F, 더욱 정확히 표현하면 남측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하여 통합 운동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ITF 측의 주장이다.

7일(목) 밤늦은 시간, 나와 김정길 회장, 그리고 장웅 위원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남북의 두 체육지도자들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장웅 위원은 태권도 통합에 남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요청하였고, 올림픽 태권도 존속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만약, 장웅 위원이 종목존속여부 투표 직전 양분된 세계의 태권도의 현실을 지적하며 WTF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였더라면 IOC 위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양 IOC위원들의 체구를 능가하는 거구의 장웅 위원은 그야말로 호탕한 성격의 미남이다. 누가 봐도 통 큰 인물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번 싱가포르에서 또 하나의 극적인 만남은 장웅 위원과 미국 태권도의 대부 ‘준구 리’의 회동이었다. 준구 리는 195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 태권도를 보급하고, 특히 300여명에 이르는 미국 국회의원들을 태권도 제자로 길러낸 분으로 유명하다.

준구 리는 장웅 위원과 회동을 원했고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더니 흔쾌히 수락하였다. 8일(금)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짧은 두 시간여 동안 수많은 대화들이 오갔다. 아마도 두 어르신들 간에 할말이 참으로 많았기 때문이리라. 나는 두 분이 앞으로 민족화해를 위해 하실 역할이 참으로 지대하다고 믿는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에서는 무엇보다도 북미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미국의 국방성과 공화당, 민주당 내부와 잘 연결되어 있는 준구 리가 장웅 위원을 만나 마음을 텄다는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두 분이 손잡고 민족화해를 위해 큰일을 도모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


태권도는 일단 2012년 올림픽에 채택되었지만 방심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당장 9표차로 진입에 실패한 가라테의 경우 향후 4년간 태권도를 밀어내기 위해 거칠고 집요한 로비를 전개할 것이다. 태권도가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아 안정적인 올림픽 종목으로 남기 위한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태권도를 올림픽에 정착시키려면 외교력이 절실하다. 하루속히 스포츠 외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김운용 전 위원이 건재했던 지난 수십 년간은 개인기로 한국 스포츠외교를 실현하여 왔다. 이제 그의 빈 공백을 메울 사람도 없고 향후 김운용 씨와 같은 인물이 탄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개인에 의존하는 스포츠외교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스포츠외교를 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외교 시스템 확립을 위한 노력은 매우 미진하다. 스포츠외교를 담당해야 할 대한올림픽위원회(KOC)에는 예산도 한 푼 없고, 단 한명의 상근직원도 없는 형식적 기구로 존재한지 30년이 다 되어 간다. 하루속히 대한올림픽위원회를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스포츠외교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남북의 태권도 통합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민족의 국기라고 일컫는 태권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태권도 분열은 과거 남북대결이 초래한 분단의 역사이다. 냉전이데올로기 시절 WTF는 남한정부의 지원을 ITF는 북한의 지원을 받으면서 현재까지 상이한 품새, 경기규칙을 각각 유지하고 있다.


태권도 통합은 민족정신의 통합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민족화해와 평화를 세계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측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와 이해를 통해 태권도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단일 태권도가 더욱 흥미 있는 종목으로 세계인들의 인정을 받는다면 태권도 퇴출우려는 불식될 것이다.


셋째, 태권도의 세계화를 실현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태권도가 현실에 안주하면서, 세계화 경쟁에 게을리 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태권도 세계기구인 WTF의 회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주요 임원들을 한국인들이 지배해온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세계의 태권도인의 목소리가 높다. 또 WTF의 사무국이 꼭 서울에 위치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태권도를 자랑하기에 앞서 종주국에서 태권도 위상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내 태권도 도장을 가보면 대다수의 수련생이 초등학생이며 여성이나 성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종주국 국민들에게도 인기 없고 참여율이 낮은 태권도를 다른 국가의 국민들이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종주국답게 우리나라에서 태권도 저변확대를 위한 장단기 프로그램을 확립하고, 태권도를 사랑하고 수련하는 국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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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실전성

    태권도장에는 코흘리개 뿐이다... 실전성이 없으니 청소년과 청년 성인들은 격투기/무에타이 도장을 찾고... 이종격투기/쥬짓스/공권유술을 배우러다닌다... 태권도도 스포츠도 중요하지만 무도성을 살려 태권도의 무도화/태권도의 프로화에도 힘써야 성인들이 찾을 것이다.

    2005-07-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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