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길,나의꿈 무에타이(5)

  


앞서 열리고 있는 심사범님의 경기.. 정말 두선수 모두 대단했다. 하지만 나를 놀랍게 만든 것은 정작 심사범님 이기보다는 그상대 선수였다. 그간 보지 못했던 대단한 무릎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릎치기 자체보다는 무릎을 치기위해 상대의 목,혹은 상체전체를 흔들어서 상대의 중심을 뺏는기술(무에타이 에선 이것을 ‘빰’ 이라 한다)이 정말놀라운 따름이었다.

당시 심사범님과 경기를 한 서울의 박OO 선수는 경기한달전 협회에서 데리고 들어온 태국트레이너와 상당한 연습을 가졌던 것으로 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사실은 심사범님도, 나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한달정도 태국트레이너와 같이 운동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게 있겠냐 라는 생각과 심사범님과 나 또한 관장님이 두차례 태국을 다녀오시며 배워오신 무릎에 관한 기본적인것들을 익혔기에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큰 오판이였다. 킥과 펀치에서 약간의 우세를 보이고 있긴 했지만 서로 엉키기만 하면 무릎을 허용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4라운드중반. 심사범님이 상대의 연이은 무릎공격과 팔굽에 거의 그로기 상태까지 몰린다. 다행히 공(타임종)이 심사범님을 구해낸다. 정말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놀라고 있는사람은 심사범님 본인이였으리라.

5라운드! 4라운드의 여세가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돈다. 하지만 관록 이라는 것이 저런것일까. 의외로 침착한 모습으로 5라운드에 나선 심사범님! 라운드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심사범님의 펀치가 상대선수의 얼굴에 작렬하고 그에이은 킥! 모든 것이 기우였다는 듯 심사범님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하고 4라운드를 만회하고 남을만큼의 공격을 퍼붙는다.

경기는 5라운드의 끝을 알리는 공이 울리는 그순간 까지 말 그대로 혈투였다. 심사범님의 주먹과 킥이 작렬하는가 싶으면 어느샌가 파고든 상대선수의 무릎이 심사범님의 복부에 꽂혔다

그렇게 5라운드의 끝이자 경기의 끝을 알리는 공 이 울리고 난 그제서야 다음경기가 내차례임을 인지하고 경직된 몸을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내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링코너로 가던 중 판정이 나왔다. 심사범님의 승리였다. 위 내용을 보자면 상대 선수의 승리 인듯도 하지만... ^^ 당시 무에타이가 도입된 지 얼마 안된 상황이였고 관장님들 또한 격투기와 무에타이의 룰에 혼동을 가졌으리라. 따라서 무릎보다는 펀치나 킥에 더 많은 점수가 주어졌으리라 짐작해본다.

(현재 무에타이 경기에서는 무릎에 상당한 점수를 부여하며 무릎에 의한 직접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한 ‘빰’기술, 즉 무릎 가격을 위한 사전 동작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직접적인 무릎 가격보다 공간이 전혀 없는, 즉 몸이 밀착된 상태에서 무릎을 치기 위해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려 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렇게 심사범님의 판정승으로 경기는 끝나고 이젠 내차례다. 이젠 조금 여유로울 법도 하건만 경기의 중요성 때문인지 링에 오르기 위에 설치된 계단을 내딛는 발이 후들거린다. 어설픈^^ 선수 소개가 끝나고 주심이 링 가운데로 상대선수와 나를 잇따라 부른다. 그리곤 두 선수의 낭심^^을 툭툭 쳐보고는(낭심보호대의 착용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젠 외울 듯한 기본적인 룰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들려준다. 상대선수와 서로 글러브를 가볍게 부딪히고 내코너로 돌아와 마우스피스를 물었다.

내코너에서 가볍게 통통뛰며 라운드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선수로 하여금 가장 많은 긴장을 가져오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게 첫라운드를 알리는 공이 울리고 나만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도움을 청할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 승리든 패배든 나 자신으로 시작해서 나 자신이 매듭지어야 한다. 그것이 여태 시합을 뛰며 느낀 것이고 또 그 맛에 매료되어 링 위에 서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것보다, 아니 앞선 선수에 비해 강하지 않다. 1라운드를 뛰며 내가 느낀 생각이다. 1라운드가 끝나고 세컨으로 돌아와서 먹여주는 ^^ 물을 마시며 관장님의 주문을 듣는데 마음이 놓인다. 관장님의 목소리가 여느 시합 때와 다르게 차분하고 많은 주문을 하지 않으신다. 내가 경기를 우세하고 이끌고 있다는 반증이다(이러한 것은 지금껏 시합을 뛰며 터득한 눈치밥이다 ^^v).

2라운드, 3라운드… 몇 번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몰고가며 욕심을 내보지만 경기를 끝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4라운드! 시작하는 공 소리와 함께 다시금 욕심을 낸다. 하지만…

선수에게 있어 자만은 독약과 진배없건만 난 이미 3번의 라운드를 거치며 긴장감과 집중력은 오간데 없고 나이와 전적에 맞지않은 여유와 오만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지없이 상대의 주먹이 턱에 날아들었고 비틀거리는 나를 향해 상대는 쉴 새 없이 주먹을 내뿜었다.

매미 작전 ^^;; 잡고 매달리는 방법 밖에는 달리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리는 구름을 밟는냥 두리둥실 떠있는 듯 했고, 바빠진 세컨의 목소리는 귓전에 웅웅 거리다 빠져 나갔다. 주심이 꼭꼭 매달리려는 나와^^;; 어떻게든 떨어지려는 상대선수를 갈라놓는다. 주심이 원망스럽다. ㅡㅡ;

상대는 경기를 뒤집을 양으로 또 들어온다. 아까에 비해 정신이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도 두리둥실 구름 탄 기분은 여전하다. ^^ 이번엔 링줄을 타고 도망을 다녀본다. 그리고 몇 대의 주먹을 이마로 견디고 또 껴안는다. 4라운드의 끝을 알리는 공이 울렸을 땐 정말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5라운드. 정말 지뢰밭 걷는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경기에 임했다. 끝내고 싶다는 욕심은 오간데 없고 이젠 제발 판정까지만 무사히 가고 싶었다. 역시 한번 혼줄이 나니 제정신이 돌아온 듯. ^^;;

하여튼 그렇게 한번의 고비가 있었긴 했지만 생각 외로 편한 경기를 끝마쳤다. 판정승.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참피온 벨트에 한발짝 다가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4월에 있을 타이틀매치 인 것이다. 그것도 심사범님과 의 대전...

(이글을 적으며 당시 시합테잎을 몇 년만에 꺼내봤다.. 요새 벌어지는 무에타이 시합의 메인 경기와 비교해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당시 내 실력이 모자란 것도 있겠지만, 현재 국내 무에타이 지도자들의 계속되는 태국 현지 연수 및 국내 무에타이 발전에 대한 노력, 그리고 우리선수들의 피와 땀으로 국내 무에타이 수준은 그만큼 성장해 있다.)

<6편에 계속>
#격투기 #무에타이 #킥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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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킥

    Jacula님ㅎㅎ 아직 안주무시나 보네요.. ^^ 펫랍엑 경기 한번보고 정말 부럽드라고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공할 펀치, 킥 .... 무표정한 얼굴 너무 멋지드만요 한번 보고 자야겠습니다 Jacula님 잘 주무세요 님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2006-03-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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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킥

    덧붙여 개인적인 바램이라면,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늦게 바람이 인 무에타이를 완벽하게 들여온후, 무조건 무에타이 스타일 표방보단, 태권도와 접목이라던지 해서 고유의 색을 가져봤으면 합니다 불교도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이 다르듯이요..무에타이 스타일론 태국인이기기도 힘들고 체격적인 조건도 다르고 무에타이 리듬은 어설프게 흉내냈다간 얻어맞기 딱입니다 최근 k-1의 루슬란 카라예프... 그런게 한국스타일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2006-03-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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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ula

    전 남삭노이 스타일^^
    물론 펫랍액도 멋지긴 하지만

    2006-03-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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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킥

    Jacula님께서 잘 설명해 주셨네요, 하지만 요샌 네델란드나 일본이나 또 우리나라는 그에 반에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태국과 교류가 활발해서 기술적인차이도 예전보단 훨씬 좁혀졌답니다, 스타일의 차이는 일단 체점방식때문에 갈리는것 같습니다, 킥복싱은 애초에 타도 무에타이를 표방했으니까요 일본인들의 자존심이랄까요??k-1선수들도 시합준비차 태국에 많이 가지만 체점방식상 정교한 뺨은 거의 안쓰이죠
    관중의 입장에선 킥복싱룰이 더 좋을듯 합니다 시합진행이 빠른 편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펨람엑 스타일 좋아 합니다^^

    2006-03-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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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ula

    제가 보기엔 앞서 말한대로 킥복싱이 무에타이를 모방한건 정설이라곤 하지만 두 무술의 차이점은 무에타이는 그냥 무에타이이고
    킥복싱은 복싱+가라테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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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ula

    팔굽치기(쏙)와 무릎치기(카우)에 들어가면 그 차이는 더 심해지죠.
    킥복싱에서의 무릎치기는 거의 직선형태의 "탱카우" 가 대부분이지만,
    무에타이는 클리치 상태에서의 옆구리부분을 노리는 카우노이 라든가,
    무릎을 밀어서 치는 카우딮, 대각선으로 돌려치는 카우치기 등등 아주 다양하며, 킥복싱에서의 팔굽치기는 거의 쏙티(회전해서 팔굽치기)외엔 볼수 없지만, 무에타이는 쏙훅, 쏙훝, 쏙클랍, 쏙콰, 쏙치엥등 그야말로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공격이 가능하게끔 수련하죠.

    일반인들 눈에는 보통 시합에서의 차이점은 찾아볼수 없다곤 하지만.
    각기 그 분야에 수련하는 선수들 눈에는 차이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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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ula

    발차기만 봐도, 킥복싱은 가라테의 영향을 상당부분 받은터라, 직선형태 또는 스냅형태의 발차기가 많이 나오고 태권도의 회축차기같은 발차기 역시 제법 나오더군요. 하지만 무에타이는 곡선형태의 발차기가 많으며 각도또한 다양하죠. 빰에서 역시 킥복싱은 거의 목잡기 수준밖에 없지만, 무에타이는 무려 목과 겨드랑이, 양팔, 허리 등등 잡는 부분이 아주 다양합니다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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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ula

    맞습니다. 태국은 어린나이부터 이미 하이클래스에 입문하는 선수들이 많고 경기역시 생업 그 자체인경우가 만은터라. 이미 차원부터 다르죠. 그리고 무에타이와 킥복싱은 정신적으로, 그리고 경기체점외에도, 기술적으로도 상당부분 차이점이 많습니다.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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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킥

    또한, 우리가 보는 태국선수는 태국내에서도 어린나이에 데뷰해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200전이상의 하이클래스만 보게되는겁니다..반면 유럽이나 일본우리나라의 킥복서들은 수련을 시작하는 나이 전적에서 쳐질뿐이라봅니다,그에 반에 잘한다는 거죠...원조전통..이런거 보단 동기와 전략을 볼수있어야 겠죠.. 무에타이스타일론.. 태국인한테 절대 못이깁니다.. 이미 그스타일에선 고수니까요..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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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킥

    무에타이와 킥복싱은 차이점 보단 유사점이 더 많은 격투기입니다
    체점방식과 경기스타일이 다를뿐.. 태국인들처럼 탄력이 좋고, 하체가 좀긴편인 사람은 무에타이 전략을, 상반신이 발달하고 하체 비율이 좀 짧은 우리나라와 일본인들은 복싱에 좀더. 팔다리 다 긴 네델란드인들은 컴비네이션을... 그리고 일본킥복싱 신일본은 잘 모르겠지만(같을겁니다), 전일본킥은 무에타이룰 그대로 씀니다.. 체점방식만 다르고요, 무에타이는 차등점수제죠..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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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ula

    머 일본놈들이 만든거라 그러는건 아니고;; ㅋㅋ 어설픈 모방은
    원조에 미치치 못한다.. 머 그런 이론인가.
    흠...
    내가 왜 혼자서 헛소릴 하고 있을까;; 멀 좀 잘못먹었나 보다.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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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cula

    원래 킥복싱은 제대로된 무에타이 앞에 밥이 될뿐이지..

    2006-03-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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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식

    저는 부산진구에 사는 중년 남자입니다.
    일반인도 운동을 할수 있나요?
    위치도 알고 싶고 전화한번 주세요.
    010-7100-2339

    2005-09-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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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리다지침

    왜 이거 다음글 안올려 주나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목 빠지겠습니다

    2003-09-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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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킥복싱짱

    웃기네.....

    2003-08-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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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룡

    빨리빨리 올려주세요~~

    2003-08-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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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태푸

    관장님 빨리 빨리 올려주세요 다음내용이 궁금합니닷 ㅋㅋ 그테이프 보여주세요~~~~~

    단증도 주세요 ㅋㅋㅋ ^-^ ㅋㅋㅋ

    2003-08-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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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부기


    역시 재밌네요 ㅋㅋ

    빨리 6편이 올라왔으면 ㅎㅎ

    그때 시합 테잎 보고싶어요 ㅡ,.ㅡ;;

    2003-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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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호

    2003-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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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리

    헉..5편이 올라와 있네용^^

    관쟝님한테두 이런 시절이 있었구낭..싶어서 넘 잼있어여.

    2003-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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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진


    역시나 한편이 더 올라 있네요 ..
    재밌고 감동적이네요!

    2003-07-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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