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태권도 대회는 어떻게 열릴까?

  

[정파사범 리프트] 에티오피아 김도진 사범


최근 SNS에서 태권도 대회인 듯, 아닌 듯 한 사진 몇 장이 공유 되어 있었다. 야외 흙 바로 위에 태권도 매트가 설치되어 있고, 지붕이 없어 낡은 천막으로 가림막이가 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그 광경은 ‘에티오피아태권도챔피언십’이었다. 국기원 파견 해외사범으로 현지에서 활동 중인 김도진 사범을 통해 에티오피아 태권도의 일면을 전한다. <무카스>는 정부파견 태권도사범들의 각 나라마다 다른 문화와 종료, 환경 등의 활동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야외에 태권도 경기장 설치 준비가 시작되었다.


지난 달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에티오피아태권도챔피언십이 열렸다. 우리나라 전국체전과 성격이 비슷한 최대 규모의 대회. 에티오피아 전국 11개 지방 단체가 대표선수를 파견해 대회를 한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있어도 많은 지역이 대회 출전에 필요한 숙식 해결을 못해 출전할 수 없다. 선수 개개인의 경제사정도 좋지 않아 지방 체육단체 지원이 필수적이다. 역시나 올해 대회도 11개 지방단체 중 8개 지방단체만 출전했다.


원숭이가 사람을 봐도 피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 개최지는 아소사라는 도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서 500km 떨어진 남수단 국경 근처의 소도시이다. 망고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망고 나무가 많다. 원숭이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음식을 달라며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그런 곳이다.

아소사에는 몇 년 전만 하여도 국제태권도연맹(ITF) 계열 태권도장이 40여 곳이나 있을 정도로 ITF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WTF 태권도가 보급되면서 ITF 태권도장은 4~5개 정도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없어지거나, WTF로 전향하였다.


에티오피아챔피어십이 한창 진행 중이다.



대회 진행본부


에티오피아 수도를 제외한 지방 도시는 태권도 기술 및 홍보가 전혀 안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번 아소사에서 에티오피아 태권도 챔피언쉽 대회를 개최한 것도 태권도 홍보를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소사에는 실내체육관이 없어 대회 중에 망고가 떨어지고 원숭이가 지나가는 헤프닝이 있었지만 말이다.

아소사 거리를 지나갈 때 현지인들이 “코리아, 코리아”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디스아바바에서는 거의 ‘차이나, 차이나’라고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의아해 왜 그러냐(왜 차이나 하지 않고, 코리아라고 하느냐)고 물으면 태권도가 코리아에서 시작된 것이고, 태권도 하는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정부 태권도 사범으로써 가슴 한 켠이 뭉클하기도 하고, 양어깨가 더 막중한 책임감으로 무거워지기도 한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태권도를 열심히 수련하는 현지인들의 모습


아소사에서 대회를 치르는 동안 본인은 태권도 클럽 현장방문을 하고 싶어 아소사에서 제일 큰 태권도 클럽에 답사를 다녀왔다. 대나무로 엮어 흙으로 벽을 바른 옛 건물 속에서 태권도 수련하고 있었다. 대략 60명 정도의 수련생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들이 한국말로 “차렷, 준비! 시작, 차기 준비, 앞차기...” 등 열심히 수련하는 모습이 가슴 뿌듯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생겼다.

수업 중간 중간, 수련생의 움직임 때문에 일어나는 흙먼지를 없애기 위해 수련을 중단하고 앉아 휴식하는 것을 보면 또 한 번 짠한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환경이 열악한 것이지 결코 그들이 불쌍하거나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다


에티오피아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들과 함께한 기념촬영


그들의 얼굴은 낯설지만 태권도 나라에서 온 이방인인 내 모습에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다. 그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 대접 받은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나에게 보여 준 미소는 우리도 당신과 같이 태권도를 함께 하고 있다는 동지애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김도진 사범과 현지 수련생


[글. 에티오피아 = 김도진 사범 | 국기원 해외파견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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