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Jr.챔피언 ‘정찬호’… 후보에서 차세대 기대주로 급부상

  

후보 선수로 겨우 고교 진학, 1~2년 해보자 했다가 ‘세계 정상’에 우뚝


주목받지 못했던 한 선수가 한국 청소년 태권도 국가대표가 되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다. 겨우 한 고등학교에서 태권도 선수로 그를 받아줬다. 메달 하나라도 따서 대학이나 진학했으면 한 그저 그런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세계 청소년 태권도 챔피언’이 됐다.

청주공업고등학교 3학년 정찬호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캐나다 버나비 빌 코플랜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16 버나비 세계태권도청소년선수권대회’ 이틀째 경기에서 정찬호가 남자 -55kg급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의 네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결승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경기력으로 관중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시작은 불안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 요르단 선수(LBZO Roslan)와 대결에서 1회전 초반 5대0으로 앞섰다. 수월한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후반 상대의 일격에 위기가 왔다.

얼굴 공격을 두 번 연속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안면을 맞아 ‘코피’까지 났다. 당황을 넘어서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점수는 역전이 됐다. 세컨석에서 주문도 들리지 않았다. 첫 외국에 나온 데다 외국선수와 대회도 처음. 경기장 환경도 국내와 달랐다.


정찬호는 수시로 얼굴 공격으로 상대를 무력화 시킨다.


2회전은 본인이 어떻게 경기를 뛴 줄도 몰랐다. 3회전 정신을 차렸다. 이때부터 주특기인 얼굴 공격으로 점수를 만회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광판은 23대17로 역전승을 거둔 이후였다.

당시 어땠느냐는 질문에 “이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대 선수의 발이 확 날라와 제대로 맞았다. 정신을 코피까지 나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경기를 뛸 수 없었다. 90% 이상 우승을 기대하고 왔는데, 이러다가 금메달은커녕 예선 첫판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회상했다.

힘겨운 승리를 거둔 정찬호는 정신을 다잡았다. 이후 32강전부터 점수차승, 16강은 감점승, 8강전 13대3, 준결승 점수차승(14대2)으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결승에 올랐다. 첫 경기에 코피가 났던 선수이가 싶을 정도로 훨훨 날았다.

결승전 상대는 준결승에서 강호 이란 선수를 화끈한 경기로 점수차승으로 꺾은 아제르바이잔의 마고메도브 가쉼(MAGOMEDOV Gashim).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그런 상대를 더 매서운 얼굴 내려차기로 승기를 꺾더니 철벽같은 방어로 무실점으로 3회전 경기종료 직전 12대0 점수차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이 확정되자 경기장 매트 위에서 ‘앞구르기’ 세미모니를 했다. 보통 우승자에게 보기 드문 ‘애매한’ 세리모니였다. 이번 대표팀 주장인 황연준(-68kg급, 인천체고)이 지난 전국체전 우승 후 이 앞구르기 세미모니를 하고 잘 됐다고 해서, 이번 대회 남자부 모두 우승하면 ‘앞구르기 세미모니’를 하자고 약속을 했다.

우승을 한 정찬호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소감을 묻자 “그냥 좋다.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흔들릴 때마다 코치님(신보현, 청주공고)이 기죽지 말고 자신 있게 해라고 용기를 실어주었다. 그래서 많은 힘이 됐다. 부모님도 내가 자랑스럽다고 축하해줘서 기분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국내 고등부 랭킹 24위의 파란… 이변은 이제부터!


일곱 살 때 태권도를 시작한 정찬호는 선수에 대한 큰 뜻이 없었다. 여느 수련생과 같이 태권도장만 다녔다. 그러다 청주남중학교 1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본격적인 엘리트 선수가 됐다. 그렇다할 성적이 없어 지역 내 고등학교에서 관심도 못 받았다.

겨우 특기자로 청주공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운동도 힘들고 시합에서 성적도 좋지 않았다. 1~2년 해보고 안되면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러다 고교 2학년 때 충복 도대표에 선발이 되어 그 해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올해 제주평화기를 시작으로 용인대총장기, 우석대총장기, 문체부장관기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 ‘대박’은 세계청소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이다. 대다수 전문가들과 고등부에서는 이 체급 우승자는 남자 -54kg급 독보적인 랭킹 1위인 전민성(한성고)을 0순위로 꼽았다. 그런 우승후보를 랭킹 24위인 정찬호가 대표선발전 준결승에서 무차별 얼굴공격으로 ‘점수차승’으로 꺾었다. 결승도 마찬가지로 2회전 점수차승으로 캐나다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찬호가 우승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운동선수가 되면 맛있는 것도 많이 준다”는 말에 태권도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큰 비중 없던 후보 선수였던 그가 이제는 차세대 한국 경량급 기대주로 주목을 받게 됐다. 평균 체중 58kg에 178센티미터의 작지 않은 키, 게다가 잘생긴 외모로 이목을 집중시켜 김태훈, 이대훈에 이어 태권도 스타로써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태권도 선수로서 경쟁력은 무한하다. 앞으로 올림픽체급 -58kg급 경쟁자 중에 체중감량을 하지 않는다. 키도 작은 편은 아니다. 대신 유연성이 매우 좋다. 그래서 주특기가 얼굴 공격이다.

특히 예상할 수 없는 얼굴공격 타이밍이 좋다. 언제, 어떤 자세에서 얼굴 기술이 나올지 모른다. 이 무기에다 유연성뿐만 아니라 균형도 좋다. 넘어지는 경우도 없다. 넘어지면 경고를 받는데 경고로 인한 실점 또한 없는 편이다. 내년부터 개정되는 경기규칙에 최적화된 선수임이 틀림 없다.

2020 도쿄 올림픽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을 세운 정찬호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힘이 약하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다. 기술만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외국선수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은 힘과 더 다양한 기술을 단련하겠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으로는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 2연패로 -58kg급 독보적인 국가대표인 김태훈(동아대, 4학년)이 있다. 이에 대해 “실제로 태훈이 형과 붙어볼 기회가 없었다. 한 번 꼭 해보고 싶다”면서, 이길 자신감은 있느냐는 질문에 “해볼만 하다”고 쑥스럽게 답했지만, 자신감은 있어 보였다.


정찬호가 결승에서 위력적인 내려차기로 차고 있다.


좋아하는 선수로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63kg급 우승자인 김석배(에스원, 20세)를 꼽았다. 그 이유로 “경기를 잘 뛴다. 유연성도 좋고 닮고 싶은 선배”라고 말했다. 김석배는 2020 도쿄 올림픽에 이 체급 독보적인 이대훈(한국가스공사)을 위협하고 있다. 정찬호는 김태훈을 넘어야 기회를 잡는다. 이들이 세대교체 할지도 앞으로 국내 남자 경량급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찬호는 올림픽 꿈을 달성하기 위해 대학 진학 대신 실업팀을 선택했다. 강화군청 입단이 확정됐다. 가급적 많은 대회에 출전해서 랭킹 포인트를 많이 쌓아 꿈의 올림픽 무대에 가고자 본인이 선택했다.

정찬호는 “꼭 세계대회와 올림픽에 나가는 국가대표가 되겠다. 그러기 위해 내가 부족한 것을 더 단련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짧은 각오를 밝혔다.

2020 도쿄 올림픽 무대에 정찬호가 태극마크를 달고 오를지 기대가 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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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하고 솔직하며 매사 확고한 신념으로 노력하는 선수 입니다.
    기사 내용처럼 앞으로 대한민국 태권도의 차세대 주자로서 성장하며 목표와 꿈을 이룰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을 보냅니다.
    정찬호선수 멋지고 자랑스럽 습니다.
    이번 세계 주니어 챔피언쉽에 참가한 임원, 코칭스태프, 선수단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2016-11-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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