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수백억' 명소화사업 추진… 과연 필요한가?

  

시설 낙후 더는 지체할 수 없어 vs 공감대 형성 및 예산 확보 먼저 돼야




비가 오면 지붕에서 물이 센다.
강풍이 불면, 유리가 깨질 듯 위태롭다.
여름이면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덥고, 겨울이면 매우 춥다.
태권도 역사 박물관, 가건물에 전시


세계 태권도 본부라고 하는 국기원의 현재 모습이다. 그래서 국기원이 낙후된 시설 개보수를 포함한 명소로 거듭나기 위한 특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기원 명소화사업’이 그것.

그런데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낙후된 시설 개보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필요 예산이 자그마치 5백억 원 이상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태권도원 개관에 이어 태권도 본산 국기원의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은 태권도계로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기원(원장 오현득)은 지난 23일 신 집행부의 ‘국기원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선포했다. 연구와 연수, 심사, 정책, 해외, 홍보, 산업 등 7대 사업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이중 정책사업으로 국기원 명소화 사업에 대해 첫 공식화된 자료를 소개했다.

내용에 따르면, 국기원의 낙후된 시설을 고쳐 태권도의 미래 핵심기반 공간으로 재건축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세계태권도 본부로서 국기원의 위상과 상징성, 대표성을 강화하겠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립된 지 40년 넘은 국기원 시설은 세계 태권도 본산 위상에 맞게 재정비가 시급하다. 실제로 30년 이상 된 건물들이 재건축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명이 다 되었다. 그러나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1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국기원 명소화 사업 설계 용역 입찰 공고’가 났다. 사업예산은 부가세 포함 25억 원. 용역규모는 지하 3층, 지상 4층 등 전체면적 약 22,415㎡(약 6천780평). 현재의 국기원 구조를 유지하고, 지하와 지상층 그리고 주변을 모두 신축하는 대규모 공사가 예상된다.

이런 큰 프로젝트가 사전에 태권도계의 여론 수렴과 공론화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적어도 국기원이 어떻게 명소로 거듭날지에 대한 비전을 담은 ‘마스터플랜’은 필수적으로 제시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건설에 필요한 예산 500억 원에 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현재 계획으로는 국기원이 200억, 정부(문화체육관광부) 180억, 지자체(서울시, 강남구) 100억 원 등 480억 원 정도다.

그런데 이들 예산 모두 확정된 것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태. 국기원이 200억 원을 투여하겠다고 하지만, 국기원이 소유한 현금은 발전기금 명목으로 50억 원이 채 안 된다. 남은 150억 이상은 금융권 차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수십억 예산으로 애써 만든 설계도면을 쓰지도 못할 수도 있다.

국기원 이종갑 기획홍보팀장은 “사전에 홍보가 부족한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추진은 5년 이상이 됐다. 2010년부터 유인촌 장관이 국기원에 방문해 태권도 위상 강화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지원하겠다고 한 뒤부터 부지용도 변경 등 많은 과정을 거쳐 왔다”고 그간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본 명소화 사업을 국기원과 함께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정부 지원예산 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쯤 사업이 구체화되면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국기원이 세계 태권도 본부로서 그 위상에 걸맞은 명소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이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 투여된 국기원, 소유주 모호?


국기원이 주도해 새롭게 국기원이 명소화로 준공된다면 그 소유주는 누가 될까. 현재 국기원 부지는 강남구청, 건물은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다. 국기원 완공된 1974년 이후 서울시에 20년간 무상조건으로 기부채납 했다. 이후 94년부터 국기원은 강남구청에 월 2천만 원 이상 임대료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기원이 세입자 신분으로 거액을 들여 집주인과 건물주 등의 일부 보조로 새로운 명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에 태권도 본산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모든 예산의 부담과 관리 책임은 국기원이 져야 할 형국이다.

현재 명소화 추진은 국기원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추진 중이라는 게 국기원 측 설명이다.

국기원은 전부터 ‘국기원 성지화 사업(현 명소화 사업)’ 추진을 해왔다. 2013년 1월 근린공원을 문화공원으로 공원종류 변경했다. 이어 2015년 9월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로부터 역삼 문화공원 조성계획안을 승인받았다.

국기원 명소화 사업 김태일 단장(이사)은 명소화 사업 추진 우려에 대한 질문에 “최초에는 성지화 사업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다. 진행 과정에서 협업화 공동사업의 명분과 타당성을 찾다 보니까 국기원 명소화로 명칭이 발전하게 됐다. 서울시나 강남구가 희망하는 국기원의 위상과 정체성, 당위성도 리모델링과 연계되어 있다”고 명칭 변경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국기원 명소화 사업추진은) 국기원 의지로만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은 결코 아니다. 왜냐면, 국기원 건물 소유주는 서울시이고, 토지 소유주는 강남구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우리가 지어서 기부채납을 했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양상이 예상된다. 따라서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지, 국기원 이사회나 원장 등 몇 사람이 추진하는 사업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국기원 부지를 근린공원에서 ‘문화공원’으로 변경할 때와 문화공원을 ‘국기원 명소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는 명분과 타당성은 서울시와 강남구와 공유하고 있다”고 일각의 우려처럼 국기원의 무모한 사업추진이 아님을 밝혔다.

국기원 명소화는 무엇?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기원이 예산을 분담해 낙후된 국기원 시설을 미래 태권도의 핵심기반 공간으로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연내 법규에 적합한 설계 및 건설 발주방법 및 평가 기준안 마련 ▲2017년 설계 시공 업체선정, 시공사 선정 및 착공 ▲2018년 공사 진행 ▲사용승인 준비 및 준공 등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주요 시설은 대부분 신축으로 진행된다. 현재 경기장은 지상 1~2층 규모의 공연장으로 리모델링 된다. 지하 1~2층에 다목적홀, 지상 1층 수련관, 지상 1~2층 기념관, 지상 3층 업무, 지하 2~3층 주차장, 기계실 등이 모두 신축된다.

국기원은 명소화 사업을 통해 ▲태권도 관광 상품 다양화 및 고품격화 ▲태권도 활성화를 위한 거점 역할 및 수익모델 창출기반 마련 ▲국기원 세계태권도본부로소의 역할 수행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효과로 제시하고 있다.

국기원 명소화 추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태권도 중심이 앞으로 무주 태권도원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해도 국기원이 영구적으로 보존되기 위해서는 ‘명소화’는 필수적이다.

한국 스포츠 발전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동대문운동장도 80년 역사를 뒤로하고 2007년 철거됐다. 지금은 동대문 역사문화공원과 디자인 프라자가 자리하고 있다.

국기원은 단순 재건축을 넘어 세계 태권도 본향으로서 가치를 담은 미래 비전으로 더 많은 태권도인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앞으로 근대 문화재(60년)로 지정을 받아 영구히 보존될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해주어야 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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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명소화사업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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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을 모으기를

    태권도원과 국기원의 성격은 같아야 하기 때문에 합치는게 태권도 발전을 위해 최선의 방안임

    2016-10-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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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KD man

    현 국기원을 보수 공사 한다는것은 믿빠지 독에 불 담는 격입니다. 즉 수리비가 엄청나니 차라리 그돈으로 현대식으로 재건축하는게 훨씬 낫습니다. 단 지붕은 현재와 같은 식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층수도 높이고 지하 또는 차고 등을 현대 식으로 짓는거죠. 태권도원으로 합병을 원하는분들도 있지만 서로가 용도가 다르니 그럴필요는 없고 서울에 있는게 훨씬 유리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을 위한 세계태권도본부라면 당연히 서울에 있어야죠.

    2016-10-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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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낭비하지 말고, 그냥 강남구와 서울시에 넘기고 태권도원에 들어가세요^^
    그 많은 돈은 해외 태권도 보급에 사용하시고, 연구에 더욱 집중하세요
    국기원 가기가 원~~~~~

    2016-09-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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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안되자나~

    왜??? 문제 될게 있나??? 대한민국 태권도협회 돈 많자나~ 비리들두 많이 하더만~

    2016-09-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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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보수 명예직

    새건물과 기존의 역사적 건물 어느게 명소가 될까? 외국은 오래된 건물과 오래된 나무들로 명소를 구성하는데 새 건물을 짓는다고 명소가 되나? 기왕 리모델링 하겠다고 하면 국기원이사장, 국기원장, 국기원이사들 모두 월급과 판공비 받지말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하면서 월급과 판공비 돈을 모아서 리모델링 진행해라. 그래야 태권도 업계에 명분을 줄수 있다.

    2016-09-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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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기자에게 고함

    50억 정도로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진행하면 되지 500억 가까이 하게 되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처럼 부실공사, 공사비 빼먹는놈들 속출하고, 녹조강으로 국민세금과 코흘리게 초등생 태권도비만 날릴 가능성이 많다. 태권도 기자들은 확실하게 국기원을 비판해줘야 한다. 그래야 똥물로 국기원을 더럽히지 않고 함부로 지네들끼리 모여서 딴짓도 벌이지 않으며 태권도인들을 존중하고 무서워하며 태권도 발전을 위해 나아갈것이다.

    2016-09-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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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소화, 사기치지 마라

    금년 7월에 갑자기 국기원 성지화사업을 한다고 발표 해놓고 2 달도 채 안돼서 명소화 사업으로 변경 진행하며 500억 가까이 쓰겠다고!!!! 국기원 이종갑 기획홍보팀장, 국기원에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고... 에이 침이나 바르고 사기쳐라. 똥물로 연관된 지금 당사자들이 모여서 500억 가까이 쓴다는데 이명박 정권 군바리 낙하산인 오현득원장과 거수기 이사들, 뭘 믿고 저들에게 사업을 하게 놔주냐? 공청회나 태권도 업계 의견을 묻지 않고 전두환처럼 지내들끼리만 모여서 모든 결정을 내리고 지시를 내리는 상황인데 ...

    2016-09-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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