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金’ 김소희… ‘소중한 은인’에게 하이킥

  

올림픽 자동출전권 선물한 태국 기대주 파니팩에게 역전승


보통은 자신의 생명을 구한 이를 ‘평생 은인’이라고 하고, 이를 보답을 ‘약속’한다. 그러나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은인’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스스로가 ‘은인에 대한 보답’을 한다면, 승부담합 또는 승부조작이 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

올림픽 메달 색깔보다 더 어려운 것이 본선 출전이다. 그러나 본선에 나가게 되면 욕심이라는 게 ‘노란 금빛’의 물든 ‘금메달’을 따고 싶은게 모든 선수의 욕심이자 목표이다.

17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에서 한국대표팀의 일곱 번째 금메달이자 한국 태권도 첫 금메달을 안긴 김소희 역시, 태권도 선수를 시작한 이후 줄곧 올림픽 챔피언이 되고자 갖은 역경을 이기고 이 자리까지 달려왔다.

이날 김소희는 예선은 무난히 이겼지만, 8강과 4강 중요 문턱을 넘는 데는 지옥에서 천당을 오갔다.

김소희가 8강에서 태국에 파니팩을 상대로 얼굴 내려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8강전에서는 난적 태국의 파니팩 웅파타나키트를 경기종료 직전 극적으로 역전승해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 역시도 3회전 내내 서로를 잘 아는 프랑스의 야스미나 아지에즈와 평행을 이루는 0-0 동점으로 연장전 돌입. 극적으로 골든포인트로 이기며 결승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김소희에게 간발의 차로 진 두 선수는 김소희에게 고마운 선수이다. 한 때는 ‘은인’이었다. 그런 은인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 ‘절망’과 ‘아쉬움’을 줬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때는 지난 해 12월. 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리우 올림픽부터는 세계선발전 없이 체급별 올림픽랭킹 6위까지 해당되는 선수의 국가에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부여했다. 김소희는 이번 오남매(김태훈-이대훈-차동민-김소희-오혜리) 중 타의에 의해 자동출전권을 확보했다.

‘2015 멕시코시티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딱 한 경기만 이겼으면 자력으로 자동출전권 확보가 가능했다. 태국이 이 체급에 두 명이 랭크돼 한 명이 빠지기 때문에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첫 상대가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절대강자’ 중국의 여제 우징위. 선전했지만 패했다. 올림픽 출전 기회가 눈앞에서 사라지나 싶었다.

우징위에게 첫 경기 패배로 올림픽행은 경쟁 선수의 복잡한 경우의 수 승패로 결정짓게 됐다. 다시 말해 자력으로 올림픽 행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혹 대륙선발전을 통해 다시 출전할 기회는 있지만, 한국에서 이 체급이 아닌 다른 체급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 최악의 위기였다. 실제로 이번올림픽에 한국 여자 태권도가 역대 올림픽 최초로 여자 -49kg급에 출전했다. 다른 체급보다 메달획득 경쟁력이 낮다는 판단해 그동안 파견하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는 8위로 초청된 멕시코의 이트젤 만자레즈가 첫 경기에서 지면, 다시 자동 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트젤이 첫 경기에서 당시 이 체급 랭킹 1위인 크로아티아의 루치아 자니노비치를 주위 예상을 깨고 역전승을 거두며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 아닌가.

최악의 상황. 이트젤과 피 말리는 랭킹포인트 싸움이 시작됐다. 김소희는 예선탈락 했기 때문에 이트젤 결과만 지켜봐야 했다. 이트젤이 준결승서 패하더라도 동메달 결정전서 이기면 1.48점 차이로 김소희를 누르고 자동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림픽 출전 기회는 이번 올림픽 8강전에서 종료 4초를 남기고 역전승한 패니팍에 의해 다시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김소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휴대폰 노트에 “태국 이기게 해주세요. 태국 이기게 해주세요. 태국 이기게 해주세요. 올림픽 나가게 해주세요”라고 적어 놓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김소희가 4강에서 프랑스 아스미나 아지에즈의 공격을 뒤차기로 반격하고 있다.


간절함은 통했다. 이트젤이 준결승전서 랭킹 5위였던 프랑스의 아스미나 아지에즈에게 연장전에서 패한데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태국의 패니팍 웅파타나키트에게 석패했다. 그래서 7위로 종지부를 찍었다.

6위까지 주어지는데 7위인 김소희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이 체급에 태국의 손캄 차나팁과 패니팍 웅파타나키트 두 명이 상위에 랭크돼 있었기 때문이다. 규정상 한 체급에 한 국가만 출전이 되는 거라 그 한 자리가 빠지면서 김소희가 자동적으로 그 티켓을 얻는 행운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올림픽 출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두 선수를 모두 8강전과 4강전에서 이겨 눈물을 쏙 뺏다. 이는 스포츠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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