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ATU만의 챔피언쉽… 10코트서 ‘태권열정’ 대성황

  

미국 내 다른 대회와 다른 ATU만의 특별한 대회 소개


미국 타대회와 달리 수준급 실력의 선수가 출전하고, 국제심판이 판정을 맡는다.


최근 미국 내 태권도 열기가 식었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뜨거운 태권도 열정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미국태권도연합(회장 조택성, ATU)이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조지아주 애틀란타 월드 콘크레스센터(World congress center)에서 주최한 ‘ATU 내셔널 챔피언십’ 현장은 그야말로 미국 태권도의 큰 일기를 실감케 했다.

경기장부터가 규모가 남달랐다. 쾌적하고 넓은 경기장에는 10코트의 경기장 매트가 설치됐다. 29개주에서 활동하는 ATU 회원 지도진 200여명이 임원진으로 참가해 뜻 깊은 대회를 함께 만들었다.

시간마다 서로 다른 연령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고 빠져나가는 웨이브형식으로 진행돼 매 차분하면서도 원활한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대회는 시범단 단체대항전과 겨루기 그리고 품새 3종목으로 진행됐다. 겨루기와 품새에서 상위 입상된 선수들은 앞으로 ATU 미국대표로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게 된다.

예선전을 통과해 선발된 4개 시범단이 개막식과 더불어 멋진 시범을 펼쳐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우승팀은 2천불, 준우승은 1천불, 3~4위는 각 5백불씩 상금이 주어졌다.


단체시범경연을 대기하고 있는 출전 선수단의 모습


시범대항전에 출전한 미국 선수단의 실력에 예사롭지 않았다. 세계 최강의 실력은 갖춘 한국 시범단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겨루기, 품새에 이어 시범까지 평준화에 이르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 수시로 온 인턴사범들이 미국을 드나들면서 빠르게 시범기술을 업그레이드를 시켜나가고 있는데다가 인터넷을 통해 어제 한국에서 한 시범을 오늘 미국에서도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의 유명 시범단의 시범구성을 그대로 복제하다시피 하여 화려하긴 하지만 식상함이 느껴지곤 했었는데 이번 시합에선 뉴욕 버팔로의 월드클래스 팀이 미국식 치어리딩 시스템을 연구해 자체개발한 신선한 시범구성으로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화려한 색상의 도복을 입은 다른 시범단과 달리 흰색 공인 도복만을 고수하는 도장의 전통에 따라 새 하얀 도복을 입고 선보인 시범이 도리어 화려한 의상에 지친 이들의 시선을 상쾌하게 사로잡았다.

월드클래스의 정순기 관장은 “시범단이 음악에 맞춰 군무(群舞)를 할 때 보면 여럿이 할 때는 보기 좋은데 한 사람씩 떼어 놓고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태권도 동작이 살아있질 않기 때문이다. 비록 군무를 하더라도 기본동작은 태권도로 확실히 다져놓고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범의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ATU 체계화된 경기운영 및 판정 모범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회 경기운영이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로컬 시합의 경우 심판이나 경기 운영을 그날 모인 자원봉사자나 각 도장 유단자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전문화된 장비나 경기운영, 공정한 판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시합장마다 잡음이 있기 마련이다.

경기 규정을 제대로 숙지 못하고 출전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때 지난 득점규정을 들이대는 심판이나 코치가 있어 혼선을 빚기도 한다. 도장마다 다른 품새며 도복 착용한 보호 장비도 다 제각각이다. 전자호구를 도입한 경기장에서도 심판진이 전문화되질 못하니 제대로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원활하지 못한 경기운영으로 경기가 지연돼 자정 가까이 돼서야 간신히 끝나는 시합도 있다. 그런 시합은 심판, 코치, 선수, 학부모까지 모두가 탈진이 되어 시합이 즐겁지가 않다.

하지만 이번 ATU시합은 전국규모의 내셔널대회답게 질서정연하고 조직적으로 치러진데다가 특히 심판진의 전문성이 돋보였다.

판정시비나 고성이 오가는 장면도 없었고 각지에서 모인 사범, 코치들 역시 겨루기와 품새 경기를 관람하면서 새로 바뀐 경기규정이나 심판규정 등을 자연스럽게 숙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로서 ATU가 모범적인 경기운영으로 선수, 코치, 관객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교육적 유익을 주면서 한층 높아진 태권도 경기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 주요 참가자의 미니 인터뷰]


다음은 ATU대회장에서 만난 조택성 회장을 비롯한 참가 지도자, 학부모, 운영진과 나눈 짧은 인터뷰를 소개한다.

ATU 조택성 회장

ATU 조택성 회장

Q. 이번 시합을 주최하는데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우리 운영진과 심판진에게 시합에 온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자고 거듭 강조했다. 최고의 매너로 최선을 다해 내년에도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기가 되도록 하자고 주문을 했다.

하나씩 단계를 제대로 밟아나가 태권도를 제대로 인식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시합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ATU시합에 참여해 주지 않겠는가?

조나단 킴(16세, 카뎃 대표) 선수의 아버지

Q. 어디서 왔는가? ATU 시합에는 자주 출전 하는가?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전국규모의 메이저 대회에 아들을 거의 다 출전을 시키고 있다. 작년과 올해 ATU시합에 참가하였는데 여기 와보니 한국사범님들이 참 잘 뭉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 엄청난 수의 도장들이 있고 개최되는 시합들이 많다보니 규모가 그만그만하고 특색이 없어져가고 있다. 게다가 어느 시합들은 몇몇 엘리트 선수들이 장악을 한 상태로 우승자 그룹이 바뀌질 않는다. 새로운 선수들이 발굴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질 않는다. 공부도 해야 하고 태권도도 좋아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그런 시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여기 와보니 친절한 경기운영이 돋보일 뿐 아니라 새로운 선수 발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매우 반가웠다. 여러 내셔널대회를 다녀보았지만 선수등록, 접수, 계체, 선수대기, 경기운영, 시상까지 모든 과정이 이곳처럼 매끄럽게 진행되는 곳은 많질 않다. USAT(미국올림픽위원회 산하 태권도협회)에서도 이런 경기운영을 보고 배워갔으면 좋겠다.

김우섭 사범(노스 캘롤라이나)

나 스스로가 사범이기 이전에 선수로 출전하는 아들을 둔 학부모다. 많은 국내외 시합을 다녀보지만 ATU시합에는 가슴으로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다. 모든 사범들이 무조건 이기려 하기 보다 자기 학생이 아니더라도 격려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낀다. 학부모 입장에서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잘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선수들 역시 승패를 떠나 이겨도 교만하지 않고 지고도 자신감을 잃지 않으며 함께 싸웠던 선수를 응원해 주는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인다. 그래서 우리 와이프는 ATU시합은 전쟁을 하러 오는 곳 같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고 한다.

손정민 사범(뉴욕, ATU 상임심판)

이 대회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미’가 있고 여유가 있다. 미국 사람들이 진행하는 경기에 가보면 정해진 룰대로만 하려고 든다. 규정이 그렇다는 말로 모든 것이 끝이다. 그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만 하다 보니 선수들을 생각해 주는 맛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정이 없다.

그리고 어느 시합장에 가면, 엘리트 선수들을 이끌고 나온 사범님들은 인사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 게다가 자기 도장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좋아하질 않는다. 그런데 여기는 경기는 치열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바로 친구가 되고 서로 응원해 주는 모습이 보인다. 주말 마다 미국 전역의 경기장에 불려 다니느라 피곤하기도 하지만 이런 인간적인 맛이 나는 시합에 올 때면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진다.




[무카스 글로벌 = 미국 이정규 통신원 | masterjung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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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태권도연합 #atu #미국태권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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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an Kim

    위 데모 동영상이 데모시합 1등한 팀인가요?

    2016-08-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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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ster

    미국에서 시합 문화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범님, 글 속에서 항상 돋보이는 관찰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6-06-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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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범

    미국 시합에서는 어린 학생 그것도 하얀띠 노랑띠도 겨루기를 하는군요.

    2016-06-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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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미국에서 태권도 시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볼 수 있어 좋습니다!

    2016-06-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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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범

    이사범님, 이번 유익한 글도 잘 읽었습니다. 태권도 시합문화가 배움이 있고 나눔이 있는 그런 귀중한 문화로 자리잡기를 원하는 일인으로서 사범님의 글이 한 사례로 보여져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6-06-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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