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Lee 美도장탐방] 美공립학교 태권도 교육 확산 비결?

  

제2편 - 미국 공립학교 태권도 확대 과정


김경원 사범은 미국 전역 400여개 공립학교에 태권도를 정식교과목으로 도입시킨 태권도 공교육사업의 중심인물이다. 그리고 US태권도센터에서는 미전역에서 온 사범들에게 공교육 태권도교육과정 및 교재와 커리큘럼 등을 전수하고 있다. 그래서 공교육 태권도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사관학교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곳은 태권도 공교육의 발상지요, 성지라 할 만 했다. 이번 편은 ‘미국 태권도 공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 주]


미국 공립학교에 태권도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20년 전, 문득 삶에 깊은 회의가 밀려왔다. 삶의 의미를 찾아 봉사를 하러간 곳이 시청에서 운영하던 파크 엔 레크리에이션 센터(Park and Recreation Center)였다.

컴퓨터와 농구, 배구, 뜨개질 같은 종목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컴퓨터는 20명이 시작해서 중간에 하는 둥 마는 둥해 인원이 줄어 마지막에는 2명 정도가 간신히 이수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태권도는 109명이 등록해서 109명 전원이 졸업을 했다. 그렇게 3년을 7군데에서 전 과정 100% 졸업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교육과정이 끝나자 어리광이나 부리던 아이들이 태도며 자세 그리고 눈빛까지 180도 달라지는 것을 보고 부모들이 놀랐다. 이때 태권도 교육의 효과를 눈으로 본 공립학교의 체육선생이 자기네 학교에 와서 시범교육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수업 전 미리 교장, 체육선생 등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 태권도를 교육하는 12주 동안은 학교 교육방침과 다르게 진행되더라도 묻지 말고 따라 달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어차피 엄격한 교육방법이 공립학교에서는 인정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을 했기에 이왕 잘릴 거면 시원하게 끝내버리자고 결심을 했다고.

그리고는 어린 학생들을 인정사정 안 봐주고 칼 같이 잡아 버렸다. 결과는 놀라왔다. 차렷 자세에선 눈도 못 돌리고, 숨도 못 쉬었다. 미국 공립학교의 자율적인 교육방식 탓에 도를 넘어 방만하기까지 했던 학생들의 태도가 태권도 수련 이후 딱 잡혀버린 것이 반전이 되었다.

12주 만에 졸업식을 거행하는데 완전히 제식을 갖춘 아이들의 변한 모습에 부모들이며 교장이 ‘쇼크’를 받았다. 이것이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 학교에서 서로 태권도를 지도해달라고는 요청에 한 곳에서 9개교로 그리고 24개교로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육의 목적

이 학교에서 첫 성과를 내자 교장이 같은 구역 교장들과 갖는 미팅에 참석해 태권도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 시켜 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래서 교장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한 김 사범은 “내가 미국에 처음 올 때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국이 최고의 선호 국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의 공중도덕이 무너지고 윤리가 무너졌는데 그것이 바로 공립학교 교육에서부터 무너진 것이다. 어린 학생이 임신을 하고, 마약에 빠지고, 갱단에 빠지는 것은 교육의 부재 탓이다. 그 교육의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태권도이다. 태권도 교육의 근본 목적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전수의 차원을 넘어 휴먼 에듀케이션(Human Education)이다. 인성이 잘 돼야 좋은 변호사가 되고 좋은 대통령이 되지 않겠는가. 바른 인성교육 그것이 태권도를 가르치는 이유다”고 말을 이어 갔다.

공교육 12주 커리큘럼은?

한 학년을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한 학기동안 체육시간에 태권도를 가르치고 점수를 준다. 태권도를 가르친다니 무작정 발차기, 지르기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매주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1주차는 인사법, 신발을 벗는 법, 제대로 앉는 법, 서는 법, 줄 서는 법, 대답하는 법, 어른들과 대화하는 법 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태권도 수업이 끝나면 사범이 도복을 입고 교장선생님과 나란히 각 교실을 순시한다. 태권도 시간에 배운 대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경청의 태도는 괜찮은지, 자세는 바른지 등을 점검한다.

문제가 되는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의 요청에 따라 직접 상담을 하기도 한다. 태권도를 배운 바가 있으니 학생들이 사범의 말이라면 다 잘 듣는다. 그렇게 교실을 방문해서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니 학교의 교육환경까지 현저하게 개선되어졌다.

도장에서의 커리큘럼과 공교육에서 사용되는 커리큘럼은 차이가 있는데 공교육에서는 정신교육이 90%라고 할 수 있다. 바른 자세와 태도, 예의범절 등 정신적인 면을 먼저 가르쳐 놓고 나서 태권도를 가르친다. 그런데도 짧은 시간에 학교에서 놀라고 주 정부에서 인정할 만큼 눈에 띄는 교육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태권도가 공교육에 접목해 들어가다 보면 가라테나 쿵푸 같은 쪽에서 견제가 들어올 수가 있다.

“태권도는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느냐? 우리에게도 기회를 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하버드대학 교육학 박사, 뱁슨 대학(Babson college) 비즈니스 학과 교수들과 함께 태권도공교육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도 이미 발표해 놓았다. 그리고 12주 교육 과정에 필요한 정식 태권도교과서도 교육기관의 검증을 받아 제작해 학생들에게 배포되고 있다.

주지사와 공교육 에피소드

하루는 공립학교에서 수업을 가르치는데, 태권도교육에 대해 시교육장에게 보고를 받았던 주지사가 연락도 없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감히 내 수업에 허락도 안 받고 수행원들을 데리고 쭉 들어오다니, 미국 대통령이 와도 이 수업만은 멈출 수 없으니 끝난 다음에 얘기합시다.”라며 서서 기다리라고 했다.

‘주지사가 도장 렌트비 내주는 사람도 아니고 왜 수업시간에 와서 방해를 하나? 내가 눈치 볼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그랬다. 그래서 주지사와 시교육의장 등 수행원들이 단체로 수업시간 내내 두 손 모으고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찍힌 사진이있다.

가운데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사람이 드발 페트릭 메사추세스 주지사다.


주지사가 수업을 보고 돌아간 다음 날 공립학교에 지정된 연장교육프로그램(Extension program) 예산이 1천 6백만 불에서 3천 2백만 불로 두 배가 인상돼서 통과되었다. 메사추세스 16개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거기에 태권도도 끼어있었다.

그런데 주지사가 우리 태권도교육을 보더니 바로 32개 학교로 이 프로그램을 확대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예산이 두 배로 올라 간 것이다. 덕분에 메사추세스주의 교장 900명이 모이는 컨퍼런스에 태권도 공교육 프로그램이 성공사례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공교육은 교육봉사다

태권도 공교육은 지역사회를 위한 순수 자원봉사다. 학교에선 시간과 장소만을 제공한다. 사범이 자기 시간 내어 무상으로 가르치고 도복까지 주는데다가 12주 과정이 끝나면 학생들의 자세며 눈빛이 칼 같이 변한 채 부모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한다. 그러니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 학년 12주 교과 과정이 끝나고 나면 다른 학년도 가르쳐 달라고 매달린다. 어떤 학교들은 전교생을 동시에 가르쳐 주길 원하는 곳도 있어 사범이 아침부터 학교로 출근해 전 학년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공립학교를 찾아가서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 줄 테니 시간을 달라고 하면 먹히질 않는다. 정식 교과시간을 할애 받는 일은 학교장의 재량도 아니고 상위기관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개인이 찾아가 부탁한다고 들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경원 사범이 공교육 태권도를 진행한 태권도교육재단은 이미 숱한 공교육 태권도 실적과 결과물을 토대로 이런 협상이 가능하다고 자부했다.

김경원 사범은 공교육 태권도와 관련 “우리 태권도 사범은 교육자이다. 우리가 먼저 이렇게 지역사회의 교육을 위해 힘을 쓰면 좋은 기운이 돌아 좋은 문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이런 일에 힘을 쏟는 것이야말로 진짜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공교육의 미래와 해외 공교육 확대

미국은 아직도 공교육에 손댈 곳이 수도 없이 많다. 만약 각 지역의 태권도 사범들이 이렇게 모두 공립학교에 들어가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가정을 했을 때 30년 후의 미국은 어떻게 되겠나? 대통령이 나와도 태권도를 배웠던 대통령이 나올 것이고, 태권도 정신이 박힌 인재들이 쏟아져 바르고 힘찬 기운이 도는 더 나은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럴 때 태권도를 대하는 높은 인식과 새로운 문화창출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그리고 태권도는 배움에 있어서 성별, 종교, 인종, 사상을 가리지 않는다. 난민으로부터 미국 대통령까지 태권도를 한다.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도구다. 그래서 온두라스의 경우 체육부 장관이 전 온두라스 초등학교에 태권도교육을 의무화 시키겠다는 MOU를 이미 태권도교육재단과 체결을 한 상태이다.

마약에 찌들고 가난에 찌들고, 롤 모델이 없어 가야할 방향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통해서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라의 재건에 원동력이 될 미래의 고급인재들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공교육 태권도

미국과 달리 종주국 한국에서 태권도 공교육이 기본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오히려 태권도 지도자들이 꺼리고 있다. 아마도 사범 하나가 한 학교를 다 가르치면, 교문 밖의 도장들은 다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를 새로운 교육시장의 확대라는 차원에서 볼 수는 없는 일일까.

미국에서 한국 태권도 공교육 추진에 힘을 썼던 김경원 사범은 “워낙에 공교육 태권도는 한국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세팅에 맞춰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태권도 시장에 변화를 주면 어려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알려 준 것뿐인데 이를 여러분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지금은 한국에 태권도 공교육을 도입할 생각이 없다. 그곳에는 훌륭하신 사범님들이 많은데 굳이 이것이 한국 태권도시장에 피해가 된다면 더더욱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에서도 공교육 태권도는 절대 공격적으로 다가서지 않는다. 그냥 하다보면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필요한 사람들이 좋아해서 원할 때 비로소 봉사도 뜻이 있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교육 태권도는 봉사에서 시작해서 봉사로 끝내자는 것이 그 근본 취지였던 것처럼 말이다”고 덧붙였다.

[글. 무카스미디어 = 미국 이정규 통신원 | 태권월드리서치 | masterjung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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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TA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사범님.

    2016-02-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

    태권도가 미국 공교육을 통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기분 좋습니다!

    2016-02-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뉴욕에서

    이사범님, 이 뉴욕에도 이 좋은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6-02-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오진규 사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6-0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U.S.1이사범

    몰랐었던 정보 감사합니다.

    2016-0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황상현 사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16-0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top ma

    wow....thank you sir

    2016-0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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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사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6-0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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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밍 김사범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6-0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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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서

    이사범님, 잘 몰랐던 태권도 공교육의 상세한 내용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2-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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