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기원, 태권도인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이유

  


“토끼를 잡을 땐 귀를 잡아야 하고, 닭을 잡을 땐 날개를잡아야 한다.” 그리고“고양이를 잡을 땐 목덜미를 잡아야 한다. “ 집나간 가축들을 잡아 들이는데쓰는 방법이다.

그러면 사람을 잡을 땐 어디를 잡아야 할까? 멱살을 잡으면 싸움이 나고 손을 잡을면 뿌리친다고 한다. 그럼 발을 잡으면 될까? 그것도 아니다. 사람을 잡기 위해서는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요즘 한창SNS에 떠다니는 글이다. 해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어째서 국기원 관계자들은 모를까. 아니면 아예 눈과 귀를 닫기라도 한 것일까?

지금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련의 국기원 정책(특별심사 및 해외 심사관 정책)을 놓고 국내외 할 것 없이 온통 난리다. 목소리를 높이는 대다수가 태권도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그렇다. 그들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마음을 잡으면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국기원은 왜 헛다리를 잡고 태권도와 국기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질 일이 있다. 첫째, 소통이다. 둘째도 소통이다. 셋째도 소통이다. 소통, 소통 또 소통이다. 어떤 정책을 시행하려면 먼저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정책의 필요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여론화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대부분의 문제점들이 사전에 걸러져 합의를 도출하기가 쉬워진다. 시행 절차와 방법도 그 안에서 대부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간단하고 기본적인 원칙만 준수 한다면 지금과 같은 난리법석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별심사 실행이 결코 잃는 것만 있을까? 엊그제 워싱턴에서 있었던 태권도 고단자 모임에 참석했다. 거기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1970년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와 여지껏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한결같이 한길을 걸어온 분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 지역에서는 나름 태권도 사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 받고 있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선행으로 지역 사회에도 잘 알려진 인사다. 그런데 최근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그동안 제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단증을 주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국기원 단증을 받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5단 이상까지 받은 제자를 비롯 그분 조직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단증을 받은 제자(사범)들이 많으며 여전히 지금도 대부분의 그 제자들이 도장에서 쉬지 않고 땀을 흘리며 태권도를 수련하거나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단을 따는 제자들에게는 국기원 단증을 신청해서 받게 하면 되겠지만, 이미 받은 제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도장을 운영하는데 있어 어느 특정 단체에서 발급한 단증을 요구하는 제도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학생들이 받는 단증이야 오죽하겠는가. 올림픽이나 세계 태권도 대회에 출전하기 이전에는 말이다.

국기원 단증은 필요하다. 국기원이라는 브랜드가 더욱 더 파워풀했으면 좋겠다. 그분이 이제라도 국기원 단증을 발급 받겠다는 의지는 참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절차나방법은 여전히 미지수다.

한 가지 방법은 특별심사를 거쳐 현재 가지고 있는 단증과 교체해주는 것이 한 방안이라고 할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국기원과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와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파악된 바로는 미국에 발행된 국기원 단증 숫자가 미국 전체에서 통용되는 비국기원 태권도 단증에 비해 10분의 1(less than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90%는 국기원과 상관없는 유사단체 또는 개인들이 발급하는 단증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만약 저들을 국기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국기원(단증) 브랜드 파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국기원은 이 같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거기에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질이 좋은 태권도 시장이다.

그래서 태권도를 업으로 사는 많은 지도자들은 그 파이를 키우기 위해 여념이 없다. 여타 무술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국기원의 입장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 내 시장은 이미 한물갔다는 푸념 섞인 대화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물론 태권도를 이윤성으로만 따질 수 있는 성질은 아니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앞의 이야기는 현재 한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와는 달리 미국에서만 있을 수 있는 특별한 경우일 수도 있다.특별 심사를 하고 안하는 것은 국기원의권리이자 책임이다. 정책 시행자가 전후좌우를 잘 파악해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어쨌든 국기원도 더이상 블루오션 미국을 향해 투자하는 것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지금 미국에는 전 세계 모든 무술들이 생사를 걸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태권도장간의 경쟁만이 아니다.

어느 날 안개처럼 사라진 무술들이 미국에는 무수히 많다. 그것이 바로 미국 시장이다. 태권도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미국은 결코 국기원이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한 곳이다.

국기원 국제 담당 부서는 세계 시장을 꿰뚫는 안목과 능력을 가진 더 많은 인원들로 확충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 일선 지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급선무다. 소통을 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 아닌가. 국기원은 이제라도 현지 태권도 지도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를 열어야 한다.

미국은 물론 해외 일선 지도자들 역시 국기원이 명실상부한 세계본부로서 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도아주어야 한다.

지난 11월5일 국기원은 미국 심사 정책 시행과 관련하여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2017년부터 시행예정인 새로운 심사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방안으로받아들인 것이다.

잘 결정한 일이라 생각하며 더욱 더 활발한활동을 기대한다. 한다. 이미 공고가 나간 행사(11월19-22, 시카고 등)를 제외하고 그 이후에 실시할 행사들의 구체적 방안은 특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얻어진 결과다. 국기원이 추진하고자 하는 근본 목적과 현지 여건 그리고 실정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만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거리가 먼만큼 더 많은 접촉이 필요하다. 역시 또 소통이다.

미국심사관 제도 특별 위원회 구성과 그 역할에 대한 발표가 아직 뒤따르지 않고 있다. 국기원 홍보팀은 이 같은 사실을 일선 지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속도감있게 전달해야 한다. 국기원 웹사이트나 Face book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하면 간단하다. 국기원에 바란다.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박천재 교수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 여가 스포츠 사회 심리학 박사 (’05)
1982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우승
국기원 9단 승단 응심(‘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미국 태권도팀 단장(’15)
워싱턴 태권도 무예 고단자 연합회 사무총장(’15)
저서 <발차기 너머의 태권도> 집필 및 다수의 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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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갑습네다^^

    반갑습네다^^

    2015-11-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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