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태권도 선수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2015 타오위안 아시아 태평양 농아인 태권도 대회”
25일간의 강화 훈련 및 아시안게임을 다녀와서(2부)


임영진 감독

(지난 편에 이어) 이제 25일간의 강화 훈련과 2일간의 대회 적응 훈련을 마치고 대만 타오위안 대회를 위해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우리 대표팀은 10월 1일 이른 시간 출국을 했다.

다행히 대만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시차 적응도 필요 없고, 날씨나 음식에도 큰 지장이 없어 우리 선수들에게 대회 외적인 부분에서 별다른 부담감은 없었다.

대만에 도착 후 여정을 풀고 바로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둘째날 대표자 회의를 통해 대진 추첨을 하고 셋째날 현지 적응 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매트를 밟아 볼 수 있었다.

대진 추첨 결과는 5명의 선수 중 3명이 이란 선수들과 8강과 준결승에서 만나는 대진이었다. 일반 선수들의 경우 주니어와 청소년을 비롯한 시니어 선수들까지 최근 들어 이란이 급성장 하고 있기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코칭 스텝 그리고 선수들 또한 이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아시안 게임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화려한 개막식과 한국 팀 입장식 및 식 후 행사까지 마무리 하고 본격적인 대회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일반 선수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장애인 선수들도 이란과 UAE 그리고 대만 등의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을 크게 위협을 하였다. 하지만 대회 결과를 분석해 보면 큰 실력의 차이 라기 보다는 상대 국가의 노장 선수들과 우리나라의 신예 선수의 차이라는 분석이었다.

선수들의 실력에서 승, 패가 갈린 것이 아니고 경험에서 온 결과라는 것이다. 타 국가 노장 선수는 여유가 있고 리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 미래가 없다는 단점이 있고 신예 선수는 긴장한 나머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지만 큰 대회 경험을 통해 성장 할 수 있으며 고등학생 이라는 어린 우리 선수들은 미래가 밝다는 것이다.

대회 결과는 이란과 동률을(금2, 은1, 동2) 이뤘지만 중량급 우승 체급이 대한민국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특히 이란 선수들은 큰 신장에서 나오는 커트 발에 이은 상단발로 대부분 공격 포인트가 형성되면서 전자 호구의 특성을 잘 살렸지만 기본기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을 크게 위협하지는 못했고 오히려 우리 선수들의 경험이 조금만 더 쌓인다면 이란 선수들보다 훨씬 더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는 한국2개, 이란2개, 대만1로 총 5개의 금메달을 3개 국(國)에서 나누어 가져갔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노장이 많았던 반면 한국 선수들 분포는 고등학생 2명, 대학생 1명과 대학생 또래 1명, 그리고 30대 노장 1명으로 타 국가에 비해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농아 태권도 선수들에 대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대책

이제 앞으로 우리 농아 선수들에게 큰 틀에서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일반 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농아 선수들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선수층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만큼 이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한 달 간의 훈련을 계획하기 보다는 이천 훈련원(선수촌)에서 훈련 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분기별 훈련을 계획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 훈련 기간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고 체력을 끌어올리며 전자 호구에 대한 적응 능력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선수들은 수시로 대회에 출전하지만 농아 선수들은 상대 선수도 다양하지 않고 대회도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부여된 훈련원의 훈련 기간을 분기별로 실시하여 파트너 선수들을 활용한 경기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농아 선수들은 미래가 없다. 준비되지 않은 1세대 선수들은 이끌어준 지도자도 없었고 선수들 혼자 미래를 준비 할 여력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운동만 했지 자격증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였으며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 금메달 선수도 사회에 나오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햄버거 가게에서 소일꺼리를 하거나 공장 같은 곳에서 단순 작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안타까운 실정에 우리 선수들이 대부분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농아 선수들은 농아 올림픽이 있다. 농아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시니어 올림픽과 똑같은 연금 혜택이 부여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에 희망을 걸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는 있지만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계를 이어가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농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들은 세심하게 선수들을 관리하고 이끌어서 사회에 진출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도록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체육회(행정가 or 지도자)나 각 지역 체육회 그리고 협회나 각 지역 복지관 또는 특수체육 교사 등 조금만 선수들을 준비시켜주면 얼마든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앞으로 농아 체육을 이끌고 농아 체육의 주인은 농아 선수들이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며 농아 선수 출신도 석, 박사들이 배출되고 당당히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농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진정한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신체가 불편한 태권도 선수들도 단지 약간 불편할 뿐이지 그들이 찾아야 할 권리가 있고 누려야 할 복지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대회에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준비만 잘 하면 밝은 미래가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그 미래를 찾기 위해 선수들에게 등불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무쪼록 강화훈련과 아시안게임을 무사히 마치며 본 지면을 통해 선수들과 코칭 스텝 그리고 장애인 체육회 모든 관계자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글. 임영진 감독 | 2015 농아인태권도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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