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패럴림픽 ‘비상’… 예산타령 장애인 태권도 육성 ‘외면’

  

제6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 선수 파견 불투명, 선수 자원도 두 명뿐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5회 대회에서 한국현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다.


올해 연초 태권도계에 큰 경사가 일어났다. 국제장애인올림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태권도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참여하는 올림픽 스포츠가 됐다.

그러나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비장애인에서는 경기력 저하로 위기를 맞고 있고, 장애인은 무관심해 선수 출전조차 희박한 상황이다. 세계태권도연맹 산하 206개 회원국 중 거의 유일하다시피 국가 내에 ‘장애인태권도협회’를 보유한 나라인데 황당한 선수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는 17일 터키 삼순에서 '제6회 WTF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고 첫 개최되는 매우 뜻 깊은 대회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출전이 불투명하다. 그 이유는 예산이 없어 선수 출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명의 국가대표 선수는 대회 출전여부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현재 WTF 세계장애인선수권과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 경기는 절단 장애인 선수의 겨루기 종목에 한정적이다. 현재 한국에 절단 장애인 선수는 단 두 명뿐이다. 더 많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었음에도 그 이상 늘지 않고 있다. 2020 첫 패럴림픽을 어떻게 출전해 메달을 획득할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역대 다섯 번의 세계대회에 2009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회 대회와 지난해 201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 5회 대회에 절단 장애인 태권도 선수 한국현 선수(36)를 두 번 파견했다. 파견했다가 보다 WTF의 요청에 의해 어부지리로 출전시켰다. 비용 또한 WTF 지원과 국내 한 사업가의 후원으로 출전했다.

올해도 매우 뜻 깊고 중요한 대회라 한국에서 출전을 해야 함에도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회장 직무대행 송봉섭, 이하 장애인협회)는 대회 개최가 코앞인데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또 WTF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4일 선수와 임원 등록을 KTA를 통해 8일 마쳤다.

문제는 선수는 자신들이 파견될 사실 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현재 등록현황에 따르면, 코치는 사무국장, 감독은 전무이사 등 선수단은 모두 4명이다. 실제 선수를 전문적으로 세컨을 볼 지도자는 없다. 비용도 협회 예산이 아닌 WTF가 회원국에 배당한 펀드를 받을 예정이다.

WTF는 가맹국마다 연간 약 1만불(1천2백만원) 한도 범위에서 태권도 보급과 교육, 대회 출전 등의 명목으로 필요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이 펀드를 장애인태권도 선수단 파견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 결국 장애인태권도협회는 자체 예산이 아닌 타기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장애인협회 신윤암 전무이사는 한국에서 세계선수권에 선수를 파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IPC에서 인정하는 대회와 행사에만 지원한다. WTF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는 IPC 가맹단체의 대회가 아니므로 장애인체육회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국은 예산을 이유로 출전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올림픽에 정식종목인데 국가 체육회에서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은 장애인올림픽 종목이 아니었다. 올해 예산은 이미 작년에 벌써 결정 난 것이다. 올해 연말 내년 장애인선수권대회에 미리 예산을 울려 풀릴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고 안일한 행정태도를 보였다.

정작 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태권도협회에서 적극적인 지원 요청 사실이 없었음을 밝혔다. IPC에서 인증하는 대회와 종목 위주로 지원을 하는게 맞지만, 태권도의 경우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이 채택된 만큼 예산이 없으면 특별 예산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협회에서 장애인체육회 관련 부서에 지원을 요청하라고 대신 말 좀 전해 달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제6회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도 한국 선수단은 어부지리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현 선수와 이명호 선수가 참가신청을 마친 상황. 그러나 이들 선수들은 지난 4월 대만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 출전 이후 별도의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터키를 비롯한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프랑스, 몽골 등은 정부와 태권도협회 또는 민간 차원에서 장애인 태권도에 전략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원한 만큼 성적으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이들 나라뿐만 아니라 더 많은 나라들이 지난 1월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계기로 지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부터 선수단 규모와 그 실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최초의 절단 태권도 장애인 국가대표 한국현 선수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다. 지원을 둘째치더라도 협회에서 선수들의 발굴과 육성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면서 “진정한 태권도 종주국은 장애 편견 없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그간의 국내 태권도 단체에서 장애인 태권도의 무관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 세계 태권도 가맹국 중 유일하게 전국적으로 장애인태권도협회를 보유한 한국.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되었음에도 예산타령하며 선수를 파견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당당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선수 발굴과 육성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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