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탭(tap)이란 무엇인가?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예전 합기도를 수련할 때 관절을 꺾는 기술을 특히 많이 연습을 했었다. 상대가 기술을 걸때마다. 그래서 기술을 거는 부위에 통증이 생길 때, 사범님의 대처방안은 “바닥을 두드려라 그러면 놓아줄 것이다!”라고 설명을 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동작을 탭(tap)이라고 말하지만 당시에는 탭(tap)이라는 용어조차도 붙이지 않고 그냥 “바닥을 치시오!”라고 정의했습니다.

최근 외래무술 중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무술이 브라질리언 주짓수이고 이 무술의 영향으로 탭(tap)라는 단어가 보편화되었습니다.

공권유술을 배우기 위해 입문한 초보자들은 와술을 수련할 때 그리고 와술 스파링을 할 때 사람들은 탭(tap)라는 의미를 안타깝게도 치욕적인 패배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또는 비슷한 맥락으로 상대에게 탭(tap)을 한다는 것은 굴욕적 행동 또는 약함을 노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공권유술에 입문하기전 타 무술을 어느 정도 수련했던 사람들이 이러한 성향이 강했습니다.

과거 합기도를 수련하면서 바닥이나 자신의 몸, 상대의 몸을 터치하거나 두드려서 표현하는 행위는 당신의 기술이 정확하게 들어갔다는 의사표시였습니다. 간혹 두드리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경망스러워지면 몹시 아프다는 것으로 간주하여 즉시 기술을 멈추었습니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탭이라는 것이 패배의 신호가 아니라 너의 기술이 훌륭하다는 일종의 싸인이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일본의 아이키도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권유술 도장에서도 브라질리언 주짓수처럼 와술 스파링을 하지만 어느정도 무술에 조예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초보는 선배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자의 경우 많은 힘이 들어가고 승부에 집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초보자라고 부르는 거겠죠.

타 무술을 하다가 공권유술에 입문하여 스파링을 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어느정도 그쪽 계통에서 수련했는지 금방 경력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를 거칠게 다루는 사람에게 탭을 치는 이유를 물어보면 가장 많은 대답이 “부상의 예방”이라고 말을 합니다. 아무리 오래된 그래플링 경력자가 아니라도 이러한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면 탭을 늦게 치거나 안치게 되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건가?”라고 물었을 때 확신에 찬 대답으로 돌아온 것은 언제나 “그렇죠!”였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언제나 기술이 모자란 사람에게 부상의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팔이 부러진 것은 탭을 늦게 쳐서 그런 거야!”

“그러게 기절하기 전에 버티지 말고 진작에 좀 탭을 하지 그랬어?”

이러한 무도문화에 초보자들은 기술이 모자라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프로시합 또는 아마추어 시합이 아닌 이상 도장에서 실력향상이나 즐기면서 하는 스파링에 이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비록 상대가 기술을 걸렸음에도 탭을 치지 않으면 즉시 기술을 중지해야 하는 것이죠. 탭을 안치거나 늦게 쳤다고 결코 부상의 위험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스파링전 탭을 하는 행위가 결코 굴욕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충분히 설명을 하고 스파링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지만 초보자의 경우 생각과 몸이 함께 작동하지 않아요.

아마도 TV에서 종합격투기시청을 하면서 눈이 탱탱 부어오르고 코에서 코피가 쏟아지는 사람이 비참하게 탭을 치면서 경기가 끝나는 장면을 많이 본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며칠 또는 몇 주의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지도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선배와 초보자가 와술 스파링을 할 때 후배는 선배에게 가로누워십자꺽기를 구사합니다. 아시다시피 기술이 너무 얇으면 정확하게 십자꺽기는 들어가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중팔구의 초보자는 억지로 팔을 꺽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들은 선배를 이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적으로 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때 선배는 초보자를 위해 팔을 깊숙이 넣어주어 정확히 기술을 걸 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기술이 정확히 걸리면 선배는 번개 같이 탭을 하게 됩니다. 0.1초사이에 탭을 다섯 번은 할 겁니다. 정말 늦게 탭을 하면 팔을 다칠 수도 있어요. 상대가 초보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후배는 매우 기분이 좋겠지만 선배가 한 탭은 초보자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의미가 아니잖아요? 조금만 관찰해 보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간혹 어떤 초보자는 선배가 이렇게 기술을 받아준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십자꺽기가 성공했다고 믿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초보자는 십자꺽기의 각도를 알게 되고 원리를 터득하게됩니다. 그리고 초보자는 나중이라도 선배에게 받은 친절로 인하여 실력이 향상된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초보자는 선배가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기술을 똑같이 후배에게 친절로 갚게 됩니다.

이러한 행위가 기술을 저하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기술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입니다.

탭이란 이런 것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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