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등산을 하는 것처럼

  


중랑천 자전거 도로는 잠실부터 의정부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길옆으로 코스모스와 가로수가 늘어서 있는 도로를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란 정말 상쾌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중간에 매점도 들려 막걸리도 한잔 마시거나 힘들면 나무그늘 밑에 잠깐 자전거를 세워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떤 여가선영보다 즐거움이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타는 자전거가 좋습니다.

개중에는 자전거를 타면서 선수가 되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 시합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얻으려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똑같은 자전거 타기지만 누구든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이나 용마산으로 등산을 갑니다. 하지만 정상을 오르겠다는 목표로 산에 오르지는 않아요.

어떤 이들은 나와 같은 등산 스타일의 행태에 “정상에 오르지 않으려면 뭐 하러 등산을 하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마다 등산을 오르는 기쁨의 관점이 다르다고 나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산의 정상에 오르면 산을 정복했다는 기쁨도 있겠고, 무엇인가 이루었다는 성취감도 있겠지만 지금의 내 경우는 그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과거 나또한 산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새벽부터 등산을 시작해서 정상을 오르면 기념촬영을 한 후 바로 하산을 했고 그러면 어느덧 밤이 되었습니다.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등 안 가 본 산이 없었는데, 오로지 정상을 목표로 오르다보니 정말 즐겨야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고 함께 등산을 하는 사람과 대화도 없어지고 부상에 노출되거나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나의 경우에는 “등산의 기쁨이라는 것이 꼭 정상을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문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공권유술을 훈련하여 종합격투기의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습니다!”

도장을 방문하여 이러한 질문을 하는 젊은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전문선수를 양성하는 한국의 종합격투기 팀을 몇 군데 소개시켜주고 그쪽으로 가보라고 말을 하는데 대체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공권유술을 수련하면서 실력이 향상이 되면 자신의 기술에 자신감이 붙게 되고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더욱 쎈 사람과 실력을 겨루어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이정도의 실력을 향상 시키려면 많은 량의 훈련을 소화해야하고 잦은 부상이나 개인의 시간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술이나 담배 같은 기호품도 자제해야하는 절제심도 있어야 하겠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하고 결심이 서게 되면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본인이 프로무대시합에 출전하고 싶다면 결코 반대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러한 수련생들은 공권유술도장의 수련생 전체의 5%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일반 MMA체육관도 전체관원의 5%정도만이 MMA시합에 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격투기 지도자들은 자신의 제자가 훌륭한 선수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로인하여 제자의 기술이나 체력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지도를 합니다. 실력 좋은 격투기선수를 양성하여 챔피언을 배출시키고 그것에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제자가 각종대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지도자로써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째서 당신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자를 양성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면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등산을 하는 것처럼 무도를 가르치는 지도자들도 성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도자마다 무도를 지도하면서 추구하는 것이 다른 겁니다.

가령, 오늘 종합격투기시합에 출전한 선수 5명을 입문시켰다고 한다면 그래서 일반 수련생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면 아무래도 전문선수들에게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다른 시간대를 편성하여 특별훈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관심은 전문 선수반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도자는 도장의 명예를 걸고 선수를 출전시키기 때문에 시합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전문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나의 경우는 전문격투시합에 출전하는 5%의 선수를 위하여 나머지 95%의 수련생에게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쓰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 참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선수를 전문으로 양성하는 지도자는 나의 이러한 생각과 다르다는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도장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무도를 지도하는 지도자는 완전한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로 무장하여 학생들을 지도해야하며 수련생들은 수련을 건전한 여가선영을 통한 자기성찰을 이루어 낸다는 철저한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으로 수련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도를 취미로 한다고 해서 지도자는 질이 떨어지는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불완전한 테크닉을 연습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양질의 기술을 습득하여 보다 실전적이고 강인한 마인드를 다질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방법을 채택하여 즐겁고 건전한 한국의 정통 무도수련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자기의 기량을 확인하거나 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시합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공권유술시합에 출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역시 공권유술의 시합 룰이나 훈련방법 또한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하여 누구든지 즐기면서 시합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어 수련생 전체가 선수가 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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