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아론 쿡과 GB팀, 그리고 비앙카 웩던

  

태권도판 로미오와 줄리엣, 승패 그 이상의 경기


2015 첼랴빈스크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80kg급 준결승, 조국 영국태권도협회와 갈등을 겪으며 당시 세계랭킹 1위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 출전이 좌절되었던 ‘매버릭’ 아론 쿡이 등장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영국을 대표해 세계랭킹 4위 데이몬 삼순이 영국 GB팀의 자존심을 지키고 아론 쿡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다.

두 선수의 경기는 단순한 결승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무관의 제왕’ 아론 쿡은 자신을 내친 GB팀에, GB팀은 올해 초 국적을 몰도바로 옮겨 2016 리우올림픽에 나서는 현 세계랭킹 1위 아론 쿡과 깊은 감정의 골을 여전히 갖고 있다.

아론 쿡과 비앙카


두 선수의 경기는 치열하고 뜨거웠다.

아론 쿡이 먼저 몸통 득점을 뽑아냈지만 장신의 데이몬이 왼발로 머리득점을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 2회전서도 다시 왼발 머리 득점으로 점수를 뽑아내며 멀찌감치 달아다는 듯 했다.

그러나 아론 쿡의 전투력도 남달랐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발바닥 뒤꿈치 센서를 이용한 몸통공격과 뒤차기를 성공시키며 추격했고, 3회전 다시 데이몬이 왼발 머리 공격으로 앞서나가자 아론 쿡 역시 끈질기게 추격해 종료 5초를 남기로 데이몬이 경고 누적으로 감점을 받으며 13대 13 동점으로 골든포인트에 돌입했다.

그러나 골든포인트는 허무하게 끝났다.

골든포인트 시작과 거의 동시에 아론 쿡의 왼발이 강하게 데이몬의 몸통을 노렸지만 동시에 데이몬의 왼발 뒤꿈치 부분이 아론의 옆구리에 박히며 승부가 결정되었다.


게리홀이 남자 -80kg급 준결승전서 데이몬 삼손이 아론 쿡을 꺾자 기뻐하고 있다.


이때 경기장 스탠드 프레석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던 GB팀 퍼포먼스 디렉터 게리 홀은 승리를 기뻐하는 춤을 추기 시작했고, 단순한 승패, 혹은 결승 진출이 아닌 감정의 표출을 여과없이 드러났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아론 쿡의 연인은 GB팀의 비앙카 웩던. 비앙카는 이번 대회서 여자 -73KG급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비앙카는 누구를 응원했을까?

경기 내내 아론 쿡이 리드를 내어주며 골든포인트로 경기가 이어지자 안절부절 못하며 아론 쿡을 응원하던 비앙카는 경기가 끝난 후 웜웝장으로 달려가 아론 쿡을 꼭 안아주며 위로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영국 태권도, 아니 GB팀을 강호의 반열로 끌어올리며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서 영국 역사상 첫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을 만들어 낸 게리 홀, 그리고 강한 자존심과 정통 스타일의 태권도를 고수하며 GB팀에 합류하지 않고 개인 훈련을 고집하다 갈등을 빚어 조국서 버림받은 아론 쿡, 그리고 아론 쿡의 연인으로 GB팀 여자 중량급을 대표하는 비앙카 웩던.

태권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만 한 스토리다.

<무카스-태권도신문 연합 = 첼랴빈스크 | 양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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