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칼럼> 한국 남자 태권도, 역대 최악의 성적 이유는?

  

대표팀 내부 이번 결과에 만족스럽다는 반응… 외부에서는 ‘걱정’ 온도차


한국 남자 태권도가 역대 최악인 종합 4위를 기록했다.


역대 최악이다. 우승은 전통적인 강국 이란에게 넘긴다 치더라도 2~3위는 지켜야 했다. 그게 체면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4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수모를 겪었다.

12일(현지시각)부터 7일간 러시아 첼랴빈스크 트락토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5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 중 금메달 3개는 모두 여자에서 나왔다.

애초 KTA와 태릉에서는 겉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노골드’를 걱정할 정도로 약체로 평가했다. 그러나 기대 이상 선전했다. 8명 중 3명이 결선에 올라 모두 금메달을 땄다. 남자는 금메달 3~4개를 노렸으나 고작 금메달은 1개 그리고 동메달 1개가 전부다. 이란은 남자에서만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우승했다.

대한태권도협회 책임을 지는 한 임원은 “뭐 이정도면 만족한다”는 분위기다. 해당 임원은 “실은 남자는 금메달 2개, 여자는 1개를 예상했다. 세대교체 과정이라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남자) 남자도 잘 했다. 기대했던 대훈이가 졌지만, 올림픽 전에 져서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16개의 금메달 중에 4개를 땄으면 잘한 것”이라고 총평했다.

글쎄. 한국 태권도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단은 이 임원의 목표와 총평에 난색을 표했다.

태권도가 세계화가 되고, 기술이 평준화 된 가운데 금메달 4분의 1을 가져온 것은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더 잘할 수 있고, 다음에 더 잘해야 하고, 곧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리우 올림픽, 또 4년 뒤에 곧 열릴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한국 태권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진짜 총감독은 트레이너로 비전문가인 시도협회 전무이사가 감독이 되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 태권도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그렇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대표팀 감독을 여전히 시도 전무이사와 협회 임원이 나눠 먹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코미디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김태환 회장(새누리당)은 이번 대회에 임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하고서는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관행이 계속 이어지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면 체육 훈‧포장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에 출전하면 종합우승하던 시절이야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는 인사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줄 수 있었다지만, 이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무임승차’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상대 국가 선수들의 면면을 사전에 점검할 정보자료는 여전히 전무하다.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는데도 이번 대회 역시 KTA 임원이 정보 분석 담당자로 파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정보 분석관은 대회 내내 자리를 지켰지만, 매우 단순한 정보의 기록만을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과 경쟁하는 여러 상대 국가는 정보분석팀에 꽤 많은 것을 투자한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그러한 노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호주, 이란, 아제르바이잔, 대만, 일본, 중국 등이다. 특히 영국은 카메라 12대를 준비해 기본 5개 코트를 모두 촬영하고, 경기운영팀에 요청한 특정 선수의 주특기 발차기와 전수를 별도로 촬영 분석을 하고 있었다.

세계선수권 사상 42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이 금메달을 배출했다. 가라테와 유도의 나라인 덕에 태권도 보급이 더딘 이곳에 얇은 선수층에서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정보분석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 그에 대응하는 전략과 전술을 세세하게 짜는 것이 대회 출전에 임하는 각오다.

한국은 그런 점에서 너무도 무관심할 정도다. 매번 필요성은 느끼지만, 예산타령과 환경 탓만 할 뿐이다. 이번에 출전해 우수한 실력을 거둔 한 선수는 자신과 경기를 뛴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이튿날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어느 누구도 상대가 어떤 선수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대응하고, 이기는 전략을 세우지도 않았다.

성인 대표만이 잘해서는 이제 절대 안 된다. 주니어와 그 아래 카뎃(유소년)까지 시스템화로 육성해야 한다. 이미 다른 나라 국가는 유소년-청소년-성인 국가대표를 체계화하고 있다. 한국은 성인만이 런던 올림픽 이후 상비군 체재로 전환됐다.

이번 대회 여자 -46kg급에서 우승한 태국의 파니팩 웡팟타나킷(Panipak WongPattanakit)과 남자 -54kg급 준결승에서 한국의 김태훈을 심하게 괴롭혔지만 패해 동메달을 딴 람나롱 사웨키하레(Ramnarong SAWEKWIHAREE)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선수다. 둘 다 태국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으로 2020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육성시키는 그룹인데 벌써 세계무대 정상에 올랐다.


영국은 카메라 5대를 상대로 촬영하고, 한국은 다이어리에 "오른발 좋음" 등 기록이 전부


정보분석과 체계적인 유소년-청소년-성인 시스템의 표본은 ‘영국 태권도’를 빼놓을 수 없다. 32명의 분야별 스태프가 영국 태권도 선수단을 지도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리치료사, 심리전문가, 체력담당가, 영양사, 비디오분석관은 물론 한국인 지도자 2명을 포함한 6명이 뛰고 있다. 이런 체계로 주니어 추신 제이드 존슨이 런던 올림픽 금메달로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이번 대회 여자 MVP에 선정된 비앙카 웍던을 배출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종주국 태권도가 곧 관심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국제무대에서 계속해 성적을 내지 못하니 외국 선수들의 한국 전지훈련이 발길이 줄고 있다. 선진 태권도 훈련을 경험하고 우수한 선수들과 다양한 실전감각을 키우기 위해 찾았는데 이제는 그런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매년 한두 차례 이상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는 A국가 대표팀은 이제 남자는 이란으로 가야할 것 같다. 몇 차례 제안을 했지만, 여러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들도 지도자들도 더 이상 한국 선수와 맞붙어도 큰 부담감을 갖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한국의 부진은 해외에 파견된 지도자들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현재 10년 이상 해당국가에 지도자로 활동 중인 지도자는 멕시코(방영인), 이탈리아(윤순철), 태국(최영석) 등이 전부다. 나머지 국가는 정부파견 사범으로 하거나 단기 계약으로 계속해 뒤바뀌고 있는 처지다. 이들 해외 지도자들은 “한국이 잘해야 외국에서도 우리의 입지가 강해진다. 제발 정신 차리고 우리를 이겨라. 한국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달라. 그래야 우리도 찾는 국가가 만을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 태권도는 우물 안에 개구리다. 옛 전성시대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상 밖으로 뛰어나와 그 환경에서 계속 발전하려면, 모든 가능성을 여러 놓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현재의 한국 태권도의 ‘멘탈’로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실행할지 의문이다.

[무카스미디어 = 러시아 첼랴빈스크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대표 #한국대표팀 #전무이사 #훈장 #포장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선출인 내가봐도 드럽게재미없다

    태권도 이제 키크고 다리긴 애들아니면 하지 말아야된다는 말이 나올정도, 세계연맹 조총재
    전자호구 빼라 뭐냐이게 진짜 웃길려고하는소리가 아니라 펜싱이랑 똑같드라 진짜 발만 들고 툭툭 태권도 기술력 완전퇴보했다

    2015-05-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이상한소리들말어

    전자 헤드기어, 또 상단2점은 뭔개소리야, 세계연맹은 당장 커트발 에대한 사용 금지시키던가,
    밀어차기 식 그리고 상대방의 발차기를 저지하는 발을 드는 행위 같은거 당장 금지시켜라,
    전자호구의 도입은 태권도의 발전이 아니라 기술력 퇴보, 태권도 순수의 빠른 발차기 모두 폐쇄 시킨 뒷걸음치는 개혁이다.

    2015-05-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전자헤드기어

    전자헤드기어를 만들어야돼요. 파워를 센싱해서 강하게 맞아야 득점이 되도록.
    그래야 발펜싱이 없어지지. 현재 태권도는 실전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어요.
    차라리 닭싸움 흥미있지....

    2015-05-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학교 팀부터 해체해야

    우리나라에서 태권도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팀부터 없애야 한다.
    각종 비리와 부작용....
    엉터리도 코치 등록하고 경기지도자 자격증 발급받고.....
    대학진학 미끼 돈 요구하고....
    심판은 비 시즌중에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감독코치한테 미리 향응을 제공받고.....
    태권도의 위상이 한국에서 이토록 추락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태권도 경기에서 비롯되었다.
    정부에서는 조속히 태권도에 대한 병폐를 척결하기 위해 대태협 및 산하 시도지부는 물론 일선 시군협회까지 전수 조사를 하여 대책을 마련하라.

    2015-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김규태

    대태협 임원진의 말이 좀 재밌네요. 혹시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 아시려나? 사실이였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되죠. 그리고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대태협 회장직 같은 것을 하려면 꼭 무슨 당 무슨당 정치적 성향을 띠어야 하나요?

    2015-05-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전국가대표

    태릉선수촌에는 세계상위랭커 비디오자료 및 주특기 정리가 되어 있는 파일이 없으며,
    국가대표 스스로 다른나라선수들을 파악해야 하고,
    위에 적어놓은대로 카메라촬영은 고사하고,
    담당분석관은 선수에게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2015-05-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태권도

    하루빨리 얼굴 점수를 2점으로 내려야 합니다..

    2015-05-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정인영

    요즘 태권도겨루기에서 전력분석이란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기술로 승리하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운이 따르는 시대로 들어섰다.
    상대전력 분석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다리가 더 높게 더 오래 상단에 위치하면
    이기는 현실에서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러샤대회를 통해 알수있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키 큰 선수는 앞 발 들고 발펜싱만
    잘하면 이긴다는 것을 확인한 대회였다.
    올림픽태권도는 이제 기나긴 암흑기로 접어 들었다 세계인의 무관심과 함께..

    2015-05-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