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챔피언 앤더슨 실바, 태권도로 ‘올림픽’ 출전 가능할까?

  

올림픽 출전까지는 ‘산 넘어 산’… 태권도 홍보 효과는 나쁘지 않을 듯


앤더슨 실바(우)가 브라질태권도협회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브라질태권도협회)


세계 최고의 인기를 얻는 이종격투기 UFC 미들급 챔피언을 지낸 브라질의 앤더슨 실바(40)가 내년 자국에서 열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 의사를 나타냈다. 올림픽이 출전하고 싶다고 해서 실현되는 무대는 아니나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앤더슨 실바가 세계 최고의 격투가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실바는 청소년 시절 자신이 배운 태권도 종목에 도전하겠다고 22일(한국시각) AP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실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할까. 글쎄.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두 살(42세)이다. 아무리 격투계에 황태자라도 엘리트 태권도에 도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바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 제약이 많다. 그 제약이 무엇이 있을까.

◎ 개최국 자동 출전권 사용 가능성, 남자 +80kg급 신청해야

그래도 전혀 희망은 없는 것은 아니다. 개최국에는 남녀 각 2체급에 자동 출전권이 부여된다. 나머지 국가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체급별 올림픽체급 세계랭킹(6위 이내)과 대륙별 선발전 등을 통해 체급별 32명만이 본선에 오를 수 있다. 브라질태권도협회가 남자 체급에 실바가 속한 남자 80kg 이상급에 출전권을 신청해야 한다.

태권도대회 출전 경험이 전혀 없는 실바가 올림픽에 가려면 브라질태권도협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브라질태권도협회가 희망 출전체급을 결정해 WTF에 통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해당 국가의 여러 태권도 엘리트 선수들의 시기와 질투, 불만이 예고된다. 공정하게 자국 선발전을 치른다고 하더라도 곱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2014년 5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브라질 내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라도 있어야

우선 실바가 올림픽에 나가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춰야 한다. 2014년 5월부터 2016년 4월까지 2년간 ▲WTF 승인 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 ▲WTF 세계랭킹 20위 진입 ▲2015 WTF 세계선수권대회 16강 이상 진출 ▲대륙대회 8강 이상 진출 ▲소속 국가 전국대회 우승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올림픽 출전이 허용된다.

이 조건 중 현실적으로 실바가 가능한 조건은 브라질태권도협회가 주최하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미 브라질태권도협회가 실바의 올림픽 출전을 희망한다고 공식 발표하였기 때문에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우승 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안 되면 실바는 올림픽에 절 때 출전할 수 없다.

◎ IOC의 경계대상인 ‘도핑 양성반응’ 해결돼야

IOC는 엘리트 스포츠인의 경계 중 하나로 강력한 ‘반도핑’ 의지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 WTF는 모든 대회 입상자는 물론이고, 체급별 상위 12위에 랭킹 선수를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도핑 관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실바가 도핑으로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

실바는 지난 1월 ‘UFC 183’ 경기를 앞두고 미국 네바다주체육위원회에서 실시한 사전 무작위 약물검사에서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을 보여 현재 자격 정지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곧 예정된 청문회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사실상 올림픽 출전은 불가하다.


브라질태권도협회와 앤더슨 실바가 22일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브라질태권도협회]


앞서 언급한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본인이 기대하는 올림픽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 격투 실력이야 세계 최고지만, 태권도 경기력은 어느 정도?

앤더슨 실바의 격투 실력은 이미 검증됐다. 그렇지만 태권도 실력은 전혀 검증이 안 됐다. 스스로가 어릴 적 태권도를 배웠고, 태권도를 통해 얻은 게 많다는 정도다. UFC에서 간혹 발차기로 상대를 압도하였으나 엘리트 태권도 경기 기술과는 역시 거리가 멀다. 이종격투기 무대에서 발차기 속도와 올림픽 태권도 경기의 발차기와 경기 운영 속도와 비교하면, 경기 태권도가 두 세배 이상 빠르다.

내년이면 실바는 한국 나이로 마흔 두 살이다. 75년생. 2004 아네테 올림픽에서 뒤후려차기로 한 방으로 상대를 KO시켜 일약 스타가 돼 IOC선수위원까지 된 문대성 위원보다 한 살 위다. 이 체급 노장에 속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를로 몰페타(이탈리아)보다는 아홉 살이나 더 많다.

나이도 나이지만 체력도 관건이다. UFC 경기에서 사용되는 근육과 체력은 태권도 경기와 다르다. 짧은 시간 동안 훈련으로 2분 3회전 경기를 계속해 스텝 뛰면서 발차기를 하는 게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신장 또한 불리하다. 현재 프로필상 실바의 키는 187cm. 남자 헤비급에서는 단신에 속한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동민(한국가스공사)도 신체조건에서 가장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그 키가 189cm로 실바보다 2cm가 더 크다. 상당수 상위 랭커 선수들 키가 2미터를 넘나들고 있다. 최근 변화된 태권도 경기 룰이 신장이 긴 선수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에서 실바에게는 약점이다.

◎ 스스로도 올림픽 출전은 “내가 맞닥뜨린 또 다른 도전”

실바는 자신의 올림픽 출전은 ‘도전’이라고 했다. 당연히 나갈 수 있다는 과신은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17세에 태권도를 그만뒀다. 앞으로 과정이 굉장히 힘들 줄로 안다. 왜냐면 방식이 전에 비해 다르기 때문이다”면서도 “다른 선수와 대결에서 뒤처지거나 깨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나는 증명할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항상 태권도 발차기를 MMA 시합에서 사용했다. 지금은 오로지 태권도만 하고 있다. 내 자신을 적응시키기 위해서다. 내가 맞닥뜨린 또 다른 도전이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 앤더슨 실바의 효과는?

앤더슨 실바가 만약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면야 흥행에서는 걱정할게 없어 보인다. 해당일은 전 좌석 매진은 당연하고, 전 세계 매스컴에서도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브라질태권도협회 카를로스 페난데스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태권도 종목에 역사적인 순간이다. 브라질 내 마케팅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면서 “실바의 (올림픽)도전은 우리에게는 복권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강한 타격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경기에 익숙한 실바가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안길 기술을 사용할 때에는 태권도로써 좋을 리가 없다. IOC는 격투종목에서 상대 선수에게 심한 부상을 주는 것에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WTF는 경기규정에 'KO'라는 단어를 빼고, 'RSC'로 바꾸었다.

올림픽을 470여 일을 앞두고 격투계 최고의 스타 앤더슨 실바의 올림픽 도전은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국제 사회에서 태권도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실바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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