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감독 선임 문제, 문체부-대한체육회-KTA 이상無?

  

[수습기자 본 무예세상]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대표팀 감독선임 절차


부처 간 책임 미루기, 절차 상 문제없으면 용인…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심 없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감독 선임 과정을 놓고 말들이 많다. 부정적인 말들이 대부분이다. 조직 내부에서 조차 파가 갈려 싸우고 있는 실정. 어떻게 된 일일까.

이미 기사화됐다시피 '2015 첼랴빈스크 세계태권도선수권' 감독 선임을 앞두고 정례화 된 '자리뺏기'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에는 특히나 더 말이 많았다. 압축해 설명하자면,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 KTA)가 17개 시도협회 전무이사들 중 명예 감독직으로 올해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에 갈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상임이사회 간 의견 조율을 잘 하지 못했던 것. 기존 총 감독의 자리를 뺏을 사람을 정하는 자리에서 자기들끼리 다시 자리다툼을 하는 꼴이 됐다.

현재 태릉선수촌에는 박종만 총 감독 이하 여러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난 2월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관례라는 명목으로 훈련장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은 전무이사들이 불과 선수권 시작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대표 감독이 되어 국제 대회에 동승하는 것, 그리고 대회 결과로 체육발전유공자 포상 및 훈장 포인트를 쌓는 것과 같은 일련의 일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관행이 지난 수십 년간 이뤄졌다.

태릉을 찾은 시도 협회장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아 이야기 하고 있다.


# 어떻게 문제가 시작됐나?

지난 2월 중순. 대한태권도협회는 박종만 총 감독을 필두로 남자부는 강남원, 길동균, 정광채 코치를 여자부로는 이창건, 장정은 코치를 선임했다. 여기에 김한나 트레이너가 추가돼 총 7명의 2015 국가대표 지도자 팀이 공식 발표됐다.

작년 11월 진행된 국가대표 선수선발 예선을 비롯해 1·2차 선발전을 마친 16체급 1·2진 32명의 국가대표들은 현재까지 이 지도자들과 벌써 2개월이 넘는 시간을 공유하며 태릉에서 훈련해 왔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한마음 한 뜻으로 서로 뭉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다.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이 열리는 첼랴빈스크로 떠날 감독 선임 절차가 KTA 쪽에서 또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기존 감독은 실수를 저질렀거나 잘못을 하여 경질되는 것이 아닌 트레이너나 분석관으로의 보직변경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이는 관례적인 절차로써 이미 약조된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약속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KTA의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상임이사위는 ‘명예 감독’ 후보로 시도 협회 전무이사들을 추천했다. 불과 세계선수권 대회를 한 달 여도 남기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 말이다. 물론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예전에도 항상 그래왔었기 때문이다.

자격미달 등 감독직으로 선임되는 인사들의 자질을 놓고 많은 말들이 연례행사처럼 오고갔다. 그러나 기자는 논의되는 사항이 어느 면에서도 계속 이해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절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사 더 나은 감독이 있다고 한들 한 번 국가대표 감독으로 정해진 사람이 왜 아무 이유 없이 트레이너와 같은 직으로 옮겨가야하는지, 하물며 왜 검증되지도 않고 훈련 한번 제대로 참석하지 않은 이방인이 들어와 감독 행세를 해야 하는지, 왜 KTA는 이를 가로막지 않고 연례적 절차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에 대한 당연한 질문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왔다.

살짝 혼동 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직은 기자가 이쪽 세계를 완전히 이해를 못한 걸까, 내공이 부족한 탓일까, 사회적인 암약을 삼키기에는 아직 그 때가 덜 탄 걸까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그러나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고 또 생각해봐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기자는 그것을 '양심'이라고 부르고 싶다.


# 서로 미루는 관계 부처들

그래서 이 기형적 구조와 밀접히 연관된 관련 부처들을 취재했다. 무언가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취재원은 KTA를 포함한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였다.

취재 하는 동안 기자는 관련 내용을 각 취재원들에게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기자의 상식선에서 분명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말이다. 경기 감독으로 충분한 자질을 평가받지 못하는 인사가 대회 시작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에 선임돼 전임 감독이 쌓은 모든 공을 물려받아도 되는지, 대회 참가 준비 훈련 참여가 전무한 상황에서 검증도 안 된 감독이 현장에서 감독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건지, 어떻게 상위 기관은 이를 승인해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였다.

모든 것을 차치해 두고서라도 이 구조가 올바른 구조인지, 상위 집행 기관으로써 제재할 방법이나 의중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물었다.

놀랍게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의 입장은 한결 같았다. 자신들의 소관에서 벗어난 영역이라는 것.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결정을 번복할 만한 근거나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행정적 업무를 담당한다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부처로써 그 예산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이는 지도 모른 채 서로 그 책임을 미루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즉 결론은 자신들은 하위기관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받고 검토한 후 ‘이상’ 없을 시 승인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차 설명한 그 구조적, 상식적 ‘이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절차상 그동안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절차가 ‘이상’할 경우 그것에 대한 시정명령이나 적극적 규제조치를 내려야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그럴 권한이 없다. 전문가 집단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며 같은 얘기를 똑같이 되풀이 했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은 한다. 하지만 그동안 관례상 그렇게 해왔다.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며 “훈련 감독 따로 국제 대회 파견 감독 따로의 관행은 항상 그래왔던 관례적인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의 취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할 즈음,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었다. 부처 관계자들에게 있어 태권도계 내 감독선임 구조를 포함한 전체적인 틀이 상식적으로 말이 얼마나 되고 안 되고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느낀 바, 그들은 필요이상으로 관련 부처 혹은 타 부서의 업무를 신뢰하고 되도록 어떤 상황에도 자신들의 업무에만 충실하며 행정적 절차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그렇게 해왔고 원칙과 절차에 따라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시스템을 그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고도 그것이 태권도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어 보였다. 그저 시시콜콜 넘기며 대부분의 사안을 기계적으로 대하는 관계자들의 태도에 기자는 또 한 번 놀랄 뿐이었다.



# 아돌프 아이히만이 주는 교훈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재판을 받고 있다.


관련해 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 이곳에 옮긴다.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인물의 삶이다. 그의 삶이 관계자들에게 주는 어떤 교훈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그는 독일 나치 친위대 장교 출신의 인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및 독일 점령 유럽의 유대인들을 체포하고 이주시키는 일을 맡아 중간에서 이를 계획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독일 항복 후에는 아르헨티나로 도망쳤는데 나중에 나치 추적자로 유명한 서독 검사 프리츠 바우어에 의해 재판으로 넘겨졌고 결국 전범으로 판결돼 사형됐다.

그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주목받았던 이유는 그가 재판에서 보인 태도와 답변 내용 때문이었다. 그는 무죄를 주장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이란 것.

그는 반유대주의로 나치즘 사상을 받아들인 결코 ‘악(惡)’한 나치가 아니었다. 흔히 생각하는 ‘악(惡)‘과는 거리가 먼 그저 일개 시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결정적인 인성적 결함이 있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모르는 인간적 고민이 결여된 사람이었다는 것. 그는 관료적 타성과 인습적 관례를 따른 ‘명령수행자’로서 나치 하에서 의식 없이 악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관례와 전체주의에 길들여져 이성과 판단력이 마비된 충직한 관료였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맡은 바 일만 처리를 했던 것이다. 아무런 죄책감이나 반성 없이 말이다.


# 관례를 끊을 수 있는 방법: ‘생각’하는 능력

독일 태생 유대인인 한나 아렌트는 사회적 악과 폭력의 본질 그리고 전체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연구한 철학자이다. 그녀는 이 아이히만이 전범으로 붙잡혀 재판받는 과정을 보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보고서를 썼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지였다.

그녀는 악의 평범성을 얘기하며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하는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 뿐”이라고 보고서에서 얘기했다.

왜 필자는 태권도계 이야기를 하며 독일 나치 맹종자 아이히만과 철학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얘기를 한 걸까.

관련 담당자들이 이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태권도계가 함께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책임의 위치에서 무관심도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됐기 때문이다.

태권도계 모든 부당한 관례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나 아렌트가 시사한 바처럼 우리 개개인의 ‘생각’이 어쩌면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편집장의 변

세상에 여러 기자(記者)가 있습니다. 그 중에 태권도와 무예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무예 전문기자’가 있지요. <무카스>는 이 무예전문 기자들이 무술계의 다양한 면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노력합니다. 2015년도 <무카스미디어> 신입 공채로 입사한 정길수 기자는 무예전문 기자를 꿈꿉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습니다. 태권도와 무술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10년차가 넘는 저 역시도 아직 이 넓고 넓은 무예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이를 위해 전문적인 지식과 많은 무예인을 만나야 하겠지요. 이제 막 첫걸음마를 뗀 정길수 기자가 무예전문 기자라는 직함이 어색하지 않도록 무술계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무예공부를 기사로 풀게 될 것이고, 수습기자 시선으로 바라본 사안을 여과없이 기사화 될 것입니다. 수습기자의 눈이 어쩌면 가장 맑고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독자들로부터 따끔한 충고를 받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책과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편집부에서는 가능한 정 기자의 무예공부에 대해서만큼은 편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댓글과 이메일(press01@mooaks.com)로 받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장 주]

[무카스미디어 = 정길수 수습기자 ㅣ press01@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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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KTA #대한태권도협회 #대한체육회 #세계태권도선수권 #박종만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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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네 맞아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자리이지 공무원을 위한 국민이 존재하는건 아니지..정신차려야함

    2015-04-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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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태극2장이다

    골때리는 대한민국이다. 이나라가 온통 비정상적인데 이 하부가 정상적일수가 있나 기대하는게 바보지

    2015-04-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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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1장

    이번 결정은 김태환 회장이 또 무능함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는 일이다. 이미 지역에서 기득권과 헤게모니를 다 가지고 있는 전무들에게 또 보은성 감독자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김태환 회장은 이 관례를 동조했다. 더 이상 있을 필요 없다. 강원도에 전무가 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많이 거뒀다고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애들 장난하냐 세계대회 룰이나 알기는 하냐. 충남이 김모씨는 더 가관이다. 지역협회에서 계속해 형사민사 고발로 말썽 많은 인물이 어떡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되는가. 다른 신문에서는 시도전무들 눈치보느라 이런글도 못쓰는데 정말로 수습기자가 똠방지게 잘 썼네. 이럴때 김덕근 뭐하나? ㅇㅋㅋ

    2015-04-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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