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운규 원로는 태권도 회고록을 써야 한다”

  


엄운규 원로는 이종우 원로와 함께 굴곡의 태권도 현대사 개척한 산증인
친구 이 원로 투병 중, 건강한 엄 원로가 사명의식 갖고 '증언록' 남겨야
자기 미화-방어 경계하며 '회고록' 집필하면 후진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


요즘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앙일보가 3월 2일부터 김종필 전 총리의 인터뷰(증언록)를 연재해 즐겨보고 있다.

첫 연재에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른손이 불편해 왼손으로 커피 잔을 든 김 전 총리’의 사진을 사용하면서 “그의 기억력은 녹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인간적 연민과 경외심을 자극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박보균 씨는 칼럼에서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현대사다. 그와의 만남은 과거사 탐방이다. 그의 기억 창고는 정돈돼 있다. 그의 회고는 선명하다. 때로는 역사 풍경화를 그리는 듯하다”고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중앙일보가 김 전 총리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의 왜곡된 증언을 검증없이 받아써서 거짓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굴절된 현대사를 주입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에 필자는 그다지 개입하고 싶지 않다. 다만 김 전 총리의 인터뷰 연재(증언록)을 보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86세의 엄운규 원로다. 김 전 총리처럼 엄 원로도 적극적으로 증언을 하고 회고록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중반, KTA 부회장 당시 엄운규 원로(중앙)가 이용우 원로(좌)와 이병우 원로


엄 원로는 이종우 원로와 함께 태권도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그의 인생과 추억 속에 태권도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구체적인 증언이나 회고록 집필을 주저하고 망설이고 있다.

태권도를 작명한 고(故) 최홍희 국제태권도연맹 총재는 여러 권의 회고록을 남겼고, 청도관을 창설한 고(故) 이원국 원로와 송무관 창설자 노병직 원로 등도 여러 매체와 편지 형식을 통해 자신의 활동과 생애를 적극 알렸다.

또 1960년대부터 협회 창립과 태권도 경기화 및 세계화에 일익을 담당한 이종우 원로를 비롯한 고(故) 홍정표·이용우·김인석·김순배 등 여러 원로들도 인터뷰를 통해 태권도 발전 과정과 자신의 활약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엄 원로도 적극 증언을 하고 회고록을 집필해야 한다. 그가지니고 있는 존재감과 무게감은 다른 원로들에 비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현대사를 함께 개척해온 친구 이종우 원로가 투병 중이어서 회고록을 쓰지 못한다면 자신이 더 적극 나서 1945년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태권도 인생을 되돌아보고 회고록을 써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자기 미화와 방어적인 기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기 마련인데 과시하거나 숨기려고 한다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엄 원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올 초 필자는 서울 강남에 있는 청도관 사무실에서 엄 원로를 만났다. 대체로 기억도 또렷했고 건강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2009년 국기원장직에서 퇴임한 후 자서전을 쓰려고 준비했지만, 태권도 현대사와 관련해 거짓말이 난무해 자서전 집필을 단념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병직(96) 원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70년대 초 KTA 사무총장 시절의 엄운규 원로

엄 원로는 노 원로를 빗대 “(태권도 현대사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면 인간관계가 흐트러지고, 자기 입장에서 거짓말을 한 주장을 일일이 반박할 수도 없어 자서전을 쓰지 않기로 했다.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 원로가 여러 매체를 통해 말한 내용과 증언 등이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이것은 이종우 원로가 고(故) 최홍희 원로의 회고록을 못 미더워한 것과 같아 보인다.

엄 원로의 주장이 맞는지, 노 원로의 주장이 맞는지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엄 원로의 구체적인 증언이 있어야 한다. 증언록을 토대로 회고록을 만들면 된다.

아직 엄 원로는 건강하다. 기억력도 좋다. 질곡의 태권도 현대사의 한 복판에 있던 인물로서 194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태권도 현대사 70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후진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국기원을 비롯한 태권도 각계의 응원을 바란다.

[글. 무카스미디어 객원 칼럼리스트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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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체육관 제자

    사진 보시는방향 우측의 분은 이병우 원로가 아니시고 전 한국체육관 관장 님이셨던 이 병로 관장님 이오니 수정 바랍니다.

    2015-03-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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