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무술칼럼>정통 주짓수와 짝퉁 주짓수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주짓수(Jiu-jitsu)가 이제는 무술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제법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2~3년 전부터는 주짓수 대회의 참가 인원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압도적인 다수인 태권도장을 제외하고, 합기도, 해동검도로 대별되던 동네 무술도장들 중에 주짓수라는 이름도 종종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주짓수의 빠른 대중화 속에 주짓수인들 사이에 간혹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정통 주짓수냐, 짝퉁 주짓수냐는 문제다.

그렇다면 정통 주짓수란 무엇인가? 그에 대비되는 '짝퉁', 또는 '야매' 주짓수는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주짓수(Jiu-jitsu)는 브라질리언 주짓수, 또는 그레이시(Gracie) 주짓수를 말한다. 가노 지고로에 의해 체계화된 유도가 스포츠화 되기 이전의 형태로 가노의 제자인 마에다 미츠요에 의해서 브라질의 그레이시 가문에 보급되어 서서 하는 기술인 메치기, 던지기(나게 와자)보다 누워서 하는 기술(네 와자)인 굳히기와 조르기가 강조되어 발전된 무술이 브라질리언 주짓수다. 이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줄여서 보통 '주짓수'라고 부른다.

브라질리언 주짓수, 줄여서 BJJ 수련생들이 말하는 정통 주짓수는 이러한 그레이시 가문으로부터 주짓수를 배운 계보가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 주짓수가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이러한 족보가 분명하지 않은 주짓수 도장들이 보인다고 일부 주짓수인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도장은 유명한 그레이시 가문 또는 외국의 유명한 주짓수 팀들의 계보 하에 있는데, 일부 도장들은 타무술을 수련하는 관장 또는 사범들이 주짓수를 잠깐 배우고 나서 블랙벨트 행세를 하면서 주짓수를 가르치는 점이 못마땅한 것이다.

이러한 주짓수인들의 우려는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다. 잠깐 주짓수 도장을 다니고 나서 흔히 '유선생'이라고 불리는 '유투브'의 동영상에만 의존에서 자기만족적인 주짓수를 하는 사람들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통 주짓수와는 거리가 먼 '유러피언 주짓수'의 등장도 주짓수인들에게는 불편하고 불쾌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통 주짓수가 아닌 짝퉁 주짓수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짝퉁은 어쩌면 주짓수 자체가 짝퉁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짝퉁 주짓수는 브라질리언 주짓수 자체를 말한다.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정통 유도인들이 보기에는 유도의 일부분만을 가지고 대단한 척하는 유도의 짝퉁일 뿐이다. 물론 모든 유도인들이 그렇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일부 엘리트 유도가들 중에는 주짓수를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이러한 시각은 역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 주짓수에 있는 기술들의 대부분은 유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유도와 주짓수를 구분한다는 것은 그만큼 애매한 부분이 있다. 둘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룰일 뿐이다.

게다가 일본에는 지금도 유도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쥬즈츠(Ju jutsu)'라고 불리는 고류(古流) 유술이 있었고 현재까지 남아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정통 주짓수일 것이다. 주짓수나 쥬즈츠나 한자 표기는 모두 유술(柔術)이다.

<유술의 승부 The Game of Ju-jitsu> 1906년에 간행된 유도 교본.


일본의 고류 유술이 유도의 형태를 거치면서 브라질로 펴져나간 것이 브라질리언 주짓수이고, 유럽으로 퍼져나간 것이 현재의 국제주짓수연맹(JJIF)으로 대별되는 유러피언 주짓수다. 유도는 아니지만 일본 고류 유술의 일파(대동류 합기유술 또는 기타 유술)가 최용술에 의해 한국으로 전파된 것이 한국의 합기도다. 한국 합기도는 코리안 주짓수라고 해도 무방하다. 합기도라는 명칭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아이키도 역시 유술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통 유술이고, 정통 주짓수일까? 브라질리언 주짓수인가? 유도인가? 일본 고류 유술인가?

정통과 짝퉁을 구분한다는 것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통과 짝퉁을 구분하기에 앞서, 정말 자신의 무술, 자신의 도장은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운가를 먼저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정통이건 짝퉁이건 그것을 좋아하고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가 아닌가이다.

직접 배우고 수련을 하고 있지 않다면, 정통이건 짝퉁이건 아무 상관이 없다. 만약 직접 수련을 하고 있다면, 자신과 다른 면이 있더라도,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주짓수건, 유도건, 합기도건, 다른 어떤 짝퉁처럼 보이는 무술이건.

<글. 박성진 무술전문 칼럼리스트 | 인사이드태권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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