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기장 펼침막… '필승'보다 '최선'이 바람직

  

군대용어보다 스포츠 경기에 맞는 용어 사용해야


눈길을 모은 충북체고 펼침막

최근 태권도 경기장에서 기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이 있다.

2월 27일 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이 강원도 정선실내체육관에서 주최한 제8회 아시아청소년태권도선수권최종선발대회가 열렸다.

기자가 눈 여겨 본 것은 경기장을 에워싸고 걸려 있는 각 팀의 펼침막이었다. 선전을 응원하는 이 펼침막은 어림잡아 50여 개. 대부분 ‘필승’이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최선’이 적혀 있는 펼침막. 충북체고 태권도부였다. 그 순간 맥박이 빨라졌다. 기뻤기 때문이다.

충북체고는 왜 '최선'을 선택했을까? 이에 대해 박동철 충북체고 코치는 "2014년 8월 충북체고 졸업생들이 펼침막을 선물했는데, 다른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필승'보다 새롭고 가치있는 용어를 찾다가 '최선'을 택했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기자는 ‘필승’을 ‘최선’으로 바꾸자는 의미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일종의 계도성 기사였다.

당시 기자는 천편일률적으로 적혀 있는 ‘필승’ 문구에 손사래를 쳤다. 진절머리가 났다. 태권도 경기장 뿐만 아니라 각 종목의 경기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필승’은 경기장, 특히 아마추어 경기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문구다. ‘필승(必勝)’이 무엇인가?‘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긴다’는 살벌한 용어다.

일본의 군국주의 유산과 우리의 군사문화 잔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필승은 군대에서 사용하면 무난하겠지만 교육의 연장선인 소년체전과 스포츠 경기장에서 분별없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태권도 경기를 비롯한 스포츠는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정해진 경기규칙에 따라 기량을 겨뤄 승부를 가리면 된다.


그런데 이런 경기장에 ‘필승’이 분별없이 사용된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경기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살벌하고 비열한 전쟁터가 아니다.

필승 속엔 승리를 종용하는 승리지상주의가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반드시 이기기 위해 부정과 반칙을 저질러도 된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물론 ‘필승’은 승리를 응원하고 독려하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대가 추구하는 흐름과 가치에 ‘필승’이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기자의 지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포츠 경기장엔 ‘필승’보다는 ‘최선’이 어울린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정해진 경기규칙에 따라 마음껏 발휘하고 상대방과 승부를 내는 것, 이런 자세가 바로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제안한다.

“필승을 최선으로 바꿉시다.”




[글. 무카스미디어 객원 칼럼리스트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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