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실망스러운 한국 태권도… 외국선수들이 달래주네

  


남자 -80kg급 결승에서 아론 쿡이 우승자 호다바크쉬에게 일격을 당하고 있는 장면.


2016 리우 올림픽으로 가는 길인 ‘2014 세계태권도그랑프리 3차전’에 출전 중인 한국 태권도가 첫날 중량급에 이어 이틀째 강세인 경량급마저 노골드로 마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이러한 실망감은 마음처럼 쉽게 경기를 풀지 못한 선수와 지도자가 누구보다 속상하고 실망해 했다. 이를 지켜보는 대한태권도협회 임원, 대표팀, 소속팀 모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현지에서 한국 선수를 중심으로 취재하던 기자들 역시 선수들의 고전이 계속되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전과 오후 그리고 저녁. 올림픽과 같은 방식으로 하루 세 번에 걸쳐 예선과 16강-8강 그리고 준결승과 결승전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한국은 오후 세션에 경기가 모두 끝났다. 취재진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볼 수밖에 없었다.

속상한 마음도 잠시. 남녀 세 체급 준결승전은 태권도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기 충분한 명경기가 이어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하게 했다. 고난도 기술을 빼놓지 않았다. 이날 경기도 BBC로 생방송 되었는데 시청자들도 아마 즐거워했을 것이다.

여자 -49kg급 우승자 스페인의 브리짓 야궤 엔리께(33)가 그 감동을 선사했다. 여자 태권도 선수로는 환갑으로 여기는 백전노장이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100점짜리 금메달을 획득했다. 준결승에서 이 체급 랭킹 1위 크로아티아 자니노빅 누이자(Zaninovic Lucija)를 5대4로 짜릿하게 승리하고 지난 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그랑프리 초대 파이널 대회 이후 1년여 만에 정상에 올랐다.

남자 -58kg급은 한국 태권도 경량급에 긴장감을 줄만 한 두 스타의 활약이 돋보였다. 월드챔피언 차태문을 예선에서 점수차승으로 누르고 결승에 오른 이란의 파르잔 아슈르 자데 팔라와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김태훈을 여유 있게 제압해 충격을 준 중국의 슈웨이 자오가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각각 16강과 8강에서 푸에플라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차태문과 김태훈을 이기고 결승에서 맞붙었다. 몸통공격과 변칙 기술 그리고 주먹공격을 앞세운 파르잔이 연장접전 끝에 이겼다. 비록 지기는 했으나 중국의 슈웨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1미터 90센터의 큰 신장에 빠른 발차기와 경기 운영감각, 중요한 순간 얼굴 발기술이 돋보였다.

남자 -80kg급은 이란의 마흐디 호다바크쉬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가장 큰 활약은 준우승을 차지한 아론쿡(맨섬, 1위). 오하바크쉬의 변칙 발차기와 독특한 경기운영에 빠져 쉽게 경기를 풀지 못했으나 3회전 경기 종료 그 순간까지 긴장감 높은 경기운영으로 홈 팬들의 격려 박수를 받았다.

앞서 준결승은 태권도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활약을 펼치며 준결승에 오른 독일의 타히르 구엘렉를 통쾌한 뒤후려차기 한 방으로 KO승을 거뒀다. 초반 1대4로 뒤지던 아론 쿡은 상대의 공격을 받아 찼다. 수많은 관중들은 탄성을 자아내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만큼 태권도 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쳤다. 선수와 지도자가 승패를 떠나 경기에 몰입하고, 호흡하며 종료 직전까지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추락하는 한국 태권도가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할 대목이다.

한국 태권도는 오후 세션 출전 선수 전원이 예선 탈락해 숙소로 복귀했으나 곧 다시 경기장을 재방문해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했다. 일부 선수들은 명경기가 나올 때마다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 이제는 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대회는 이제 단 하루 남았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두루 우승 경험이 있는 최고의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동메달 하나가 전부인 한국 태권도가 노골드 수모를 벗어날지 주목된다.



[무카스미디어 = 영국 맨체스터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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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

    편파 판정이 득실거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꿈나무 찾아보기가 힘들어집니다.

    돈 주고 국대되는 선수들.

    지는게 당연합니다.

    2014-10-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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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새님

    현재 품새는 태권도가 실제로 쓰이는 겨루기와 많은 괴리가 있죠. 경시할 만하니까 경시하는 겁니다.

    2014-10-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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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새

    품새를 경시하는 태도가 올바르다라고 생각하지마세요. 세계적인 무도스포츠로서 인기를 가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품새가 있었다는 것을 공부를 안하면 알 수가 있나. 품새를 토대로 정립하고 정의한 태권도의 가치가 없었다면 태권도는 단지 무에타이, 킥복싱 수준의 투기스포츠로 밖에 성장할 수 없었을 겁니다.

    외국를 한두번 나간 사람이 꼭 "외국은 이렇다 저렇다" 일반화 시키기에 급급하지 정작 외국에 오래 살아본 입장으론 같은 나라라 할지라도 지역과 계층에 따라 선호하는 태권도 교육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공서적, 최소한 학위논문, 학술지라도 읽으세요.

    2014-10-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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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이수

    외국에가봐요..진짜 한국 지도자들 대우받아요. 특히 겨루기 했던사람들요..
    대단하더군요 인기가..
    외국사람들 보니까 성인태권도 겨루기가 엄청나더군요.
    우리나라같이 태권체조 체조 품새 이딴거 안하더라고요.
    아무튼 우리나라 언젠가 이렇게 될줄은 알았어요.

    2014-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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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스

    역시 예전 같이 스파르타로 해야해 ㅋㅋ아니면 정말 자발적으로
    우리나라 태권도 진짜 못하죠..모든운동이 그러지만 태권도는 전자호구부터 상단3점으로 가는것부터 망하기 시작했음..지금 컷트 하나로만 점수 빼는 태권도 언제 인기종목될라나 ㅋㅋ

    2014-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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