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위기의 한국 태권도

  

[현장수첩] 고개 숙인 팀코리아, 아픈 만큼 성숙해야 하는데


올림픽 2연패 황경선이 패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한국 태권도의 수모가 또 다시 재연됐다.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완패다.

한국 태권도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열린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2차전 - 아시타나 2014’에 남녀 8체급에 총 10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그 결과 여자 -49kg급 김재아(삼성에스원, 25)가 은메달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67kg급 맏언니 이인종(서울시청, 32)과 -59kg급 김소희(한국체대)가 각각 동메달로 총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대회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각) 한국은 2013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여자 -59kg 김유진(인천시청)과 김소희(한국체대), 은메달리스트 -68kg 김훈(삼성에스원)이 금메달 도전에 나섰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결과다. 실망감은 선수들이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패인은 기술, 경기력 보다 ‘사전 정보 분석 부재’와 ‘승부 근성 실종’이다.

먼저 사전 정보 부재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 중 하나. 한국이 독주하는 시대에서 전자호구 등장 이후로는 해외 선수들이 변칙 발차기와 노련한 경기 운용으로 오히려 경기를 주도하고 있다. 경쟁 상대를 분석해야 패하지 않은 법칙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대회 이틀째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우승자를 포함해 네 명이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대회 준결승과 결승전이 열리는 대회장에는 한국선수단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뛸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철수했다.

이탈리아태권도대표팀은 첫 날 출전자가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더 이상 출전 선수가 없음에도 대표팀 윤순철 감독은 경기장을 계속 지켰다. 선수도 없는데 왜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다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국 대표팀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현재 한국 대표 선수들의 가장 큰 문제인 ‘승부 근성’. 태권도 경기는 2분 3회전이다. 현행 경기 룰은 기술 난이도에 따라 다득점제를 적용하고 있다. 2회전 종료 12점 차이가 아니면 충분히 경기를 계속 뛸 수 있고, 역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선수단은 점수 차이가 5점대 이상 벌어지면 이를 뒤집기 위한 강한 집념보다는 포기가 빠르다. 그나마 백전노장 맏언니 이인종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승부근성을 발휘해 예선과 8강에서 패색이 짙은 경기를 드라마틱하게 3회전 종반 뒤집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김소희를 3회전 초반 12대0으로 점수차승을 거두고 은메달을 획득한 올림픽챔피언 제이드 존스(영국)는 한국 태권도 선수들이 보고 배울게 많다. 그는 경기를 이기고 있든, 지고 있던 승부 근성이 매우 강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단의 패인으로 제기한 두 가지. 정보분석과 승부근성을 갖췄기에 김소희를 압도할 수 있었다. 지난 쑤저우 그랑프리 1차전에서는 김소희가 제이드 존스를 이겼다. 이번 대회에서 재대결을 펼친 것. 막상막하 대결을 기대했지만, 싱겁게 경기가 끝났다.


매 경기 혼신을 다하는 제이드 존스가 한국의 김소희를 상대로 뒤차기를 성공시키고 있다.


제이드 존스는 이번 김소희와 대결을 염두하고 자신의 팀 코치(최진미, 한국)와 지난 대회의 패인을 분석했다. 촬영해 놓은 비디오를 여러 번 반복해 관찰했다. 해답은 기존 스타일을 고수할 경우 승산이 없다고 보고, 패턴을 바꿨다. 철저한 사전분석으로 경기 전략과 전술을 바꾼 결과는 ‘승리’로 보답 받았다.

또 하나는 지독한 승부 근성이다. 경기는 이기고 질 수 있는 것이지만, 패하더라도 본인과 지도자 모두 아쉬움과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제이드 존스이 그렇다. 마지막 경기 종료를 알리는 그 순간까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혼신의 힘을 다 쏟는다. 그것이 제이드 존스를 올림픽챔피언 등극과 세계랭킹 1위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종합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은 ‘팀 코리아’의 강함도 없고, 컬러도 없는 무미건조한 50개국 중 메달 3개를 획득한 하나의 출전국에 불과했다. 패배의 원인도 어떠한 변명과 이유가 필요 없다. 전자호구도 소용없으며, 대표팀 1진을 파견하지 않는 이유도 가당치 않다.

바뀌어야 한다. 선수와 지도자, 선수단을 파견하는 대한태권도협회 모두가 ‘리셋’되어야 한다. 언론에서 ‘한국 태권도, 노골드 수모’라는 제목도 이제는 진부하다. 이런 악평이 쏟아지는 기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극도 안 받는 우리 한국 태권도가 부끄럽다.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한국 태권도, 언제쯤 변화를 위한 노력을 꾀할지 궁금하다.

[무카스미디어 =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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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노골드 #승부근성 #윤순철 #김재아 #이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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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적이 없으면 발전 자체가 없지요.

    2014-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재미가 너무없어

    노골드건 뭐건 간에...와~~~ 졸려서 뒤지는줄 알았음
    어떻게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남았는지 정말 미스테리
    이러니 발레 태권도 발 펜싱이라 하는구만

    2014-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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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

    제이드 존스예요. 존슨이 아니라. 줴이드 조운스.

    2014-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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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적한다고 발전하진 않죠.

    2014-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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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

    이런 지적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법. 맞는 이야기구만 뭘

    2014-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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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캌

    현재 대한민국 태권도는 딱 두가지 입니다. 태권유치원, 엘리트 체육. 그런데 이제는 엘리트 체육마저 무너지는군요.

    2014-09-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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