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체중 이의현, 부상투혼 첫 세계대회서 금메달 획득

  

힘과 신장 열세 기술과 파이팅으로 극복, 위기에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경기 풀어


이의현이 세계카뎃선수권 우승직후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한국 유소년 태권도대표팀 이의현이 세계카뎃태권도선수권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예선전에 발가락에 부상이 생겼지만 통증을 이겨내며 종주국의 매운맛을 보여주었다. 첫째 날 서정민의 금메달 이후 노메달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한국대표팀은 활력이 솟았다.

이의현은 26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1회 WTF 세계카뎃태권도선수권대회’ 셋쨋날 남자 -53kg급 결승에 진출해 핀란드 샤리넨 니코(Saarinen, Niko)를 여유 있게 제압하고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 시작부터 몸이 가벼웠다. 주특기인 왼발 커트에 이은 얼굴공격으로 선취점을 빼앗으며 경기를 리드했다. 곧이어 또 같은 동작으로 상대의 안면을 후려차기로 적중시키며 추가 3득점을 얻었다. 경고와 공방 중에 몸통득점을 내주며 6대3으로 경기를 앞서갔다. 2회전 나래차기로 몸통공격을 추가하고 3회전에서도 얼굴공격을 계속 성공시키면서 11대6으로 가볍게 누르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의현에게 결승전은 준결승 경기였다. 미국의 뤼 쟈수아(Liu Joshua)를 상대로 3회전 내내 접전을 펼친 끝에 신승을 거뒀다. 1회전 시작과 함께 얼굴 공격을 허용하며 3점을 뒤지며 시작했다. 2회전에 들어서도 얼굴 내려차기로 일격을 당해 0대6으로 뒤져 패색이 짙어진가 싶었다.

그렇지만 코치석에 앉은 민경환 코치(청주서원중)는 시간이 많으니 서둘지 말라며 재차 작전을 지시했다. 매우 적절했다. 국제무대에서 긴장한 나머지 자칫 큰 점수 차를 만회하려다 더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의현은 상대의 움직임을 흔들며 경고를 유도하고, 얼굴 커버에 급급한 상대의 빈 몸통을 노려 차곡차곡 몸통득점으로 6대6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 승부를 가를 3회전이 시작됐다. 두 선수 모두 더욱 빠른 움직임으로 허점을 노렸다. 공방도 계속됐지만 유효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점이 중요한 순간에 이의현의 몸통 공격을 뒤후려차기로 받아 차려던 자샤아가 넘어져 경고누적으로 실점, 이어 이의현이 왼발 몸통 공격으로 추가득점에 성공해 8대6으로 이기고 결승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의현(청)이 결승에서 결정적인 얼굴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우승을 확정지은 이의현은 경기장을 빠져나와 자신에게 패해 은메달을 획득한 핀란드의 샤리넨 니코를 찾아 악수를 청하며 격려했다. 상대도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의현은 우승소감에 대해 “우선 매우 기쁘다. 첫 세계대회여서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되었다. 학교(전남체육중·고) 선배들과 선생님 그리고 함께 출전한 선수단에서 많이 응원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앞으로 계속해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키도 많이 크고 힘도 많이 길러야 겠다”고 말했다.

우승을 예감했냐는 질문에 “예”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러나 첫날 서정민 이후 계속된 동료들이 패하자 긴장이 더해졌다. 태어나 외국선수들과 경기도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그래서 더욱 긴장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첫 국제무대에 출전한 소감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외국인 선수들이 신장도 크고 몸도 힘도 세더라. 준결승에서 맞붙은 미국선수와 경기에서 힘의 차이를 많이 느껴 힘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했던 기술(왼발 얼굴공격, 뒤차기)이 잘 먹히지 않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전남체중 출신으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고호재 선수가 “외국 선수와 경기에서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 공격적으로 자신 있게 해야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또 최근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표팀 코치를 역임 한 소속팀 이창희 코치는 “얼굴 커버에 신경을 쓰고, 주특기인 왼발 커트와 얼굴공격을 잘 활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세계 유소년 태권도 챔피언에 오른 이의현(전남체중, 2년)


전남 영암초등학교 2학년 때에 처음 태권도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의현은 전남체중에 진학, 국방부장관기 전국태권도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한국중고태권도연맹기 남중부 페더급(-53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이의현의 세컨을 맡은 민경환 코치는 “매우 대견하다. 처음 국제대회에 나온 선수인데도 긴장도 하지 않고, 위기의 상황에서도 서둘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예선에서 다리를 다쳤지만 통증을 이겨내며 끝까지 싸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함께 동반 우승에 도전했던 여자 -55kg급 윤설화(서원중)는 8강에서 터키의 알리나 일마즈(Yilmaz Aleyna)에게 일격을 당해 3회전 점수차승으로 메달 입상에 실패했다. 1회전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연속 얼굴공격을 허용하며 중심을 잃었다. 몸통, 얼굴득점을 잇달아 빼앗기면서 4대13으로 크게 뒤졌다.

2회전 반전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시작과 함께 몸통득점을 빼앗긴데 이어 얼굴득점까지 내주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오른발로 계속해 얼굴공격으로 추격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기회만 줄뿐이었다. 풀리지 않은 경기를 계속하다 3회전 7대19로 점수차승으로 완패했다.

셋째 날 경기에서는 터키가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추가했다. 한국과 대만, 이란도 금메달을 추가했다.

[무카스미디어 = 아제르바이잔 바쿠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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