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시각… 어떻게 하면, 태권도 재밌어질까?

  

태권도전문기자회, WTF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한 과제와 제언 포럼 개최


"밀어차기 득점이 잘 나오는 전자호구 특징 때문에 뒤차기 등 회전공격의 빈도가 급감했다. 넘어지면 경고 및 감점을 받을 수 있어 선수들은 관중들이 좋아할 만한 큰 기술을 굳이 쓰지 않는다. 큰 기술이 자주 나오는 흥미로운 경기를 위해서라도,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회전공격에 추가득점을 더 줘야 한다." (신병주 기자/태권도조선 편집장)

"겨루기에서 포인트 합산으로 승패를 정할 것이 아니라 게임 <철권>처럼 적중된 공격의 강도에 따라 상대팀의 에너지 게이지가 차감되는 방식을 택하면 보는 재미가 증가할 것이다. 여러 나라들이 자체적으로 스폰서 유치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한혜진 기자/무카스 편집장)

"동작의 난이도가 있는 경기용 품새를 개발해야 품새대회를 피겨스케이팅처럼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예술심사와 기술심사를 보는 부심을 따로 둬 채점을 더 체계화해야 한다. 대회 후 갈라쇼를 신설한다면 관중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성원 기자/태권저널 편집장)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가천대학교 평생교육원의 한 강의실. 태권도 전문기자들이 강단에 섰다.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 동안 현장을 누벼온 '태권도전문기자회(회장 한혜진)' 소속의 기자들은 '재미있는 태권도 만들기'를 주제로 다채로운 의견을 쏟아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의석에 앉아 이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세계태권도연맹(WTF) 임직원들.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최창신 상임고문, 양진방 기술위원장, 박정애 총괄사무차장, 강석재 홍보차장을 비롯한 실무담당 직원 10명 등 핵심 임직원은 기자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받아 적다가 추가설명을 요구하기도,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 낯선 광경은 세계태권도연맹과 태권도전문기자회가 주최한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들기 위한 토론회>에서 연출된 것이다.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살아남으려면 재미있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조 총재가 전문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기자들이 가진 아이디어가 세계태권도연맹에 영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한 행사다.


조 종재는 양진방 기술위원장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도록 중국 난징 유스올림픽 태권도대회 현장 실사 출장까지 연기하게 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태권도전문기자회는 3개조로 나뉘어 분야별로 주제를 발표했다. 신병주 기자는 '태권도 겨루기 경기의 흥미를 높이자'를, 한혜진 기자는 '親 대중화 태권도 경기를 위한 대안 모색'을, 서성원 기자는 '품새대회 진일보를 위한 시대적 과제'를 주제로 잡았다.

신병주 기자는 전자호구의 도입으로 득점 여부를 전광판에 의존해 확인해야 하는 문제점을 꼬집으면서 △소리 등으로 관중들이 득점상황을 공감할 수 있도록 전자호구의 두께를 지금보다 얇게 조정하는 방안 △경기의 흐름을 끊는 잡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고난도 기술에 대한 추가 차등득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신 기자는 이달 초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월드태권도그랑프리’에서 전자호구 시스템이 오작동 되는 여러 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한혜진 기자는 선수와 지도자, 관중이 모두 쉽고 즐거우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경기 룰을 제안했다. 공격 강도에 따른 상대방 에너지 게이지 차감 방식이 ‘보는 재미’를 배가시킬 것이라는 파격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태권도 경기를 격투기 게임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새로운 겨루기 경기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복과 경기복의 완전한 분리를 하자는 것. 대회 개최 수 확대에 따른 선수단의 경제적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폰서 노출을 확대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각 주제에 관한 발제 후 심도 있는 종합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성원 기자는 현재의 태권도 품새 경기와 가라테 카타(형)를 비교하는 영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떤 경기를 더 주목하게 되느냐”는 공격적인 질문으로 태권도 품새경기의 변화를 역설했다.

품새대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피겨스케이팅처럼 점수체계를 더욱 세분화하고 △프리스타일 품새의 개념 재고해야 하고 △경기용 품새인 비각과 한류의 재개발해야 하며 △세계선수권 권위에 걸맞도록 개최 수와 종목 수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 후, 이어진 종합토론은 약 2시간 동안 활발하게 진행됐다. 박정애 총괄 사무차장을 비롯한 실무 직원들은 이날 발제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양진방 위원장은 기자들이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품새경기 중 배경음악의 필요 여부 △대회 참가자들의 자체적인 스폰서 유치의 제도적 허용 여부 △선수의 기록 DB화 촉구 등이 논의됐다.

토론회 평가는 좋았다. 임원보다 실무직원들이 크게 만족해했다. WTF 박정애 총괄 사무차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직원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실무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이 차마 말하지 못한 문제점을 속 시원하게 긁어줬다”고 했다.


태권도전문기자회 회원과 WTF 조정원 총재와 최창신 상임고문과 기념촬영


조정원 총재는 “오늘 같은 토론회는 WTF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더욱 뜻 깊다. 현장에서 다양한 취재를 통해 태권도를 가장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기자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본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줘 나를 비롯한 우리 스태프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 만큼 앞으로 정례화해 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진방 기술위원장은 “기대 이상의 좋은 자리였다. 오늘 이 자리에 없었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꿰뚫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주었으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제언도 있어 놀라왔다”며 “기자들이 제안한 것 중 상당부분은 태권도 경기 발전과 대중화를 위한 정책에 크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혜진 회장은 “조정원 총재께서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한 현재의 문제점을 기자들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요청으로 이번 세미나가 열리게 됐다”며 배경을 설명하면서 “평소 기사에 쓰지 못한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제시됐다. WTF 경기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권도전문기자회는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이 상호간의 우의를 다지고, 전문 언론인으로서 자질향상과 공정한 경쟁으로 태권도 발전을 위해 2009년 첫 발을 내딛었다. 현재 주요 전문지 대기자 9명이 소속되어 있다.

[무카스미디어 = 권영기 기자 |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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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뻗을때까지 시간두고 ko패 나오도록 하면 안되나?
    요즘은 시원한 한방이 너무 안나오는것 같음.

    2014-07-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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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데?

    태권도 기자분들로 대변되는 잠재 관중과 선수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풀어주셨네요.
    태권도 전공자로서 변화를 선도해 해는 기자님들 존경스럽습니다.

    2014-07-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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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2

    그냥 itf가 답인 것 같은데.

    2014-07-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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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다가

    화려한 발차기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먹몸통지르기가 허용되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주먹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태권도가 재미없는 주된 요인이다. 주먹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주먹과 발차기의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올림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2014-07-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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