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한국무술과 오바마 대통령의 격의 없는 스킨십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52


​독일 뮌스터 공권유술세미나를 마치고 바트 크로이츠나흐로 가기 전. 우리는 윤동현 본부장의 댁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메뉴는 김치찌개였습니다. 조 실장이 해준 김치찌개에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느끼한 서구식 식사를 하다가 얼큰하고 시원한 김치찌개가 들어가니까 속이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맞은편 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벤치 슬레바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독일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권유술 여성 블랙밸트이며 예쁘고 강직한 아가씨입니다. 그녀가 마른반찬만 집어 먹길 래, 내가 눈치를 채고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가 이상하게 느껴지죠?”

독일 나인강에서 벤치 슬레바(공권유술 사범)와 함께


그녀가 무슨 뜻인지 몰라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입니다.

“한 그릇의 김치찌개에 여러 명이 숟가락을 번갈아 담그며 함께 먹으니까 당신의 눈으로 볼 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서나 독일에서는 각자의 그릇에 스프를 담아 먹기 때문에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말을 합니다.

“한국인의 관점이나 외국인의 관점으로 볼 때 이것은 매우 비위생적인 문화일 것입니다. 타인의 침이 서로 섞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좋지 못해요. 우리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한국 사람이 그릇이 없어서 이렇게 함께 김치찌개를 먹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국자로 퍼먹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숟가락을 놓고는 경청을 합니다.

“우리는 함께 음식을 먹으며 가족이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어머니가 어린 아이가 남긴 음식이 더럽지 않게 생각을 하고 기꺼이 음식을 먹습니다. 딸은 아버지의 음식을 먹으며, 할머니는 손주를 위하여 음식을 남겨주기도 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가족이라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다만 그럴 뿐입니다.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따로 먹을 수 있도록 그릇이 필요하면 말을 하세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벤치 슬레바가 거침없이 김치찌개에 숟가락을 담급니다. 우리는 그녀와 함께 아주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메밍엠 세미나를 마치고 세미나에 참석한 무술인들과 함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때 함께 동석한 분이 계셨는데 70세가 넘으신 9단의 마스터입니다. 공권유술 세미나에 참석한 대부분의 참가자는 그랜드 마스터의 제자들이었습니다. 웨이터가 차례대로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음식이 나오자 게걸스럽게 사람들이 먹기 시작합니다. 여러 종류의 맥주도 시켜서 먹고 주변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자신의 선생인 그랜드 마스터의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사람들은 자신의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솔직히 좀 당황되었는데 아직 그랜드 마스터와 식사를 한 적이 없거나 독일 문화에 맞게 생활을 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권유술 팀은 자신의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포크하나 나이프 하나 건드리지 않습니다. 아직 나의 음식과 윤동현 본부장의 음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사범이나 벤치 슬레바, 메쯔, 엘리어스 사범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 근방에 함께 있던 사람이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음식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먹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우리를 쳐다봅니다.

이윽고 우리의 음식이 나오고 “맛있게 드십시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사람들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만약 한국사람 중에 이 장면을 보면 한국의 문화를 권위의식에 사로잡혀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함께 먹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나는 이것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상대를 위하여 아주 조금만 참으면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식사문화에 우연히 동참했던 한 여성사범이 “기다렸다 함께 먹으니까 참 좋다!”라는 말을 합니다.

독일 공권유술 사범인 다니엘은 뮌스터대학교 약학과에 제학중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리포트 제출마감 시간을 10분을 넘겼기 때문에 교수님은 원칙을 따지며 그의 리포트를 받지 않았습니다.

보통 큰일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낙제를 받아 졸업을 못하게 생겼습니다.

고민 끝에 다니엘은 교수님을 찾아뵙고 자신이 늦게 제출한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친구들은 그것에 반대합니다.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가 있다는 겁니다. 변명하는 다니엘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교수는 “잔인한 킬러”라는 별명에 걸맞게 “용서”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용기를 내어 교수실을 방문합니다. 다니엘의 방문에 교수는 녀석이 어쩐 일로 왔는지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는 책상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다니엘은 교수님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우고 공수를 하고는 서있습니다. 공수는 수련 중 지도자 또는 파트너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본서기입니다. 공권유술에서 사용되지만 태껸이나 한국의 전통무술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교수가 힐끔 그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는 못 본 척 자신의 일에 열중합니다.

교수가 녀석을 쳐다보니 이상합니다. 녀석이 너무 공손해 보입니다. 그리고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힐끔 힐끔 다니엘을 쳐다봅니다.

다니엘은 아무 말 없이 교수의 말이 있을 때까지 제자리에 공수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교수가 그에게 무슨 일로 왔냐고 묻습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데 교수가 충고를 합니다.

다니엘은 공수를 하고 고개를 숙이고 교수의 말에 단지 “예!”라고 대답을 합니다.

교수실에 나왔을 때는 그가 들고 간 리포트는 손에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길 래 그 악마 같은 교수가 마음을 돌려 너의 리포트를 받아 주었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단지 공수를 하고 서있었을 뿐이고, 교수의 물음에 다만 네! 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이후 다니엘은 무도수련을 평생 목표로 삶아 훈련을 하겠다는 각오를 윤동현 본부장에게 전했습니다.

과거 독일의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았고 학생들은 교수에게 예를 다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가 부터 대학교내에 민주화 바람이 불었고 평등화를 부르짖었습니다. 교수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의 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거나 담배를 물고 있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피력하며 반론을 하거나 결국 그 반론은 틀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이후부터 교수는 학생들에게 원칙만을 지켰고 학생들은 교수를 월급쟁이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교수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예절 바른 학생은 난생 처음이다.”

‘잔인한 킬러’라는 교수의 말입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신문을 보다가 위싱턴 특파원이 쓴 “오바마의 격의 없는 스킨십이 부럽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한국의 청와대에 대해서 비판적인 글로 마무리하면서 미국 백악관의 격의 없는 분위기를 부러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브리핑 룸으로 찾아와 대변인 교체사실을 발표하고 그와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는 것과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주머니에 손을 넣는 대변인의 행동을 보며 오바마의 이런 모습이 한국인으로써 부럽고, 격의 없는 대통령의 행동이 한국의 대통령의 모습과 겹쳐진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기자가 오랫동안 워싱턴에서 살면서 미국문화에 젖어들다 보니까 이제는 한국의 문화가 어떤지 도대체가 잃어버린 듯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째서 정치면 2면에 날정도로 기삿거리가 되는지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황당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한국의 문화가 있는 것이고 미국은 미국의 문화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유럽의 문화도 개발도상국가나 후진국인 아프리카의 문화도 존중을 해주어야합니다.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공권유술 세미나를 하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훌륭한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하거나 후진국이라고 하찮은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한국인은 이상하게도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스스로 폄하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외국에서 외국물을 좀 먹으면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혓바닥이 꼬부라져 영어로 쏼라 거리거나 한국말이 어눌하면 마치 자신이 미국인 된 것 같이 행동합니다.

대통령 앞에서 비딱하게 짝 다리를 집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는 행동이 어째서 부러우며 어떻게 이것이 한국의 문화정서에 맞는 것인지, 한국의 여자대통령이 대변인과 뜨거운 포옹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기 그지없습니다.

설사 그것이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고 상대가 누구건 우리는 최대한의 예를 갖추어야 하며, 우리 후손들도 그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교육만큼은 한국식 문화에 따라 지식만이 아닌 지혜를 배우는 그런 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한국문화예절의 주축에는 언제나 한국의 무술문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공권유술을 비롯한 한국의 태권도등의 무도를 배우는 것이 꼭 기술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무도문화가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잘 퍼져나가길 희망합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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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프다

    저어기...한국 전통문화는 일인일상이어서 국이나 찌개등을 같이 먹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보통 예절교육용으로 사용했던 동몽선습이나 주자가례등을 보면 무릎을 꿇는것은 죄인들이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법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만 잘못된 행동을 한국의 전통이라고 소개하지는 말아주세요.

    2014-07-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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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져지 이사범

    저는 미국에서 20년넘게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입니다
    사실 한국에있을땐 잘 느끼지 못했는데 우리의 문화와 정서 좋은점 너무 많구요
    또 도장 수련생들은 한국말과 문화를 관심있게 즐겁게 배웁니다

    2014-07-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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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문화

    밑에 한국인은이 말씀하신것은 정통예절에 대한 이해를 잘못알고 계신듯합니다. 절이니 왕이니 하는것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것이 일반 문화가 아니죠. 가부좌는 불교에서 참선을 통해 수행으로 하기 위한 자세이고 이것은 불교 문화입니다. 궁궐문화는 일상적으로 백성들의 문화와 다른거에요. 훈장선생님앞에서 부동자세로 예를 다한다는 경우가 있나요? 제사를 지내거나 어른앞에서 우리민족은 공수를 했었고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은 기본이에요. 한국인님만 해도 가정교육을 그렇게 받아 오지 않았습니까?

    2014-07-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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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성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2014-07-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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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는 사실 일본무사들이 명치유신시대부터 우두머리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태도에서 전수된거라 고 봅니다.
    조선 우리나라는 무릎을 꿇고 앉는 예 자세가 아닌,차렷 부동자세거나 아니면 무릎을 접고 앉는 가부좌석이 예를 가추는 거지요.
    흔이들 무술도장에서 무뤂을 꿇고,관장에게 예를 표하는 자세는 일본풍습을 그대로 모방한 것입니다. 한국인은 임금의 어명에 따른 죽음앞에서 무릎을 굻지 어떤경우도 무릎을 굻는 예법은 없지요.절간에서 수행하시는 승려들도 무릎은 굻지 않습니다. 한국정통 예절에 대한 참고를 하시라고 몇자적습니다.

    2014-07-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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