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원의 인물열전] 양진방 WTF 기술위원장이 사는 법

  

서성원 기자의 태권도 인물열전 - 첫번째 양진방


WTF 양진방 기술위원장


똘망똘망한 '신규개척형' - "벌여놓은 일, 잘 마무리했으면"

이 남자, 체구는 작다. 하지만 몸집에 비해 많이 먹는다. 미식가여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닐 정도다. 체질도 타고나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달변가에 똘망똘망하다. 이해관계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있지만 태권도계 브레인 중의 한 명이다. 상황에 따라 앙칼지기도 하고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신규개척형’에 속한다. "벌여놓은 일을 잘 마무리했으면 바랄 것이 없다"는 말을 간혹 듣는 이 중년의 남자.


양 위원장이 조정원 총재와 맨체스터 그랑프리에서 첫 도입된 검정매트에 대해 논의 중이다.

바로 양진방 세계태권도연맹(WTF) 기술위원장이다. 조정원 총재는 지난해 12월, 2013 월드태권도그랑프리파이널대회가 열린 영국 맨체스터 센트럴전시장에서 그를 기술위원장으로 공식 임명했다.

그가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주위에서는 WTF 글로벌 태권도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조 총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했다. 조 총재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와 미디어친화적인 변화를 위해 양 위원장과 손을 맞잡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을 양 위원장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위원장에 임명된 후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태권도 경기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경기복과 심판복도 대중에게 어필하고, 방송에 적합한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2016년 브라질 리오올림픽에서 집약될 것이다. 그랑프리대회를 창설하고 단체전을 중심으로 하는 월드컵챔피언십 강화 등도 이러한 노력의 과정이다.”

KTA - WTF 요직 거치며 태권도 경기 발전 모색


양 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WTF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1988년부터 2000년까지 WTF 국제심판 교육을 맡았다. 2012년 대한태권도협회(KTA)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후에는 WTF 전자호구위원회 위원, 멕시코 세계선수권대회 임명직 경기감독관(CSB), 러시아 컴벳게임 태권도 임명직 경기감독관, 2013 월드컵챔피언십 임명직 경기감독관, 유럽-아시아 대항전 TD, 그랑프리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WTF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조 총재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했다.

그래서 그런지 기술위원장이 낯설지 않다. 몸에 맞는 정장을 입은 것처럼 안정감이 있고,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활력이 넘친다.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때는 긴장하는 듯하면서도 여유가 묻어난다. 실무형 베테랑답다.

공식 임명 후 지난 12월 맨체스터에서 필립 부에도(좌)와 샤킬 심판위원장과 함께.


필립 부에도 경기위원장과 샤킬 쉘밧 심판위원장과도 호흡이 잘 맞는다. 아니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도 한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진지하게 들어주고 상황에 따라 박장대소한다. ‘맞춤형 리액션’도 간혹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필립 위원장과 샤킬 위원장은 그동안 WTF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함께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밖에서 얘기하는 유럽세의 강화나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기술위원회는 정치적 조직이 아닌 일하는 조직이다. 탄탄하게 일하는 그룹, 목표달성을 위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조직으로 스텝들과 함께 할 것이다.”

최대 관심사는 태권도 경기를 인기 스포츠로 만드는 것


요즘 양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7월 9일 WTF 한국본부에서 마주 앉았다. 기술위원장이 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속마음이 궁금했다. 그의 관심사는 태권도 경기를 인기 스포츠로 만드는 것이다.

- 기술위원장으로서 어디에 관심이 많습니까?

“태권도 경기가 미디어 스포츠로서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인기있는 스포츠로 만드는 겁니다. 그것은 내 생각 이전에 WTF가 가야하는 길입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TV에서 관심을 갖는 스포츠로 만들자는 겁니다. 태권도 경기를 중계방송해달라고 요구하지 말도 각 방송사에서 태권도를 중계하도록 만드는 것, 중계방송권을 사 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IOC 올림픽 프로그램위원회에서도 각 종목의 TV 방송권 판매 실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만약 각 방송사가 태권도 경기를 중계방송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 경쟁력도 높아져 올림픽 핵심종목 유지와 재정 자립도 강화 등이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선수들의 활로도 넓어지고요.”
양 위원장은 바쁜 일정을 틈내 경주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를 참관한다. 2005년 KTA 기획이사로 있을 때 창설한 대회여서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이다.

양진방 위원장이 지난 3월 WTF 총회 직후 개정된 경기룰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경주에 가서 뭐하세요?

“6월에 열린 스위스오픈대회에서 대도가 만든 전자헤드기어를 봤습니다. 이번 경기 코리아오픈에서는 KP&P가 만든 전자헤드기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면밀히 그 기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올해 안에 공식대회에서 전자헤드기어를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2015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전자헤드기어를 사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양 위원장은 겨루기 경기복에도 남다른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조 총재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경기복과 관련해 여러 아이디어가 교환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기본적인 안(案)을 가지고 있는데, 디자인과 색상 등 얼마만큼 변화를 줄 것인가 하는 것은 집행부와 여러 번 의견을 나눠야 합니다. 아직 중간 과정이기 때문에 ‘딱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략 3가지로 압축됐습니다. 선수들의 몸에 딱 달라붙는 스타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도복 형태에 T-셔츠로 갈 것이냐, 도복 형태를 유지하되 재질을 다른 것으로 할 것이냐 등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양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글. 무카스미디어 객원 칼럼리스트 = 서성원 기자 | 태권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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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율

    교수님 수업을 듣고 태권도만 잘해서 중요한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들과 논쟁들역시 태권도의 역사와 함께 나아간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

    2014-10-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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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나무

    기사 술술 재미있네요.

    2014-07-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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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강

    태권도 발전을 위해 항상 노력하시는 양진방 교수님, 항상 응원합니다.

    2014-07-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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