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장애인올림픽에 채택 돼야하는 이유?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 성료, 남자 러시아, 여자 터키 종합우승,


여자부 종합시상


태권도가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가능성에 한걸음 다가갔다.

21일부터 이틀간 러시아 모스크바 디나모 스포츠 팰리스(Dinamo Sport Palace)에서 열린 제5회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역대 가장 많은 참가국과 선수가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남녀 각 4개 장애등급, 3개 체급 총 24개부로 치러진 겨루기부문은 주최국 러시아가 남자부(금3, 은3, 동4) 우승을 여자부(금1, 은3, 동1)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부는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한 터키와 총점 23점으로 동점을 기록했지만 금메달 수에서 밀려 우승을 터키에게 내줬다.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터키, 우크라이나, 이란, 몽골 등 37개국에서 11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역대 가장 많은 국가와 선수가 참가했다. 특히 지적장애인 품새 부문이 첫선을 보였다.

선천성 장애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불운을 겪으며 성장했던 우크라이나의 빅토리아 마르축(Viktoriia Marchuk)은 대회 3연패와 지난해에 이어 여자부 MVP로 선정돼 태권도를 통한 새로운 인생의 꽃을 활짝 폈다.


대회 3연패를 차지한 비카 마루축의 예선 경기장면


비카는 “나는 태권도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을 걷게 됐다. 이제는 매사에 자신감이 생긴다”며 “나의 다음 목표는 장애인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권도가 올림픽종목에 꼭 채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권도의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여부는 비카 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단의 공통된 꿈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가국 선수단이 아직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이유로 대회 출전 경비를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회 아제르바이잔 대회부터 출전해 5회 연속 출전한 몽골대표팀은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별도의 출전경비를 지원받지 못해 회장단과 경제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출전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터라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몽골에서 러시아까지 무려 5일간 열차로 와야만 했다.

몽골장애인태권도협회 오토공바타르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번 대회를 위해 5일 동안 기차를 타고 왔다. 선수들이 장시간 열차이동으로 피곤한 몸으로 시합을 뛰었다”며 “우리는 태권도가 장애인올림픽에 들어가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훈련비 지원과 대회 경비를 지원이 가능하다”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도 오는 10월 또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에서 결정될 2020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에 태권도가 채택되도록 이번 대회에 심혈을 기울였다.

비장애인대회만큼 출전국과 선수가 부족해 병행 개최하던 것을 단독대회로 첫 개최했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동등한 조건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의사와, 물리치료서, 장애전문가, 태권도인 등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장애등급심사관(Classifier)을 통해 IPC기준에 맞춰 출전 등급을 지정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비장애인대회와 동일하게 올해부터 첫 팔각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렀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전자호구(대도)와 비디오판독제를 사용했다. 경기규칙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머리 공격은 금지하고, 경기시간은 1분 30초 3회전으로 진행했다. 손 공격은 허용되지만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고 단순 몸통 공격은 1점, 회전 몸통 공격은 3점이 주어진다.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는 지난 2009년 아제르바아잔 바쿠에서 첫 개최된 이후 2010 러시아 생피터스버그, 2012 아루바 산타크루즈, 2013 스위스 로잔에서 2011년을 제외한 매년 열렸다.

WTF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소외되었던 장애인태권도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선수권을 첫 개최했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 진입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됐다.

매년 참가선수단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점진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번에도 역시 장애인선수의 부상방지에 중점을 둔 경기규칙과 경기운영의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차기 대회에 새롭게 적용할 방침이다.

WTF 양진방 기술위원장은 “비장애인과 룰이 조금은 다르지만 더 많은 배려와 경기룰 조정이 필요함을 느꼈다. 절단부위에 엄청난 힘의 발차기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우려된다. 이밖에도 디테일한 개선점을 찾아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로코장애인태권도시범단의 개막식 공연


현재 전 세계에 장애인 태권도 수련생은 전체 태권도 인구에 1%도 채 안 된다. 그러나 태권도가 장애인올림픽이 채택이 되면 보급률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각국에서도 정책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소외된 장애인들이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

태권도는 1994년 9월 4일 파리 IOC총회에서 2000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빠르게 회원국과 수련생이 증가했다. 올림픽 정식종목 이유로 현재 전 세계가 자국 태권도 경기력향상과 보급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원한다. 따라서 반드시 태권도가 장애인올림픽에도 정식종목이 되어 남녀노소, 장애인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가 되길 기대해본다.

3년 전 처음 아루바에서 만난 비카는 기자의 질문에 말 한마디도 자신 있게 하지 못했다. 웃음도 없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세 번 연속 금메달을 따면서 그는 놀랍게 변했다. 만약 비카가 태권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변화가 있었을까.

이게 태권도가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무카스미디어 = 모스크바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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