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내 인생이 뭐가 어떻다는 거냐?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47


강준 사범

가끔 후배들과 술 한잔씩 마실 때면 “형님! 저는 집을 구입하고 싶은데, 친구나 주변에서 집값이 더 떨어질 테니 절대 집을 사면 안 된다고 말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집을 투기 목적이 아니라 주거의 목적이라면 가능한 집을 사라고 충고를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환경적인 문제나 교육적인 문제 등을 고려하여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충분히 조사한 후, 심사숙고해서 집을 사라고 조언 합니다.

현재의 사회적 문제는 집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지고, 다달이 내는 월세가 부담스러워 집값보다 전세 값이 더 높은 ‘깡통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배짱인지 과감히 전세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마치 서커스의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지금의 사회적 문제는 월세는 싫고, 전세는 비싸다고 난리를 치는데도, 집을 구입하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처럼 되어 버리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집을 사지 말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아마 대부분은 현재 집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을 걸 상대가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잘못된 것으로 인식시키려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들을 맥주집에서 만났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치맥’입니다.

동창이라는 놈들은 벌써 자기 자랑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 될 때는 학창시절의 추억에 대해서 전개가 될 듯하다가 대체적으로 직업적인 이야기로 바뀌고 맙니다. 보통 자신이 직업을 통해서 잘 먹고 잘산다는, 그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레파토리입니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 순서도 정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내 차례까지 왔습니다. 나야 돈을 많이 버는 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요새 근황을 묻는 녀석들에게 “이놈들아! 내가 막둥이를 보게 되었다!” 라는 최근의 사건을 이야기 했습니다. 녀석들이 반응은 심히 놀랍다는 눈치입니다.

옆에서 시종일관 듣기만을 자처하던 녀석이 나의 소리에 입을 엽니다.

“너는 왜? 인생을 그렇게 사냐?”

이놈의 말이 시비쪼입니다.

“내 인생이 뭐가 어떻다는거냐?”

“인생을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냐?”

이놈이 맥주 500cc 한 잔을 먹고 만취를 했나? 싶어서 얼굴을 쳐다보니 진지하다 못해 비장함이 감돕니다.

“너 애 하나 키우는데 얼마가 돈이 드는 줄 알기는 아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던 녀석의 신경질 말투에 애 하나를 값으로 매기는 순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얼추 짐작이 갑니다.

“넌 신문도 안보냐?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을 시키는데 자그마치 3억원이 들어가, 거기다가 애들 장가갈 때 전세금이라도 마련해주려면 기본이 한명 당 5억이야! 니가 애가 셋이니까 15억을 껌 사먹는 거야. 뼈골 빠져라 돈을 벌어봐야 애새끼들 뒤치다꺼리하다가 죽어... 바보야!”

말을 들어보니까 이놈이 축하해준다는 말은 고사하고 내가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슨 국가적으로 큰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 봐라 얼마나 좋냐, 와이프 둘이서 해외여행 다니면서, 쇼핑하면서, 인생을 즐기면서, 그렇게 살고 있잖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을 너는 듣지도 못했냐? 늘그막에 그게 무슨 고생이냐 고생이... 인생이 가난해지는거야!”

마지막 말만 안했어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도대체가 매너라는 개념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어 보입니다.

“너는 오직 너를 위해서만 사용되는 소비를, 나는 아이들과 공유하는 것이고, 아이를 갖고 있는 부모는 그것을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오히려 더욱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부양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 너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한심해 보일지 몰라도 부모에게는 하느님이 내리신 인생의 축복이다. 그렇다면 너는 돈을 얼마나 많이 모아서 부자가 되었냐? 너의 말대로라면 너는 애가 없으니까, 지금쯤 10억쯤은 모았어야 되지 않겠냐?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으면서 월세를 못 면하는 이유가 뭐냐?” 그리고 그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할 소리냐?”라는 소리에 주위의 친구들이 얼른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괜한 소리를 했나 싶어 미안해집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쯤, 다가가 아까는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혹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가 녀석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한국의 심각한 저 출산율의 문제가 교육, 환경, 복지의 문제보다 금전적 이유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에는 자기가 낳은 자식만큼은 남들보다 풍요롭게 그리고 교육적으로 월등하게 키우지 못할 바에는 아예 낳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한 몫을 할 것입니다.

한국의 양극화는 비단 정치, 사회적 이슈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확연히 들어나는 느낌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딸로 태어나 자식 셋을 뒷바라지한 부모님이 자랑스러워지는 밤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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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 #허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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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애 하나 키우는데에 3억이니
    5억이니 하는것은 중산층 이상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중에 상위 10%정도만 중산층입니다.
    아이들 양육비 측정하실때 참고하시길 ..

    2014-04-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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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선관장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느끼는 밤입니다.^^

    2014-04-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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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강준님은 정말 부자이십니다 자식이 곧 마음의 부자이신 것도 모르고 허우적 거리는 졸부범인들을 보고있노라면 마음이 먹먹해 옵니다 나역시 오십년 무도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자식들 대학원까지 공부시키면서 단 한번도 돈이 아까우거나 후회해 본적이 없습니다 각별한 제자도 나이 사십에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자식셋을 나아 잘키우고 있습니다 정말 행복한 제자라고 생각합니다. 각박하고 팍팍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음이 풍요로움을 아는 자식 부자들이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강준님의 마음의 건강을 빕니다.

    2014-03-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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