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노골드’ 수모… 3년 뒤 리우올림픽 ‘걱정’

  

한국 태권도, 세계선수권 영광 5개월 만에 그랑프리 ‘노골드’ 수모


한국 선수가 외국 선수의 얼굴 공격에 눈을 감고 있다.


태권도 종주국이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2013 푸에블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최근 6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종주국의 건재함’을 세계에 알린지 5개월 여 만에 추락했다. 이제 3년으로 다가온 리우올림픽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한국 태권도 선수단은 지난 13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영국 맨체스터 센트럴센터에서 열린 ‘2013 WTF 월드태권도그랑프리 파이널’ 첫 대회에 올림픽 체급 14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 획득에 그쳤다. 국제대회 출전사상 ‘노골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패인은 안일한 대처 때문. 세계선수권 이후 긴장감이 떨어진 것. 대표팀 내부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경기에 사용된 대도 전자호구에 대한 준비도 많이 부족했다. 유럽 선수들의 변칙기술과 새로운 경기운영 스타일에 속수무책 대응하지 못했다.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으나 줄줄이 결승 문턱에서 지거나 예선 탈락해 충격을 안겼다. 올림픽 체급으로 병합되면서 체력과 체격 등에서 열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기술에서도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종기 감독이 어두운 표정으로 패인을 밝히고 있다.


한국태권도대표팀 김종기 감독은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감독으로서 금메달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세계대회 이후 그랑프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안일하게 대처한 것 같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정석을 유지하다보니 외국선수들의 변칙 스타일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하는데 그에 대한 적응훈련도 충분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성적을 계기로 대표선수 선발시기와 방식 그리고 훈련방법이 모두 새롭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 이틀째까지 금메달이 나오지 않자 대표선수단 내부 분위기는 무거웠다. 마지막 날 세계선수권 2연패의 남자 -68kg급 이대훈(용인대)과 은메달리스트 김훈(한국체대), 월드챔피언 김소희(한국체대), 김유진(경희대) 등 우승후보가 나서 ‘금쓸이’를 기대했다. 결과는 전원 ‘예선탈락’했다.

김세혁 전무이사를 비롯한 대표선수단 지도진은 참담한 결과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메달을 하나도 못 딸 것이라고는 상상도 안했기 때문이다. 놀란 것은 외국팀도 마찬가지. “한국 왜 그래”라며 노골드 결과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한국 태권도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국가대표 1~2진 32명을 선발해 대표팀 합숙을 상시 운영해 왔다. 전임 지도자도 5명을 선임해 대표팀의 위용을 구축했다. 그 첫 결과로 지난 7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종주국 부활을 예고했다.

그러나 딱 5개월 만에 추락하고 말았다. 체력과 기술 모든 부분에서 상대선수들에게 열세를 보였다. 전략, 전술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경기 내용면에서 억울하게 졌다고 볼 수 있는 경기도 없었다.

이어 국제 경기력 상승세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경기부’를 신설하고, WTF 경기부장 출신을 특별채용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선수단 지원, 전력분석, 세계태권도연맹 경기· 심판부와의 관계 등 어느 한 부분 눈에 띄는 움직임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남자 -58kg급 김태훈(동아대)이 결승에서 패한 후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단 임원은 여전히 특정 전자호구 성능 문제와 경기규칙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일종의 푸념이었다. 다른 외국팀 선수단도 동일한 조건에서 뛰었는데도 유독 한국만이 여전히 불만투성이다. 세계화 흐름에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대 국가 선수들에 대한 정보 부족도 패인의 절대적인 이유 중 하나다. 외국 선수단은 비디오촬영은 기본이며 주요 선수들의 세세한 정보를 파악해 경기를 대비하는 게 기본이다. 외국팀 지도자가 오히려 특정국가 선수의 장점과 대응책을 대신 알려줄 정도로 정보 분석은 ‘빵점’에 수준이다.

3년 후 열릴 올림픽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선수선발 방식과 경기규칙 변화의 폭은 상상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대응하지 못한다면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더 큰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의 결과는 너무도 아픈 결과지만, 3년 후 올림픽을 앞두고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리우올림픽 본선무대로 가는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땅으로 추락한 한국 태권도, 다시 부활할지 기대된다.

[무카스미디어 = 맨체스터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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