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뱃게임 韓 태권도, 팀 급조하더니 결국 ‘망신살’

  

<현장수첩> 선수단 구성 문제, 국제 5인조 경기룰 이해 못하는 등 총체적 문제 드러내


한국 태권도대표팀이 이란에게 10점을 내준 상태로 2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고 있는 '2013월드컴뱃게임즈'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가 이란에게 27대 7이라는 큰 점수차로 패배했다.

5인조 단체전이라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이긴 했지만 점수 차가 나도 많이 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식상한 표현이지만, 예견된 결과였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준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대한태권도협회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준비된 예산도 없었고, 대회 기간이 전국체전과 겹쳐서 선수를 구성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실업태권도연맹에서 박계희 전무이사를 통해 자체적으로라도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대한태권도협회는 이를 허락했다는 것이 김세혁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의 설명이었다.

실업태권도연맹은 오영주 사무국장을 팀 주무로, 백국현 용인시청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해서 남자부로만 실업에서 5명, 대학에서 1명의 선수를 꾸려 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급하게 구성된 6명의 선수는 대회 참가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체중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컴뱃게임즈에서 진행됐던 5인조 단체전은 5명의 주전 선수와 1명의 후보 선수로 구성된 총 6명이 경기에 등록 할 수 있다. 후보가 없는 경우에는 5명이 등록을 해서 참가할 수도 있다.

6명의 선수가 등록을 할 경우에는 남자의 경우 체중 합계 432kg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국팀은 10kg을 초과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처럼 체중을 초과해서 패널티를 받은 경우는 도미니카 공화국이 있다. 그러나 도미니카 공화국이 초과한 체중은 1kg에 불과했다. 결국 한국은 체중 제한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왔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5명 중 1명은 대회가 끝나지도 않은 24일, 한국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뒤늦게 선수를 꾸린 탓에 일정에 맞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란에 얼굴 점수를 내주고 있다.

이 선수가 빠진 탓에 한국은 이란과의 경기에서 5명이 아닌 4명으로 경기에 참가해야 했다. 5명으로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체중이 366kg 이하 여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체중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4명으로 경기에 참가하게되면, 상대 팀에게 10점이 주어진다.

결국 한국은 10점을 감수하고 4명으로 경기에 참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상대는 세계대회에서 한국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는 태권도 강국 이란. 이란을 상대로 한 단체전에서 10점을 내주고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처음부터 이길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1회전에서는 선전했다. 한국은 1회전까지는 5대 4로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2회전에서는 이란에게 10점이 주어진 상태로 시작됐고, 의욕을 잃은 한국팀은 2점을 추가하는데 그쳐 27대 7의 치욕적인 점수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패배의 원인이 된 선수가 먼저 돌아간 이유에 대해 실업연맹 오영주 사무국장은, 27일 비행기표를 구할 수는 있었지만 선수 혼자만을 남겨두고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4일 하루 먼저 귀국시켰다고 말했다.

돌아간 선수는 24세의 대학생이었다. 이런 성인 남성을 혼자 남겨둘 수 없어서 대회에 차질을 빚으면서까지 일정을 꾸렸다는 실업연맹의 변명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세계태권도연맹에서는 선수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관계자를 한 명 남겨서 동행시키겠다고까지 했으나 한국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왔을까?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유를 알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대표팀의 준비 부족은 전날 예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3일 예선에서 한국은 미국에게 20대 24로 패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패배였다. 이유는 선수가 규정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몰수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1회전 경기 중 5명의 선수 중 하나였던 A는 경기 중 상대의 뒤차기에 허벅지를 맞았다. 상대의 반칙성 공격에 의한 부상이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주저앉아 아픈 부위를 만져서 통증을 달랬다. 그러나 주심은 선수에게 경기 속행을 지시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러한 경우 주심은 선수에게 1분 이내의 회복 시간인 인저리 타임(injury time)을 주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인저리 타임이 없었다. 경기의 진행을 끊지 않겠다는 세계태권도연맹의 방침 때문이다.

따라서 선수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부상, 예를 들어 코피가 나거나, 눈을 다치거나, 골절상을 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라도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동을 할 수 없다. 그랬을 경우, 주심은 경기 속행을 지시한 후 선수가 따르지 않을 경우 몰수패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 선수는 이러한 내용을 몰랐고 결국 몰수패를 당해 미국에게 10점을 내줬다. 미국에게 패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러한 바뀐 규정은 대표자 회의에서 전달됐지만, 대표자 회의에 참가했던 한국팀 주무와 감독은 이러한 내용을 선수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언어 소통의 문제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았다면 선수에게 전달하지 않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 누구도 바뀐 내용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컴뱃게임즈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입장에서는 큰 대회가 아닐 수 있다. 랭킹 점수에도 포함되지 않고 일부 국가들만이 참가하기 때문에 국가대표를 선발해서 보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두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한 대회였다.

첫째는 컴뱃게임즈는 전 세계 스포츠 단체들의 연합인 스포트어코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회로서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 해도 대단히 큰 국제스포츠 행사이기 때문이다. 태권도와 경쟁 상대이거나 비교가 되는 종목들, 예를 들어 공수도, 킥복싱, 무에타이, 사바테 등이 모두 참가했고, 경기의 내용과 진행은 냉정하게 비교 분석됐다.

둘째는 5인조 단체전이 가지는 중요성 때문이다. 5인조 단체전은 한국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됐지만, 세계태권도연맹에서는 이 5인조 단체전에서 많은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경기 자체가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에 태권도의 문제로 지적됐던 흥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미디어 노출과 마케팅 확대를 한꺼번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 시작된 인저리 타임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은 향후 태권도 경기에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대회에 대한태권도협회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위 단체인 실업태권도연맹에게 대회 참가를 맡겨, 결국 부실한 준비와 부끄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대회가 열린 태권도 경기장에는 다른 종목에 비해 많은 관중이 있었다. 대회 선수 및 임원들만이 있는 경우가 많은 종목들에 비해 순수한 관중들도 제법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의 태권도에 대한 관심 때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태권도에 관심 많은 러시아 관객들 앞에서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한국은 망신을 톡톡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태권도전문기자회 공동취재단 = 상트 페테르부르크 | 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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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한 나라 이란

    이란 태권도 강국 역시..
    대한민국 정신부터 바꿔야할듯..
    망신 안당하려면 정신차립시다.

    2013-10-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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