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지켜낸 조정원 총재 “레슬링을 보면서 아찔”

  

WTF 조정원 총재, 무카스 현지 전화인터뷰 통해 솔직한 심경 밝혀


올림픽 태권도 핵심종목 잔류의 일등공신인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


한국시각으로 8일 저녁. 아르헨티나에서 2020 하계 올림픽 태권도의 운명이 결정됐다. 올림픽 퇴출 0순위 후보종목이었던 태권도가 25개 핵심종목(Core Sports)으로 2020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과 함께 여섯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새로운 올림픽 태권도 역사의 현장을 가슴 졸이며 지켜본 이가 있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가 그 주인공.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 일찌감치 도착해 ‘아르헨티나 오픈 태권도선수권대회’를 챙기고 운명의 날을 맞이했다.

이미 지난 2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 자크 로게, IOC) 집행위원 회의에서 퇴출종목에서 제외된 터라 큰 이변이 없는 한 잔류가 확정적이었다. 만에 하나 25개 통합 결정이 아닌 ‘개별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면 다시 원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본 회의가 시작되자 캐나다의 리차드 파운드 IOC위원(Richard Pound)이 레슬링이 지난 2월 집행위원회 투표에서 25개 핵심종목에서 빠진 후 다시 2020 후보종목 3개 종목에 포함된 것은 자기모순(Self-contradictory)이라며, 25개 핵심종목과 새로운 종목 선정을 모두 수정해 시간을 가지고 결정하자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때 회의장에서 태권도 올림픽 핵심종목 결정의 시간을 지켜보던 조정원 총재 눈앞은 깜깜했다. 어찌해야 하나. 다행히 노르웨이 게르하트 하이버그 위원과 몇몇 위원이 반대 뜻을 분명히 했고, 자크 로게 위원장까지 IOC위원 모두가 결정한 사항을 뒤엎을 수 없다며 선을 그어 위기를 모면했다.


2020 올림픽 핵심종목 여부를 가리는 IOC총회 전경


태권도를 포함해 25개 핵심종목은 투표결과 찬성 77표 반대 16표로 2020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확정됐다. 그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조정원 총재는 그 순간 울컥했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지키겠다고 지구곳곳을 돌며 태권도를 세일즈하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정원 총재는 <무카스>와 현지 전화통화에서 “지금 이 순간 아주 기쁘고 행복하다. 올림픽 무대에서 태권도를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이 모든 게 전 세계 태권도인의 관심 덕분이고 특히나 국내 태권도 관련 단체와 언론, 정부 등의 도움이 컸다. 우리 태권도인 모두가 노력한 값진 성과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오늘이 있기까지 세계태권도연맹은 지난 10여 년간 태권도를 올림픽 무대에 계속 있게 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총재로서 태권도를 위한 일이라면 모든 것을 다했다. 날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두말하지 않고 어디든 다녀왔다. 뒤돌아 생각하면 어찌 그런 많은 일을 했을까 싶을 정도다. 10년 만에 태권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완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일부 국가 협회장과 임원들도 함께했다. 누가 요청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응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조 총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태권도를 위해 이 먼 곳까지 와서 함께 힘을 보탰다. 또 여러 나라의 회원들이 이메일로 격려와 축하를 해주고 있다. 가슴이 뭉클하다”고 기쁨을 이어갔다.

조정원 총재와 장마리 사무총장은 최종 확정된 기쁜 마음을 진정하고 자리를 지켰다. 레슬링, 야구&소프트볼, 스쿼시 중 세 후보종목 중 한 종목을 추가하는 투표가 남았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각각 30여 분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정식종목 선택에 관한 당위성을 발표했다.


총회장에 참가한 장마리 사무총장, 조정원 총재, 프랑스 호제 피아룰리 회장(왼쪽부터)


조정원 총재는 “야~ 정말이지 레슬링이 프레젠테이션 하는데 ‘아찔’ 하더라. 만약 태권도가 지난 2월에 퇴출당했으면, 레슬링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다시 진입을 위해 PT를 하고 했을 것 아니냐. 그걸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더라”고 솔직한 속마음을 전하면서 “야구와 소프트볼은 2005년 탈락 이후 통합해 절치부심 많은 홍보와 노력을 했고, 스쿼시도 갖은 애를 썼는데 탈락 후 그들의 표정을 보니 남의 일처럼 안 보였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올림픽 역사와 함께한 레슬링이 퇴출당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래도 퇴출당했던 것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분명한 것은 태권도는 어느 종목보다 객관적으로 미진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변화시켰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러한 과정은 타 종목의 모범사례가 될 정도다. 이제 또 4년 후 평가를 받을 텐데 그때는 여유 있게 평가 받기를 기대할 뿐이다”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는 2012 런던 올림픽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권도는 무척 허약체질이었다. 그런데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확 달라졌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판정시비는 전자호구와 즉석 비디오판독으로 바로잡고, 재미없는 경기는 차등득점제로 변화를 모색했고, 언론의 무관심은 다양한 흥밋거리 제공으로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태권도는 올림픽 핵심종목 중 ‘핵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04년 세계태권도연맹(WTF) 수장이 된 조정원 총재는 지난 10여년 간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유지하기 위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천명하면서, 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지금껏 쉬지 않고 개혁을 추진왔다. 큰 시험에서 합격한 조정원 총재는 13일 귀국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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