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확고한 신념과 최소한의 자존심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27


공권유술 본관에는 최근 갑작스럽게 여성수련생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어본 말이 혹시 살빼기를 위한 목적으로 오신 거냐고 하니까, 그냥 공권유술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7월이나 8월의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인 운동시즌으로 대부분 살빼기를 위한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합니다.

노출이 심한 여름에 좀 더 날씬해 보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체지방을 빼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한 달에 몇 킬로나 뺄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자신들이 하는 질문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인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관장들이 “정확히 5kg이 빠집니다. 10kg이 빠집니다.”라는 말을 듣기 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살이 빠지는지 숫자로 표시하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만약 관장이 “한 달에 5kg이 빠집니다. 제가 보증합니다.”라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도장에즉시 등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관장들이 하는 말은 그다지 신빙성은 없습니다. 그들이 도장을 등록하는 것은 한 달에 살이 5kg가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로 등록을 합니다. 여자의 심리가 그렇고 관장들도 그런 심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10 년 전 쯤 인가부터 복싱다이어트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복싱체육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복싱체육관에만 들어가면 음악을 틀어놓고 여성들이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밟고 원투를 날립니다. 관원이 200명은 기본이고 많은 곳은 300명도 됩니다. 이렇게 번성하던 복싱체육관이 묘하게도 어느 순간인가부터 모조리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많은 복싱체육관들이 문을 eke았고 복싱에 대한 이미지만 나빠졌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복싱체육관은 젊은 청춘들이 꿈과 포부를 품고 샌드백을 두드리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선수를 양성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원이나 청년들이 복싱에 대한 열정으로 수련을 하는 곳이 아닌, 복싱은 여성들이 살을 빼기 위한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굳힌 것입니다. 누구든 길가는 사람들에게 복싱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어김없이 “복싱다이어트”를 이야기 할 것입니다.

태권도나 합기도와 같이 한국의 정통무술들이 이제는 무술은, 어린이들이 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굳히는 바람에 성인수련생을 유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한국 복싱의 이미지는 이제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여성들이 살을 빼기 위해서 복싱을 수련한다면, 어째서 복싱체육관은 계속해서 번창하지 않을까요? 여자는 자신이 번 대부분의 수입을 아름다움에 투자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한 달에 단 3kg씩, 아니 1kg이라도 살이 빠진다면 1개월 복싱회비가 50만원의 고가라고 할지라도 여성들은 목숨을 걸고 복싱도장을 다닐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동네마다 복싱도장이 한 개씩은 있어야 하고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복싱체육관에 다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복싱체육관은 동네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면 여성 복싱회원이라는 자원이 고갈된 것입니다. 주변의 동네에서 복싱체육관에서 다이어트 복싱을 경험한 여성들은 복싱으로 살을 뺀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끼게 됩니다. 꼭 복싱이 아니라도 살을 빼는 방법은 많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는 넘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들이 최종적으로 느끼는 것은 살을 빼는 것은 복싱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지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느끼는 시기는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달 안쪽입니다.

만약 IMF 이후 복싱이 과거 옛날의 정통방식을 고수하면서 21세기에 맞추어 새롭게 변화를 추구했다면 어쩌면 한국 복싱은 많은 발전을 거듭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단 한명의 세계참피온(남성)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과거의 한국복싱이 그립기 까지 합니다.

사람들이 복싱을 하는 이유는 복싱자체가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복싱자체를 좋아해야 합니다. 하루하루 복싱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훈련하는 과정에서 살은 저절로 빠지게 됩니다. 결국 다이어트의 효과는 복싱을 하는 과정의 조그만 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누구든 복싱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복싱을 한다면 그것은 고역이며 괴로움입니다. 누구든 살을 빼기 위해 자신이 즐겁지 않은 일을 한다면 그것은 고통의 연속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복싱의 참맛을 느낄 세도 없이 복싱을 단순히 다이어트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2달을 못 넘기고 도중하차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복싱체육관은 헬스클럽과별반 다를 바가 없는 휘트니스 센타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여성들은 결국 시설이 더 좋고 가격이 저렴한 헬스클럽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복싱체육관은 넓은 평수에 막대한 시설비를 유지하지 못한 체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최근까지 한국의 복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과거 정통 복싱인들이 수 십 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며 정통복싱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풍족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복싱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복싱계를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갈채를 보내고 싶습니다.

현재한국의 무술계는 한국의 복싱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원의 확보에만 치중하다보니 유아체육같은 편중된 교육을 하게 되고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무술도장에서 무술을 지도하지 못하는 시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관장은 무술을 지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수련을 하지 않게 됩니다. 자기수련을 게을리 하면 지도자로써의자격은 상실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장님이 되는 것입니다.

학교의 선생이나 대학교수가 강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는지 아십니까? 무술도장의 지도자가 학교선생이나 대학교수보다 한참이나 후진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은, 안타깝게도 무술인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많은 무술인들이 한국무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총체적 원인을 기술의 하향평준화, 수련인구의 유아평준화, 지도자의 자질부족등으로 꼽고 있습니다.하지만 지금도 한국의 무술이 흔들리지 않고 정통적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정통 복싱인들처럼 수 십 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인연을 맺는 곳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아직도 많은 무술인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평생 동안 묵묵히 수련에 최선을 다하는 마스터들이 많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한국정통무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 때문입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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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는 무인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공감이 많이 갑니다. ^^

    2013-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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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범

    ↓밑에 관장 이시라는분!! 강준 관장님께서 타무술을 까는 듯한 글을 올렸다고 전혀 보이지 않는데요.. 미국사범님 말씀처럼 대한민국 무술이 어떠한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가드라인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계인적인 저의 생각으로는 강준관장님은 모든 유파를 떠나서 한국 무도계의 선구자 같은 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꼭 강준 관장님 글을 읽고 태클을 거는 분들보면은 뭔가 양심에 찔리고 캥기는게 있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2013-05-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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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사범

    사범님과 관장님들이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좋은 가드라인이 되는 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05-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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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아버지

    뭔 말을 표현하는건지 알것 같고 짜임새도 있고,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좋은데...

    2013-05-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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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뭔 말을 표현하시는건지 내용에 짜임세가 없고, 자신의 공권유술이 타무술보다 더 제일 좋다라는
    선전으로 보여집니다.
    껄끄러운 글입니다.
    내 자신이 겸손하고 타무술을 추겨줄때 내 자신이 우뚝선다는점
    생각하시면 글좀 올리심히 좋을뜻 합니다.

    2013-05-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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