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 분노는 후회를 만들어 낸다

  

공권유술 강준 사범의 허튼소리 24 - 사사끼 코지로와 미야모토 무사시의 대결의 교훈


때는 바야흐로 일본 혼돈의 에도시대 1612년,,,,,.

스산한 초가을, 아직 싸늘한 바람이 살을 에는 저녁 무렵의 제비 섬(간류지마,嚴流島), 품격 있고 정통 있는 사무라이가(家)의 한 젊은 무사가 찬바람을 맞으며 갈대숲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제비를 벌써 8마리나 베어버렸는데도 분(憤)이 풀리지 않았는지 더욱 초조한 기색만 역력하다. 그는 바로 타치(큰칼,太刀)의 달인이라 칭하는 ‘사사키 코지로(佐佐木小次郞)’였다. 간류(嚴流)의 창시자로 불리 우는 당대 최고의 검객!

칼날 같은 찬바람이 소매 끝으로 비집고 들어와 온몸에 냉기가 퍼지고 코에선 콧물이 ‘줄줄’흐른다. 결투를 약속시간보다 벌써 3시간이 지났는데도 건방진 그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사라는 놈이 이렇게 시간개념이 없다니... 건방진 바가야로(바보자식ばかやろう)!”

사사키 코지로는 너무 약이 올라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이때....

저 멀리 강 건너에서 뱃사공이 노를 저어 사사키 코지로 쪽으로 다가오는 자가 있었다.

입에 갈대를 물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자는 이름 하여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궁본무장)!!

미야모토 무사시가 빙긋 웃으며 말한다.

“오이~! 미안해 목욕탕에서 온탕으로 목욕을 하고 뜨끈한 정종을 한잔 마시고 오느라고 쫌늦었써...”

“뭐라구? 이런! 건방진 놈 같트니라구... 단칼에 죽여 버리겠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사키 코지로!

「가뜩이나 불안한 마음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기껏 지금에서야 나타나 한다는 말이 따뜻한 욕탕에서 목욕을 하구와?」

얼굴이 불그스름해 져있는 미야모토 무사시를 본 사무라이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해버리고 만다.

이쯤 되면 사사키 코지로는 이미 미야모토 무사시의 적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3~4시간을 찬바람을 맞은 사사키는 몸이 굳어 말을 듣지 않게 된다. 더욱이 사무라이는 평정심을 가장 중요시하는 결투에서 자신의 화를 주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다. 이것은 백전백패(百戰百敗)를 의미 한다. 사사키는 고함을 지르며 긴 칼을 뽑아들고는 칼집을 던져버린다. 그리곤 어서 덤비라고 소리친다.

이때! 미야모토 무사시가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멘트를 툭! 하고 한방 날린다.

“어찌 살아서 돌아가려는 자가 칼집을 버리는가....”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는 사사키 코지로...

포효와 같은 기합소리와 함께 칼을 높이 치켜들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사키 코지로.

미야모토 무사시는 쪽배위에 올려놓았던 노(櫓)를 들어 그의 정수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퍽~!”

결국 그 결투는 단 한방으로 결판되어 미야모토 무사시의 승리로 끝이 난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사키 코지로는 외진 갈대밭에서 서서히 몸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죽어간다.

위의 결투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은 무엇일까?

미야모토 무사시의 훌륭한 심리전인가. 아니면 일격필살(一擊必殺)의 멋진 칼 솜씨인가.

서두에서 이야기 한바와 같이 사시키 코지로는 당대 최고의 검객이었다.

당시의 일본도의 날의 길이는 일반적으로 85cm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사사키 코지로는 155cm의 칼을 사용했다. 어마어마한 길이다. 칼을 허리에 차면 칼자루가 땅바닥에 끌릴 것이라 짐작된다. 발도(拔刀, 칼집에서 칼을 뽑는 것)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검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것은 검에 신(神)이 붙었다는 증거이며 입신(入神)의 경지라말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어이없게도 자기의 기량한번 발휘하지 못한 체 몽둥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사키 코지로가 싸늘한 시체로 변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제비 섬에서의 결투에서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이유는 한마디로 분노(憤怒)이다.

사시키 코지로가 제비 섬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를 처음 만나서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안하무인의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저 놈이 나에게 저런 말을 하다니.”

“저런 뻔뻔스러운 녀석, 본때를 보여 주겠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생각들을 사사키 코지로 또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사키 코지로는 당대 최고의 검사(劍士)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는 하수(下手)였던 것이다.

우리는 보통 사회생활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성(理性)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하거나 입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사시키 코지로의 행동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분노라는 것은 살아가면서 당연히 느끼는 인간적인 감정이지만 분노에 몸을 맡기는 순간 누구든 잘못된 판단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충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자신에게는 평생 후회할 수 있는 사건을 만들 수 있다.

-사사끼 코지로의 심리상황과 자기통제의 실패-

1) 우월의식(優越意識): 미야모토 무사시의 검술실력을 평가절하(平價切下)하고 자신의 검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우월의식은 상대를 얕보는 마음이 깔려있다.

2) 경쟁의식(競爭意識): 선의의 경쟁은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만 악의적인 경쟁은 서로에게 해가 된다. 사사끼코지로는 검술실력이나 인격, 예절 같은 무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들 중 그 어떤 것도 미야모토 무사시의 우세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3) 적개심(敵愾心): 사사끼 코지로는 무야모토 무사시를 기다리면서 초조함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단칼에 죽여버리겠다는 적개심을 보여주고 있다. 분노가 적절히 해결되지 못하나 컨트롤 하지 못하면 내면에 깔리게 되어 삐뚤어진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4) 자만심(自慢心): 사사끼 코지로가 처음 제비 섬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를 기다릴 때의 심정은 아마도 자신감 이었을 것이다. 만약 사사키가 미야모토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약속시간보다 일찍 결투 장소에 나올 리가 만무하다. 그는 당대 최고의 검객이었으므로 미야모토를 깔보고 있었던 것이다.

5) 분노(憤怒): 용서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것이 분노이다. 결국 분노는 위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가장 마지막 단계의 감정이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의 분노의 원인은 무엇일까?

분노하는 마음이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적 관계에 있어서 고통을 말한다. 예를 들어 권위의 인물로부터 부적절한 대우를 받았을 때, 혹은 권위의 존재와 잘못된 관계 속에 있을 때, 이에 대하여 반항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분노이고 이것은 부적절한 분노가 된다.

얼마 전 ‘KBS 스페셜’에서 방영된 분노를 통제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주제에서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용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프레드 러킨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통해 깨달은 용서를 위한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강조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삶이 허락해주지 않았을 때에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용서이며 용서는 대단히 놀라운 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노력하면 스스로의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수환 추기경의 ‘용서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의 잠언(箴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해와 양보하는 마음은 서로 받아 주는 마음, 용서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용서하는 마음이야말로 오늘의 우리 사회, 가정, 학교, 직장, 그리고 우리나라를 살리는데 가장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프레드 러킨교수나 김수환 추기경이 말하는 용서(容恕)는, 분노(憤怒)를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궁본무장), 1584~1645.6.13

일본 에도시대의 초기 무사이며 지금의 효고현[兵庫県]에 해당하는 옛 하리마국[播磨国]에서 1584년에 태어난 전설적인 검술 가이다.

승부를 위하여 자신의 모든 인생을 포기하고 방랑생활을 하면서 검술시합으로 일관한 검의 수도자이다. 두 자루의 검을 사용하는 이도류[二刀流]를 창안하여 이천일류[二天一流]검법의 창시자가 되었다.

자신의 회고록인 오륜서(五輪書)는 병법서로 유명하며 60여 차례의 생사를 건 결투에서 한 번도 패한 적다고 없다고 회고하고 있다.

무사이면서 화가이기도 하여 수묵화를 잘 그렸다. 화풍은 힘 있고 직선적이며 무사다운 예리한 기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새 그림을 잘 그렸는데 대표작으로는 고목명견도(枯木鳴鵑圖)와 포대관투계도(布袋觀鬪鷄圖)가 있다.



[글 = 강준 회장 ㅣ 사단법인 대한공권유술협회 ㅣ master@gong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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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사시

    성격 나오네요. ㅋ. 남들 싸울때 죽은 체 했다가 살아남기. 약속 일부러 어겨서 상대방 열불나게 만들기 .. 武道人 상은 안닌 것 같고,,, 술수의 달인?

    2012-10-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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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쨋거나

    일본인들은 영웅을 만드는 기막힌 기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누가 영웅 기색이 보이면 짓밟아버리는 기술이 있지요. ㅋㅋ.

    2012-10-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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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r

    곽재우 장군님은 임진왜란에 참전했다는 역사적 사료가 있지만 무사시는 없으니까 그러는 말입니다. 정사, 야사를 불문하고 그 어떤 역사서에도 무사시와 임진왜란과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기록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분명 무사시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전쟁은 임진왜란(1592-1598년)이 아니라 세키가하라 전투(1600년)입니다.

    2012-10-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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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어렸을 때 읽었던 무사시에 대한 소설 첫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전쟁터에 끌려갔던 무사시가.. 아마도 어렸겠지요.. 죽은 체하고 있다가 살아 도망온 이야기로 시작되는 장장장편 소설이었습니다. ㅎㅎ

    2012-10-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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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시대

    동시대인이었던 홍의장군 곽재우도 관직에는 한번도 오른 적이 없던 인물이지요. 자기 사유재산 팔아 장정들을 모아서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2012-10-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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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r

    역사적 사료를 간과하고 지레짐작만으로 이랬을 거다, 라고 단정 지으면 난감합니다. 임진왜란은 1592-1598년 사이에 일어났고, 무사시는 1584년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무사시는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가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전쟁에 참가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사시와 임진왜란과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습니다.

    2012-10-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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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식

    칼잽이가 전쟁에서 팔짱 끼고 구경만 했을까요??

    2012-10-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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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선관장

    제가 몇년전 구마모토성에 갔었는데, 가이드가 이야기 해줘서 그렇게 믿었는데, 아니라면 미안합니다. 내 이 일본에 한국 가이드를 그냥...

    2012-10-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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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무

    분노가 후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후회가 분노를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요..

    2012-10-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lr

    미야모토 무사시가 임진왜란을 일으켰다니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무사시는 임진왜란과 그 어떠한 연관성도 없습니다. 게다가 애초에 무사시는 관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일설에는 노년에 검술사범직을 받아 들였다고는 합니다만 그 이외에는 전해오는 바가 없습니다.

    2012-10-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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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선관장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많은 일화와 여러각도의 생각들 감사합니다. 아쉬운건 미야모토 무사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장수라는 거죠.. 그것도 모르고 싸무라이 쑛다운 게임을 좋아했던 어린시절을 후회합니다. 그의 검술에 우리조상들이 많이 죽었을 테니요..

    2012-10-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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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는 나그네

    정말 재미있습니다 ^^

    2012-10-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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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는 나그네

    정말 재미있습니다 ^^

    2012-10-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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