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마당의 무향(武香)… 과열과 함께 사라지다

  

무도 태권도 정신 찾아볼 수 없어… 한마당, 창설 취지 되새겨야


귀청을 찢는 듯한 태권체조 음악소리에 대사범들이 외롭게 경연을 펼치고 있다.


지구촌 태권도인의 큰잔치로 일컬어지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이 막을 내렸다. 세계 43개국에서 3천여 명의 태권도 수련자가 참가해 평소 쌓은 실력과 준비한 것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연대회 특성상 태권도의 다양성을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어느덧 한마당은 20주년. 즉 성년을 맞이했다. 초창기 공인품새 개인과 단체, 창작품새, 그리고 태권무 등 무도적인 태권도 기량을 펼치며 평소 쌓은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던 유일한 무대였다. 오늘날 태권도 품새 경기화와 시범기술의 무한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나흘간 한마당을 지켜본 기자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큰 틀에서는 갈수록 한마당이 개최 취지에 점차 벗어난다는 점이다. 한마당은 분명히 겨루기 일변도에 대한 우려에서 무도로서 태권도 본질을 지키고자 시작됐다. 엘리트 경기화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 생활 태권도인 경연의 장을 지향했다.

최근 들어 열린 한마당을 보면 종목만 다르지 겨루기 이상 과열된 승부 경기로 전락하고 있다. 남녀노소 세대와 성별의 벽이 없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대학팀의 독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참가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실제 대회 운영도 국내 대학팀 중심으로 이뤄져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로 60대 이상 태권도 대사범들이 후배와 제자들이 지켜보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품새를 펼치는데 맨 구석에 코트 배정을 한 것도 모자라 중앙 메인 코트에서는 대학팀들의 태권체조 예선전이 열렸다.

귀청을 찢는 듯한 음악에 소속팀의 응원까지 더해 품새 경연 참가자들이 도저히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굉음에 가까워 품새 하나를 마친 참가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집중을 하고자 애썼다. 곳곳에 항의가 쇄도하자 경기진행본부는 잠시 태권체조 경연을 중지했다.

한마당의 본래 취지라면 중․장년 태권도 지도자들이 경기장에 나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한마당의 꽃이 화려한 격파와 기술로 이뤄진 종합격파보다 태권도의 다양한 기술동작과 참가자의 태권도 철학을 담은 ‘창작품새’가 되어야 맞다. 그러나 갈수록 창작품새와 공인품새 부문은 축소되어가고 있다.

또 하나. 대학팀 참가자들의 현란한 기술 뒤에는 엄청난 부상의 위험, 실제 상처로 얼룩지고 있다. 십수 년 체계적으로 꾸준한 수련으로 이뤄져야 할 기술을 강제적으로 완성하려다 보니 숙련성 부족으로 크고 작은 부상이 일어나고 있다. ‘찰나’의 화려한 기술도 완숙되지 않은 기계적인 표현으로 보이고 있다.

위력격파에서도 젊은 대학생들의 실수가 잦았다. 위력은 단순한 힘이 아니다. 오랜 수련으로 강한 힘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기술에 하나이다. 그런데 많은 대학팀이 충분한 수련경험 없이 힘과 패기, 정신력으로 깨부수려 했다. 단련되지 않은 자에게는 격파물이 반응하지 않았다. 실패는 곧 부상으로 이어졌다.

실제 이번 한마당에서 격파와 관련한 부문에서 입상한 선수들 절반 이상은 몸이 성치 않았다. 일부 선수단 중에는 훈련 중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 무릎, 발목 인대 등이 파열된 부상자이거나 그 고통을 참고 무리하게 대회에 출전했다.

대학생들의 패기와 열정은 길어야 4년이 전부이다. 그 이후의 삶이 부상과 함께라면 금메달이 보상해줄까. 그 순간의 큰 기쁨일 뿐이다. 다양한 신기술 개발과 경연문화를 선도하는 것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 이전에 체계적인 훈련으로 숙련도를 높였으면 한다.

한마당은 ‘태권도로 하나 되는 세상’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참가의 의미, 준비의 과정,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공감하고 격려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태권도 기술체계와 품새 개발을 연구용역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한마당을 통해 발굴해야 한다.

20년 넘게 순수 무도 태권도인이 만들어 낸 한마당. 초창기 참가자의 무도 태권도의 정신과 열정으로 경기장에 가득했단 그 무도의 향기가 사라졌다. 이에 공감한다면 모든 참가자들의 노력으로 내년에 비워진 그 향기를 함께 메웠으면 한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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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인

    좋은 기사 읽고 갑니다..태권도인의 한사람으로서 한마당대회가 앞으로 좀더 깊이있고 가치를 높이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래 봅니다..

    2012-09-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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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향의 그리움

    기사 내용이 매우 좋습니다다^^

    2012-09-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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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음 ~ 공감 우리태권도의 최고의 사범들이 나왔어 품새 시연을 하는데 본무대에서는 팀대항전 하고 대사범님들의 출전 자체가 아주 무의미 했다...처음이라 시행 착오라 생각 하고 내년 부터는 대사범님들 시연 할때는 주변 정리 다한 다음 엄숙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바랍니다.

    2012-09-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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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짜 생각 없는 운영진들 같으니......노사범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나와 후학들을 위해 기술을 펼치는데 한쪽에서는 귀청 터지는 음악에 맞춰 태권댄스를 하도록 배정하다니......

    2012-09-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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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공감가는 글 입니다.
    한마당이 과열되어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경쟁관계 때문에 마찰도 잦습니다.
    한마당이 더욱 발전하려면 선수들이 아닌 일선 도장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2012-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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