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불운의 아이콘 송대남… 은퇴 경기 ‘금메달’ 장식

  

34세 노장으 불꽃 투혼 … 생애 첫 올림픽이자 마지막 무대 금빛으로 장식


꿈의 올림픽 금메달을 자축하는 송대남(남양주시청, 34)


한국 유도 간판 왕기춘과 김재범 그늘에 가린 송대남의 숨은 실력이 뒤늦게 빛을 바랬다.

부상, 슬럼프 또 부상.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가졌지만 늘 운이 뒤따르지 못했던 한국 유도대표팀의 맏형 송대남. 서른네 살 유도선수로 노장 축에 끼는 송대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꿈의 올림픽 무대에 섰다.

송대남(남양주시청, 34)은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유도 남자 90kg급 결승전에서 쿠바 아슬레이 곤잘레스를 연장접전 끝에 이겨 꿈만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죽기 살기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뛰었다면 이 같은 결과가 없었을 수 있었다. 유도 선수로서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 출전 자체에 의미를 가졌다. 그 무대 위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자 하는 목표가 금메달로 이어졌다. 즐기는 경기로 세계를 메친 것이다.

한국 유도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오른 결승전. 올림픽 경험은 없지만 백전노장답게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곤잘레스를 압박했다.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쉴 새 없는 공격에 곤잘레스는 당연히 소극적일 수 밖에. 이 틈에 지도를 빼앗았다. 이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 후반 위장공격으로 지도를 하나 빼앗았다. 승부는 원점. 곤잘레스의 철벽방어에 결국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초반과 달리 연장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연장을 앞두고 세컨석에서 소리를 높여 주문하던 정훈 감독이 퇴장 당했기 때문이다.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던 스승의 빈자리는 자칫 심리적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침착하게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은 3분. 먼저 득점을 하는 자기 이기는 ‘골든 스코어’로 진행된다. 전광판 시계가 2분 50초가 남았을 무렵 송대남은 전광석화 같은 ‘안뒤축 감아치기’로 절반을 따내 극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송대남은 두 눈을 감고 주먹을 불끈 쥐어 승리를 자축했다. 관중석 지인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 순간 퇴장 당했던 정훈 감독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어린 아이마냥 껑충껑충 뛰어와 송대남을 얼싸 안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

송대남은 정훈 감독과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퇴장하다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더니 정훈 감독에게 감사의 큰 절을 했다. 이에 정 감독도 맞절을 하는 감동적인 사제지간의 광경이 연출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있기 전까지는 세계랭킹 1위. 무패신화로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확정적이었다. 국내선발전 1~2차에서 모두 이겼다. 그런데 최종전에서 복병 김재범에게 패해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없게 됐다. 자신에게는 충격적인 패배였고 좌절감이 컸다. 결국 유도복을 벗기로 했다.

은퇴를 결심하고 방황하던 시절. 정훈 감독이 송대남을 다시 유도장으로 불러 들였다. 마음을 다잡은 송대남은 이후 김재범과 라이벌 구도로 실력을 더욱 쌓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상이 찾아왔다. 양쪽 무릎 인대가 모두 끊어진 큰 부상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포기할 듯 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재기는 모험이었다. 체급을 한 단계 위로 올린 것. 체중이 90kg에 못 미쳐 혹독한 훈련 그 이상 먹었다. 상대적으로 체격과 힘이 센 선수와 대적하기 위해 근력을 더욱 강화했다. 포기하지 않는 강한 정신과 집념으로 꿈의 무대에 서는 기회를 맞았다.

송대남은 “이번 올림픽은 선수로서 처음이지만 마지막 은퇴 경기라 생각하고 출전했다. 너무 기쁘고 정신이 없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올림픽에서 멋있게 장식해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도복을 벗고 방황하던 송대남을 다시 뛰게 해 결국 금메달의 기쁨을 누리게 한 정훈 감독은 “시련도 많았지만 워낙에 성실하고 착실한 성격이라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런던올림픽 #송대남 #남양주 #불운 #부상 #유도 #올림픽 #베이징 #김재범 #정훈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
  • 굿.최고.

    2012-08-0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