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다이어리] ‘X’와 함께 한 인고의 시간

  


마스터 DJ와 DJ의 관리 도장인 마이애미비치 스쿨


이제야 알겠습니다. 기다림은 때로 큰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것을요. 최근 글을 쓰지 못한 2개월여 동안 저에게는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 미국에서는 말이죠. 어쩌면 하늘의 그 어디에서 저에게 커다란 복을 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6월 말, 저와 같은 마이애미 도장에서 일을 하던 프로그램 디렉터(program director) 겸 메인 인스트럭터(instructor)가 휴직계를 냈습니다. 쉽게 그를 ‘X’라고 지칭하겠습니다.

X의 표면적인 휴직 이유는 자신은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이 너무 좋은데 사무실에서의 업무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선천적으로 ‘백수’ 기질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애당초 부지런함이 생명인 태권도 사범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던 것이죠.

저의 봄날 아닌 봄은 X가 떠난 뒤, 그렇게 찾아들었습니다. 그가 이곳을 떠난 뒤부터 감춰진 저의 장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죠. 학부모 상담, 계약, 마케팅, 교육, 직원 관리, 도장 관리의 모든 것에서 자신감 있는 성격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영어실력이 100% 완벽하지 않은 까닭에 간혹 실수가 있기는 하지만 “전보다 훨씬 나아”라는 평을 받고 있으니까요. 이쯤에서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일들이 이번 연재의 키워드인 ‘인내심’과 무슨 상관이 있죠?” 라고 말이죠. 물론 당연히 있습니다.

이유인 즉슨 휴직을 한 프로그램디렉터 밑에서 일을 하며 미국 사범 생활의 쓴 맛을 톡톡히 보았으니까요. 이런 어려움들이 저를 성장시켰던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그의 밑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짧고 굵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X가 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플로어에서 마스터(floor master)’가 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두 개의 책임 도장은 1주일에 2회(월요일, 수요일 혹은 화요일 목요일) 교육을 합니다. 각 수업 시간은 45분이고요, 두 명 혹은 세 명의 보조 사범들과 손발을 맞추죠. 통상적으로 하루 여섯 번의 수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X, 첫 수업 시작이 3시 15분인데, 3시에 와서는 사무실에 들어가 도통 나오지를 않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 “마스터 DJ, 오늘은 학부모들과 상담이 많아요.” 그렇게 처음 한 달은 “아, 얘가 바쁘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X가 상담이 아니라 학부모들과잡담을 하고 있다”라는 것을 깨달았죠.

6번의 수업을 혼자서 전부 소화하려니 일만 끝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오면 기절하는 상황이었죠. 수업에 앞서 개인레슨까지 하니 4개월 째 되어서는 목소리가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이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죠. 군소리 없이 묵묵히 해야 했습니다. 바로 이런 X 덕분에 짧은 기간 안에 태권도 교육에서 만큼은 자신감을 갖게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X는 마케팅측면에서도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항상 본사에는 “오늘 마이애미비치에서 학부모 상대로 마케팅을 실시하겠습니다”라고 하고서는 사무실에만 있는 것이었습니다. 답답한 제가 전단지를 들고 뛰쳐나가 안 되는 영어로 학부모와 아이들을 상대로 발차기 해가면서 연락처를 받아야 했습니다.

X는 저에게 마케팅에 가장 필요한 적극적인 성격을 심어 주었던 것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렇게 저는 X를 보며 자신을 단단히 다져갔습니다.

2011년 10월 16일. 제가 운영 중인 MASTER SANGS TNT 마이애미비치 분점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지금은 수업 시간마다 꽉꽉 들어찹니다. 이제야 조금 웃어 봅니다. “X! thanks a lot!”

[MOOKAS GLOBAL = 정대길 글로벌 리포터 ㅣ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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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 #정대길 #미국 #태권도 #마이애미 #강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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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

    so great job!!! from new york

    2011-10-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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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서선배


    대길아, 요즘 소식이 뜸하구나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
    넌 꼭 성공할거야...전화해...

    2011-10-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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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생각

    정사범님~ 오랜 만입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정사범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알라바마 전관장 입니다.

    2011-10-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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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kdphotoartist

    U.S Master Jung 참 재밌다. 빨리 장가부터 가시게...
    Seoukje Lee

    2011-10-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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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합기도

    긍정의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을 달게 받아 들리고 좋은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사범님은 성공을 하실 수 밖에 없습니다.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2011-10-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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