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김세혁의 태권도 인생… 3막 끝! 4막 시작

  

지난해 삼성에스원 감독직 사임, 새로운 인생 시작


김세혁 감독

‘태권명장’ 김세혁 감독(56)이 지난해 12월 삼성에스원 태권도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무패 신화의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던 것이 벌써 35년 전이다. 동성고 감독 14년, 그리고 종주국 태권도 명가 삼성에스원 감독 15년. 오직 김세혁 감독은 태권도와 울고 웃었다.

1월 10일 김세혁 감독이 <무카스> 본사를 찾았다. 태권도 인생 3막을 내린 김 감독의 지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초대한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감기 기운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빛은 편안해 보였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명장 김세혁’을 깊이 있게 알아보는 ‘파워인터뷰’가 시작됐다. 질문마다 막힘없이 답했다.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평소 이미지와 다른 감성적인 모습도 잠깐씩 엿보였다.

시곗바늘을 한참 뒤로 돌렸다. 친구 형에게 발차기를 얻어맞고 억울해 복수의 일념으로 태권도에 입문했다. 서울 광성중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 당시만 해도 도복 값이 단돈 30원이었다. 광성고에 진학했다가 천호상업고로 전학을 갔다. 무패 신화를 기록할 정도로 왕성하게 선수생활을 했다.

부산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해병대를 전역하면서 동성고 체육교사 겸 태권도 감독(1982~1995)으로 14년 동안 활동했다. 이때 ‘준 명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성고를 종주국 최고의 태권도 명문고를 만들었다. 특히 고교생 국가대표를 18명이나 배출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중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당시 대한태권도협회 임원과 갈등이 원인이 돼 소속팀 선수들이 불합리한 판정을 받게 됐다. 안팎으로 사퇴 압력이 가해졌다. 그러다 결국 1995년 동성고와 이별하게 됐다. 한순간에 잘나가던 ‘명감독’이 실업자가 되었다.

또다시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일간지에 ‘삼성그룹이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사를 맡는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공약 중 하나라 삼성그룹 내에 태권도 실업팀 창단이 대문짝만 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 길로 대한태권도협회를 찾아 감독선임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인간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공채를 통해 삼성물산 태권도팀 창단 초대감독으로 발탁됐다.


2004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과 특별훈련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감독은 삼성에 감독으로 있으면서 3번의 올림픽에 김경훈, 이선희(이상 시드니), 문대성, 장지원(이상 아테네), 손태진(베이징) 등 무려 5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해냈다. 그 외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등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 셀 수 없이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이 결과 태권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최고의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세혁 감독은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많았다. 88년 동성고 감독 시절 서울 올림픽에 태권도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때 코치로 처음 선임됐다. 당시 정국현과 동성고 제자인 권태호 등을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 이어 정식종목이 된 이후 2000, 2004, 2008 세 번의 올림픽에 5명의 소속팀 선수를 전원 우승시켰다.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는 ‘손태진’을 꼽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를 영입해 올림픽 파견 국가대표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중신분’ 문제와 ‘갈비파문’, ‘심판욕설’ 등 많은 사건이 터졌다. 두 사람에게 심적으로 모두 힘든 시기였다. 올림픽 결승전에서 손태진이 3초를 남기고 자신의 작전 지시를 받고, 그 기술로 금메달을 확정 지은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문대성에 관한 일화도 소개했다. 문대성이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뒤후려차기로 KO 시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기술이 김세혁 감독의 주특기였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 김세혁 감독의 주문을 받아 문대성이 그 기술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이에 김세혁 감독은 “홈 텃세가 있어 KO가 아니면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상대가 돌개차기로 기술을 걸어올 때 제자리에서 얼굴로 반격해 끝내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대성이는 뒤후려차기로 끝내버렸다(웃음)”라고 올림픽에 관한 에피소드를 말했다.


그에게는 수백 명의 제자가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선수는 누구일까. 고등학교 제자로는 88 서울올림픽에 고등학교 신분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금메달까지 획득한 권태호를 꼽았다.

삼성에서는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선희를 꼽았다.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그를 지목한 이유가 있었다. “올림픽 이후 선희가 중형차를 뽑더니 화장까지 하고 다니더라. 성적도 좋지 않았다. 몇 번 경고를 줬지만 여전했다. 2002년경 대회 중 호텔에서 2시간 넘게 말싸움을 크게 했다. 둘 다 울었다. 선희가 끝내 내 깊은 뜻을 이해하고 마음을 다잡겠다고 했다. 이듬해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 선희가 부진을 씻고 다시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명예롭게 은퇴를 할 수 있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명장의 지도 철학은 무엇일까. 뭔가 특별한 것이 나올까 귀를 쫑긋 세웠다. 돌아온 답은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이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누구나 다 알 법한 진리가 그의 철학이다. 다만 김 감독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실행’에 옮겨 좋은 성과를 일궈냈다.

장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흔히 지도자의 유형을 장수로 비유하곤 한다. 보통 지장, 맹장, 용장, 덕장으로 나눈다. 이에 김세혁 감독은 “지장, 맹장, 용장은 될 수 있다. 하지만 덕장은 못됐다”며 “내게 경기장은 전쟁터와 같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달릴 뿐이다. 그래서 육두문자로 써가며 강하게 지도했다. 단 한 번도 마음 편하게 경기에 나서본 적이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태권도 명장이라는 수식어는 그냥 얻어지지 않았다. 30여 년 동안 지도자 활약상을 지켜본 제삼자가 인정해준 것이다. 김세혁 감독은 보기보다 매우 꼼꼼하다. 완벽주의에 가깝다. 코치, 트레이너가 있어도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래서 선수들과 똑같이 합숙생활을 했다. 당연히 가정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삼성맨’이 된 후로 14년 동안은 주말부부로 지냈다. 그 흔한 ‘가족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다.

김 감독과 인터뷰를 한 지 어느덧 2시간이 훌쩍 넘었다. 태권도 이야기보따리는 풀어도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자칫 날 샐 분위기였다. 서서히 정리를 시작했다. 앞으로 꿈을 물었다.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그의 태권도 대한 강한 열정은 아직도 식지 않았다. 태권도 인생 3막은 내렸지만, 4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국기원 연수원에서 사범지도자교육 겨루기론 강연을 한 참 인기 있게 했었다.


“30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쌓고 성과를 얻었다. 태권도를 통해 얻은 것도 많다. 이제는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할 때인 것 같다”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모두 문서화로 매뉴얼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내 지도론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많은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신이 가진 경험과 기법을 여러 태권도인에게 공유할 계획이다. 태권도를 통해 너무 얻은 것이 많아 이제는 나눔을 통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세혁 감독의 파란만장한 태권도 이야기는 오는 1월 19일과 26일 2회에 걸쳐 [무카스TV - 파워인터뷰]를 통해 소개된다. 기사내용에 옮기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영상으로 방영 예정이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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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석좌출신

    아래 태권도선수출신 너 메달 하나도 못땄지? 그러니까 메달 몇개 땄다고 쉽게 말하지.. 항상 운동 못하고 메달 못따는 것들이 쉽게 말한다니까? 그리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쯧쯧... 그리고 태권도의 기초 학문이 멀까? 니가 쓴 논문 한번 보자.. 김세혁 감독은 논문 썼으니 그거 보면 되고..할튼 개념이 없어요...

    2013-04-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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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선수출신

    명장하고,기초학문을 배운 지도자 하곤 하늘과 땅 차이다.지도자를 가르치려면 임상실험을 학문적으로 많은 논문이 선행되고 탁월해야만 한다.메달 몇게 따게 만들었다고 명장이라? 흐흐흐 한국적인 태권도판에서 메달의 가치가 돋보이지 않은 이유는 있다.포괄적으로 판단바란다.연수원 교수는 학문적으로 석좌자리다.자신의 실력을 알면서도 태권도 발전에 관심은 없고 누구나?자신들의 이득만 취하려는 태권도판을 가리켜 개판이라한다.이젠 아이콘을 바꿔야 한다.

    2011-01-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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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

    국기원에서 연수원아나 연구소의 경기부문 석좌교수직을 신설하거나, 세계연맹에서 국제순회 경기지도전문 대사 등의 직책을 신설하여 세계태권도의 발전에 기여 하실 수 있도록 초빙함은 어떨런지요....명품지도자를 아수라장이 되고잇는 태권도정치판에 들게해서는 태권도계의 큰 손실일테니까요

    2011-01-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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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왕

    국기원 사범 교육에서 명강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김세혁 감독님 늘 건강하세요

    2011-01-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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