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WTF 규약-개정 숨은 의미, 산하단체 꼼짝마!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WTF)이 지난 7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규약 및 경기규칙을 대폭 개정했다.

대수술 직후 WTF는 국제적 기준에 맞는 규약과 경기규칙을 개정함으로써 올림픽에 영구히 남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부했다. 또 WTF의 공식 브리핑과 조정원 총재는 이번 WTF 규약-규칙 개정을 두고 ‘태권도의 탈 한국화’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수정, 개정된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WTF가 대외적으로 밝힌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잔류를 위한…’이라는 명분 이외에 숨은 의도가 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규칙-규약 개정의 숨은 속내를 정리하자면, '탈 한국화'와 ‘WTF 현 집행부의 체제강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출범 6년째의 조정원 호가 이번 변화로 산하단체를 단번에 장악할 수 있게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단연 눈길을 끈다. WTF는 그동안 산하 대륙연맹과 회원국 간의 잦은 분쟁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최상위 조직임에도 강경하게 중재하지 못했다. 앞서 나서서 해결해야할 법적근거 등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자율적으로 운영되어 온 각 대륙연맹의 관리 감독권을 손에 넣었다. 회계 관리와 감사 등 운영에 직접 관여를 하게 된 것이다. 일부 대륙연맹 인사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WTF측에서 내세운 ‘태권도의 국제 스포츠기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에 동의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산하단체(대륙연맹, 회원국)와 본부(WTF) 간의 행정체계가 일원화 되어야 한다는 WTF의 설득력이 컸던 탓이다.

또 하나는 회원국 가입 자격 부분이다. 회원국 가입을 위한 기초 과정인 해당 국가별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부터의 승인사항이 폐지됐다. 자국 올림픽 위원회의 승인 없이 WTF가 결정만 해주면, 회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WTF 측의 논리를 들어보면, “IOC는 국제조직으로 WTF를 인정했다. 따라서 WTF가 인정한 단체는 당연히 자국의 NOC가 인정해야한다”였다. 앞으로 한 국가에 두 개 이상의 태권도 단체가 서로 분쟁을 벌일 경우 기존에는 NOC에서 한 단체를 결정하게 되면 WTF도 이를 따르는 수순이었지만, 이제는 WTF가 이 모든 역할을 총괄할 수 있게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WTF에서 밝힌 태권도의 '탈 한국화'라고는 보기 힘든 정치적 개선 조항도 보인다. 해당 국가의 시민권자가 아닐 경우 국가협회의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한 조항이 추가됐다. 특정인들의 현 집행부 흔들기와 그들의 권력화를 막기 위한 일종의 ‘방어막’으로도 해석된다. 어떻게 보면 이제 WTF가 산하 192개 회원국들의 회장선거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으로도 비쳐진다. 물론 이에 대한 WTF측의 입장은 분명하다. “초창기 태권도 보급이 미흡했을 당시에는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를 두고 태권도계 인사들은 종주국인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 KTA) 역시 WTF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고 말한다. 그간 KTA가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WTF와 동급 취급을 받아왔지만, 이번 개정으로 힘이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192개 회원국 중 1개 회원국으로서의 질서를 분명히 하겠다는 WTF의 의지를 고려한 것이다. 현재 WTF측은 “만약 WTF 규약과 개정을 지키지 않을 때는 어느 국가이건 간에 그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KTA의 힘 빼기가 예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KTA는 올해 개최한 코리아오픈대회에서 WTF 승인 없이 경기장을 임의적으로 팔각형으로 경기를 치렀지만, 앞으로는 사전 WTF의 승인 없이는 이런 시도를 못한다는 것이다. WTF가 전에는 제재조치를 하고 싶어도 규정이 명확치 않아 할 수 없었지만, ‘WTF가 승인한 대회에 사전 승인 없이 임의적으로 경기를 실시할 경우에는 대회자격을 박탈한다’라는 조항이 삽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쯤 되면 태권도계에서 WTF의 위상이 강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규약 및 규칙 개정으로 그간 조정원 호를 뒤흔들던 세력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음을 확연하게 확인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내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WTF의 개정안 몇 가지를 추가해 본다. ‘WTF 공식 언어를 영어로 하고, 한국어는 보조언어로 분류한다’와, ‘WTF Headquarters are permanently located in Seoul, Korea.(WTF 본부는 영원히 한국 서울에 둔다.)’에서 ‘permanently(영원히)’를 삭제한 부분이다.

WTF의 규칙과 규약에 칼을 댄 조정원 총재는 우즈벡 현지에서 인터뷰를 통해 “WTF는 명실상부한 국제스포츠기구로서 자리매김 하는 것을 천명한 것과 다름 없다"며 "태권도가 전 세계에 알려진지 50년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는 탈 한국화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WTF가 말하는 대로 태권도 올림픽 영구잔류의 초석이 될지, 아니면 조정원 호의 자충수가 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정원호가 체제강화에 상당한 탄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의도가 어찌됐든 간에 태권도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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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희

    비태권도인이 총재하니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하는모양인데 외국에서 열심히 가르치는 태권도사범님들도 생각하셔야지요. 뭐 태권도가 망해도 당신은 걱정없게지만 정신좀차리고 대학총장까지 했으면 생가ㅗㅁ하고 삽시다. 세계연맹이 경희대 판이라는데 경희대는 매국노 되지 맙시다

    2011-04-2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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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하

    조정원총재의 올림픽 잔류를 위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머가 먼저인지를 잊어 버리시는군요... 태권도는 한국어로 외국에서도 연습을 하는데 왜 굳이 지금와서 한국어를 보조어로 하시는지??? 그럼 겨루기 할때 차렷, 경례 준비 시작이 아닌 영어로 하고 경고 감점도 영어로 하시겠다는 그런 취지인지.. 도통 알수가 없습니다.. 말이 저렇게 흐려서야 왜왜왜 굳이 지금와서 그러시는지 차라리 태권도를 통채로 외국에 반납 하실 생각 이십니까??

    2010-10-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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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성

    조정원과 양진석만 족치면 된다. 오다만 내리는 색히들.

    2010-10-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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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운틴

    진정 태권도를 사랑하는 기자님이라면 공정한 기사를 써야지요..
    좋은 것은 좋다 잘못 된것은 잘못되었다,, 한글은 한국의 10대문화 유산중의 하나로 전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여도 부족한 마당에 있는것도 없에는 것이 세계화를 위한 초석이라.. 그럼 영어 못하구 한국말만 하는사람은 세계인 공헌할 기회도 없겠네요.. 조총재님을 올려주는것도 좋치만 진정 태권도를 위한다면 잘못된점을 지적하여 올바로 나갈수 있도록 하는것이 올바른 언론의 길이 아닐까?

    2010-10-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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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OC

    IOC 가 WTf 말고 다른 태권도 단체를 인정해 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선거떄 한국사람이 총재가 되어야 한다고 하더니 왜 이제와서 한국사람 나 내동댕이쳐버리나요? 다른 곳에서는 한글의 위대함을 인정하는데 왜 태권도만 한글을 버리나요? 숨은 의도를 기자님 밝혀주세요 보여지는 대외적인 의도 말고. 그게 진정한 기자 정신 아니겠읍니까요?

    2010-10-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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