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섭의 무술 돋보기-11] 도인체조(導引體操)

  

도인술과 무술 2 - 태극권과 내단술


대부분의 무술은 강함과 빠름을 추구한다.

무술의 탄생은 원래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서 연구 발전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기술상에 있어서는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기 위한 단련을 하고 더욱 강한 힘을 내기 위한 단련에 있다. 또한 기묘하게 타인을 속이는 초식을 연구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단계에서는 단련을 통해 얻어 낸 빠른 속도와 강한 힘과 기묘한 초식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상대의 강한 힘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장점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약한 자가 약한 자로서 강한 자를 제압한 것이 아니라 약한 자가 강한 자보다 더욱 강해지도록 단련을 하여 기존의 강한 자를 제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태극권과 함께 내가권(內家拳)의 범주에 속하는 무술들도 상대의 힘을 이용하기 위한 원(圓)을 말하고 내공의 힘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신의 기술과 힘을 키우기 위한 고급 기술에 지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무술의 발전 과정에 있어 태극권은 완전한 관점과 방식의 전환이었던 것이다.


태극권을 수련하는 자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는 것이 ‘사기종인(捨己從人), 차력타인(借力他人)’하는 무술이라는 것이다. 즉 내 힘으로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극권에서는 강해지기 위한 힘과 속력, 기술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들을 단련하는 것이다.

상대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용의불용력(用意不用力) 하여야 한다. 힘을 사용한다는 것은 나의 근육의 힘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내가 가득 차게 되어 상대의 힘이 오는 것을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불용력(不用力), 즉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대의 힘을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상대와 응하여 생기게 되는 의(意)-조짐, 기미-를 알아차려 그것을 사용한다. 여기에서부터 내가 기준이 아닌 상대가 기준이 되고 내 힘이 아닌 타인의 힘을 이용하는 바를 알게 된다.

이와 같이 용의불용력하여 사기종인하고 차력타인 하는 태극권은 기술상의 체계에 있어 원을 사용한다. 이 원을 사용하게 됨으로 인하여 태극권은 무술의 영역 밖에 있던 다양한 기술들을 차용하게 되는데, 그것들이 바로 도교 수행법의 하나인 내단술(內丹術)과 도인술(導引術)이다.

내단술 - 단전이 인체 회전의 축이 된다


어떠한 물체든 그것이 원을 그리기 위해서는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 중심축이 원이 발생할 수 있는 최초의 조건이 된다. 원을 그리던 것도 중심축이 사라지게 되면 원의 궤적을 잃고 회전하고 있던 원심력에 의해 밖으로 튕겨져 나가게 된다. 인체에 있어서 중심축에 해당하는 것이 인체의 가장 중심에 놓인 단전이라는 것이다. 단전은 사실 머리나, 손, 위장이나 간처럼 실존하는 인체 기관은 아니다.

이 존재하지 않는 기관은 허리, 고관절, 복부 등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인체의 전체적인 균형 잡힌 구조에 의하여 중심으로서의 기능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생겨나는 기능성 기관이다. 따라서 이미 물질적으로 존재하는 인체의 기관들은 우리의 몸이 어떠한 구조를 취하는지에 상관없이 존재하지만 단전은 단전이 기능할 수 있는 인체의 구조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바로 단전을 사용하는 태극권이 자세를 그리도 중요시 하는 까닭이다.

태극권은 전신을 통하여 원을 그림에 있어 그 원의 중심축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호흡을 통해 단전을 단련하는 내단술의 단전개념을 도입하였다. 단전이 태극권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이후로 단전의 활용이 기존의 방식보다 극대화 되게 되었다. 이는 태극권의 다양한 동작 속에서 단전이 셀 수도 없이 많은 각도와 방위 속에서 기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기에 멈춘 상태에서의 단전의 활용이 실제 움직이는 상태에서의 단전의 활용으로 이끌어져 있는 것이다. 때문에 태극권이 무술인지라 단전의 힘이 신체의 처처곳곳으로 연결되어야 했다.

태극권이 단전을 거쳐 인체를 통한 원운동의 중심축을 확립한 후에 단전과 연결하여 인체의 각 부위가 원을 그리는 바를 실현하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단전의 형성과 차력타인 등의 태극권의 원리원칙을 실행하기에 적합한 신체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신체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은 도인술에서 얻을 수 있었다.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영섭 #도인술 #무술 #태극권 #밝음빛 #타이치 #무술돋보기 #김현길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