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국가대표]박혜미, "허리부상, 신종플루, 그까이꺼"
발행일자 : 2009-10-02 15:36:04
<무카스미디어 = 김성량 기자>
2007년 세계선수권 은메달의 아픔에 대한 설욕 다짐
박혜미는 200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기록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내후년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경기 이후 일주일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후 에스원으로 둥지를 옮기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의 오랜 꿈인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낸 것이다. 시작은 200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였다.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지난 5월 전북 김제에서 열린 2009 국가대표선수선발최종대회에서 난공불락이라 평가받는 ‘그랜드슬래머’ 황경선에 도전한다. 2012년에 있을 올림픽을 대비한 체급 변동이었다. 여기서 그는 황경선 마저 넘으며 새로운 역사를 위한 준비를 끝냈다.
박혜미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재도전한다. 대회 첫 날 경기를 치르는 까닭에 박혜미의 경기 결과는 대표팀 전체에 큰 영향을 가져올 전망이다. 자신의 첫 금메달 획득으로 팀의 분위기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박혜미를 만나봤다.
-경기가 얼마 안 남았다.
“많이 떨린다. 세계선수권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최근 무리한 훈련을 한 까닭에 허리 부상이 있다. 치료를 받고 있고 대회 기간까지 완치는 가능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태릉선수촌에서 퇴촌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신종플루가 태릉선수촌을 덮쳤다. 솔직히 훈련에 지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분위기가 산만했고, 몸이 조금 지친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에스원에서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오히려 편한 면도 있다.”
-체급을 올린 첫 대회가 국가대표선발전이었다. 거기다 대표까지 됐다.
“기분은 좋았지만 기뻐하지 않았다. 나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항상 최종전 우승은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왔다. 오히려 우승을 한 이후 더 떨렸다. 지난 2007년 세계선수권의 악몽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그때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 목표인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것이다.”
-2007년 세계선수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시 기분은 어땠나?
“2007년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지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모든 것이 다 무너졌다. 겉으로는 쿨 한척 씩씩하게 다녔지만 일주일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그리고 결승전 장면이 계속 꿈에 나와서 잠도 설쳤다. 스스로 실망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
-2007년 세계선수권 이후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패배 이후 내가 독해진 것 같다(웃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을 지금 실감하고 있다. 당시의 패배는 지금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상당히 힘들었지만 다시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큰 대회에서 한 방에 무너지니까 오히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금메달을 딴 것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시 금메달을 땄다면 지금 나는 국가대표가 안됐을지도 모른다.”
-아시아선수권 우승 이후 전자호구는 박혜미를 위한 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글쎄요….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앞발을 잘 쓰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거기에 상단발도 좋으니까….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맞네 그러네, 전자호구는 나를 위한 경기룰이네요(웃음). 농담이고,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할 생각이다. 외국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보다 상단발이 더 안 맞는다. 스텝을 이용해서 상대를 흔들어야 하고, 초반에 큰 기술로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 외국 선수들보다 파이팅있게, 아자! 다 죽었어(웃음).”
-세계선수권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대회 첫 날 경기를 치른다. 때문에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7일 날 출국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훈련 기간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허리부상도 완쾌시켜서 꼭 2007년의 악몽을 씻어버리고 쓴 눈물이 아닌 행복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대표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대회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으면 좋겠다. 다 같이 정말 힘든 훈련을 견뎌왔고, 훈련의 보람이 금메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꼭 종합우승을 기록해서 다 같이 웃으며 돌아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태권도국가대표팀 파이팅!”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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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팡 경기는 달달 안 외우셨나요.
2009-10-1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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