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승 30패' 무사시, 눈물의 은퇴경기 '다시보기'

  

한국서 최고의 경기 펼치고 기립 박수 속 은퇴


정도회관은 1993년 4월 30일 ‘입식타격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K-1을 공식 출범시켰다. 당시 K-1의 목적은 세계 격투기 수련자 중 최강자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정도회관의 속마음은 '세계최강 가라테'를 증명하기 위한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에 세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정도회관은 당시 최고의 ‘가라테 맨’ 사타케 마사아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많은 일본선수를 출전시켰지만, 누구도 왕좌의 자리에 올리지 못했다. 외국 국적의 ‘푸른눈의 사나이’ 앤디 훅이 ()년, ‘격투로봇’ 세미 슐츠 가 ()년도에 정도회관의 숙원을 이루어줬을 뿐이다. 그 어떤 일본국적의 선수도 K-1 월드그랑프리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두르지 못했다.

그래도 (일본)격투팬들은 자국민이 세계 최고가 될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꿈을 접지 않았다. 이는 가라테를 수련한 일본선수가 2003년과 2004년 K-1 WGP 파이널 결승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도회관의 오랜 숙원과 일본 팬들이 바라는 ‘스타탄생’의 꿈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 것이다. 팬들에게 이런 희망을 불어넣은 파이터가 바로 무사시(37,일본)다.

지난 26일 K-1 WGP에서 기합을 넣으며 밴너에게 맞서고 있는 무사시


무사시는 1995년 K-1에서 첫 데뷔전을 치렀다. 기존 정도회관에서 가라테를 수련하던 무사시는 K-1의 화끈한 KO경기를 보고 감탄해 데뷔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링에서 승리보다는 패배를 더 많이 기록하면서 점차 K-1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 피터 아츠, 2004년 레이 세포 등을 꺾는 등 파란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을 만들어냈다. 2003년과 2004년에 연속으로 K-1 월드그랑프리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레미 본야스키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며 패하고 말았다.

최근의 지난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K-1 WGP 서울대회 파이널16에서는 무사시의 은퇴경기가 있었다. 앞서 무사시는 이번 K-1 WGP에 마지막으로 출전한다고 선언했고, 16강에서 밴너에게 패하며 뒷모습이 화려하지 못한 채로 은퇴경기를 마쳤다. 경기는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비록 3라운드에 당한 한 차례의 다운으로 심판전원일치 패배했지만 마지막투혼을 불사르는 무사시의 정신력이 빛난 감동의 경기였다.

정도회관 출신의 이 일본인 K-1파이터는 경기가 끝나고 링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이런 돌발 행동에 관중은 물론 승자인 밴너까지 당황했다. 하지만 밴너는 마지막 경기를 치른 무사시에게 큰 절을 하고 승자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링을 떠나주었다. 이후 무사시는 링 사각을 돌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링을 내려온 이후에도 장내아나운서 및 FEG의 관계자, 그리고 팬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냈고, 아쉬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관중들은 무사시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경기장을 빠져나온 무사시는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팬들의 성원에 큰 감동을 받았고, 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15년 동안 K-1에서 생활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2004년 준우승을 차지할 당시 전 경기를 연장전으로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는 연장 2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총 13라운드를 뛰었다. 정말 죽을 것만 같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비록 ‘재미없는 경기’, ‘지루함의 결정체’,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선수’ 등 악평을 받기는 했지만 무사시는 일본, 아니 아시아 최고의 K-1 파이터였다. 그의 마지막 경기에 팬들이 환호하고 기립박수를 보낸 것은 K-1에 대한 그의 큰 사랑을 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꿈이자 정도회관의 숙원인 일본인의 K-1 WGP우승의 꿈은 이루지는 못했지만 격투기팬들은 ‘49승 30패’의 무사시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 K-1 파이터 무사시의 수상 경력

2004 K-1 WGP 파이널 준우승
2003 K-1 WGP 파이널 준우승
2003 K-1 GP 일본대회 챔피언
2002 K-1 GP 일본대회 챔피언
2000 K-1 GP 일본대회 챔피언
1999 K-1 GP 일본대회 챔피언
1999 WAKO 월드 헤비급 무에타이 챔피언

(사진 = 이석제 기자)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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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산시

    갠적으로 무사시 대 최홍만 경기를 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이제 영영 없겠군요

    2009-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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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 김 0 환

    무사시 선수를 보면서 아시아인도 희망이 있음을 느껴왔다. 일본인의 패배를 볼때에 나는 마음이 아파왔다. 일본인의 한계는 곧 한국인의 한계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본이이 유럽의 선수들을 상대로 저정도로 싸워온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무사시 선수 존경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아시아 격투기의 최강자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2009-09-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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